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小考
BY 푸나무 ON 11. 24, 2014
김장을했어요.
김장…침장보다는김치를장만하다…가맞을듯해요.
김치를침채…에서어원을찾지민
원래우리말인디히…지히..지에서기인했다고도하거든요..
김치냉장고의출현으로이제김장은겨울농사에서일년농사로
급이달라졌어요.
아주월등하게요.
한철농사에서일년짜리로존재가치상승이라고나할까요.
김장하던날도김치냉장고에서꺼낸묵은지를먹었는데
여전히깊고은근한,아삭거리는식감에개미까지더한
이세상단하나의맛이었죠.
그래서불끈속으로다짐하기도했어요.ㅎ
이번에도일년농사를잘지어야겠다!!!!
사실올해김장은좀걱정이되었어요.
언제나멸치액젓은엄마가담아주신걸로먹다가
김치의깊은맛은결국젓갈에서달라지거든요.
청결도도중요하구요.
작년재작년에는언니가담가주었는데
물론올해도언니장독에서는멸치액젓이맞춤하게익었을거예요.
올봄내몫까지담갔으니
그런데멸치액젓이익어가는동안언니는아팠고
아직도재활병원에서걷기연습을하고있으니
나먹자고주인도없는집에서된장젓갈을퍼올수는없잖아요.
그래서궁리를하다
백령도수협에서까나리액젓을주문했죠.
그리고김포대명포구에가서생새우와새우젓을샀구요.
우리동네는마른청각이보이지않아서
고모에게마른청각을부탁해서사왔고…..
찹쌀죽을쑤었고
멸치와다시마양파그리고표고버섯을넣어육수도냈어요.
엄마가시심사심화분에서따모은마른고추가냉동실에서꽤많이있기에
그것들을물에불려멸치액젓을넣고미리갈아두었구요..
맵고완강한고추냄새와멸치액젓이섞이는냄새가
김장김치의맛을확돋아줄거라는필이오더군요.
그리고실제로그랬어요.ㅎ
설탕대신매실원액을듬뿍넣었고
잘먹지않는배즙도여러봉다리넣었구요.
우리집식구들은김치속을털어버리고배추만먹는데
그래서올해는무채를많이넣는경기도김치에서
전라도김치처럼속을‘바르는’김치로방향을정했어요.
속낭비도덜하고….
무채대신무를사이에집어넣으면무의시원한맛도스며나오겠지요..
김치의간을내는종류만도
굵은청량소금에새우젓멸치액젓까나리액젓약간의조선간장까지들어갔으니…
간을내기위해그모든맛들이섞이는거죠.
간을내는게김장에서는아주중요한데…
이상하게이모든것들이섞어지면
한가지간….으로는할수없는
깊고그윽한맛이나죠.
마치사람과잘섞여사는사람에게부드러운기운이스며있듯이요.
편안한일상같은…
빈집에서혼자듣는음악같은….
맑은무국같은…..
담박한맛도좋지만
이것저것넣고끓이는썩어찌게..구수하죠.
감칠맛나는시원함이라고나할까….
사람들과의만남이랄지
북적거리는시장통이주는새로운활기…가좋듯이요..
김장속을버무리다가
문득재료들….에들어간시간생각이나더군요..
고추모종이자라기시작하고
꽃이피고열매맺고익어가고
따고말리고
방앗간에서가루로부서지고…
고추가루로존재하기위한그수많은시간들….
마늘은또어떤가요.
차가운봄을지내고순이자라고땅속에서마늘이달리기시작하고
뜨거운햇살아래서잎이노래지고
땅속에서마늘은토실하게여물어가죠…
아그러고보니마늘의단풍은….가을이아니네요.
파도갓도미나리도..
온통시간덩어리들이죠,
시간없이는절대될수없는존재들
도무지감이오지않는시간에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