입추지나고

입추立秋지나고/김경호

이제는안녕
가을비재촉하는늦은퇴근길이여
바람은더욱세차게우리의목덜미를흔들고
모여있어도아무도보이지않는
그깊고부드러운어둠속에서
이제우리는
저물방울처럼흩어졌다가
더욱낮은곳에서다시만나는것을
문득낯선골목을지나치다가
빈터에옹기종기모여앉아
저리열심히비맞고있는
옹기들을보면
젖어드는침묵의빛남을만나면
우리의슬픔도어느날
흙으로빚어달구어낸다면
결고운그릇으로다시태어나는것일까
이제는안녕
늘미결로만남아있던나의퇴근길이여
우리가떠나온빈방에서는
오늘도추억의푸른곰팡이들이
무성하게어우러지지만
이밤도탁상시계의긴태엽을감으며
우린굳게잠들어야하는것을
춥고먼전선에서어느날
내가돌려받은
그대수취거절의편지처럼
그렇게가을은다시오는가

올해가을은정말입추날말복날왔다.

내일이처서다.

처서삼후가시작되는날….

가을기운이가장옅으면서도

가장강하게다가오는무렵…

한해중가장사랑스럽고아름다운시간

무엇을해도

그무엇을해도

양에차지않는시간.

매가새를잡아제를지내듯

네생의한부분을잡아

제를지내는것.


2 Comments

  1. 산성

    2014년 9월 2일 at 12:26 오후

    이분詩,순~하고보드라운
    저도하나숨겨놓았는데…요.

    그러데저사진속풍경은어디랍니까?
    잘손질된회양목?만아니라면
    우리어려기억속그림같은…

       

  2. 푸나무

    2014년 9월 3일 at 12:23 오전

    저사진은퍼온사진이에요.
    동남아시아어디쯤
    스콜같아서요.
    아닌가…ㅎㅎ

    숨겨둔시보여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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