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삼주전에밤길을걷다가

야구선수가점수라도올리려는것처럼아주길게땅에넘어졌다.

진짜아줌마가되어선지혹은밤이어선지

창피한것보다넘어지면서드는생각

아니왜넘어지는거지?

혹시이것늙어서?라는생각에기분이나빴다.

무릎이아프더니다음날은오른쪽어깨가이상했다.

병원에가서사진을찍어봤더니힘줄이늘어났다고

어깨에다그의사는침인지주산지를몇방꿍꿍박았다.

사람이많은병원이라물리치료실의모든물건이청결해보이지않는다.

어깨를덮으라고주는수건도,,,

그러고보니어딘가아픈사람들이씻기나제대로씼을까,

베게도침대도..

팔은괜찮아진듯하다가묵지근하고가벼운듯하다다시아프고…..

컴두줄여야할것같아서일찍자리에들었는데

잠이도무지오질않아서티비를켰더니92살할머니가보였다.

정말자그마한할머니.

울엄마보다세살위시네.

그리고울엄마처럼정신이아주총총하셨다.

아근데그할머니며느리와이야기할때도아들하고이야기할때도

언제나내가잘못해서,내가오래살아서….

효자아들에효부인데도

왜그렇게쓸쓸해보이는지,

제사상을차리며며느리가이런일저런일을하는데

할머니도그냥곁에앉아계신다.

60이채안된며느리는그렇게생색을낸다.

김장뒤끝에이런일들너무힘들다며….

할머니의표정은아니진짜속내는

아니뭐이정도를가지고그러냐,난평생이걸해왔는데….는데

그래도결국며느리니가잘한다,

고생한다.내가무엇을알겠니,하며물러난다.

그러고보니그할머니정말그작은몸처럼세상에대해오직약자인존재다.

그작음,

기운없음,

약함은어린아이와같으나

어린아이에게는없는

부끄러움,수줍음,

세상모든것을

적어도며느리아들보다는더많이알고있으면서도

아무것도표현해낼수없는연약함,

사실울엄마도내가엄마방문을열고들어서기만하면웃으신다.

무슨말을해도웃고

나야그렇게무조건웃지는않는데

그러니까울엄마의미소도사실은약자의미소인거다.

미안함과고마움그런것들이합해진….

그렇다고엄마에게엄마안미안해도되고안고마워해도돼

그러니까괜히웃지마셔요.,,,할수는없다.

하긴말은이렇게해도엄마가뚱하시면속으로또그러긴할거다.

뭐가불만이신거지?내가뭘거슬렸을까?

그러니엄마의미소는지혜로운사람의자연스러운반사활동같은거다.

며칠전전화한토막

아마보성에있는교회권사님과의통환것같았다.

아이고내가인자영이집서산지가오년이지났는디우리영이가첫날하고똑같단말이요.

저것이첨에하도잘해줘서을마나갈까그랬는디오년이지난지금도똑같어라우.

글쎄친정엄마랑살면더다투고힘들다던데

나는다행히그렇지는않다.

특별하게잘해드린것도없는데

다행히아직엄마께소리키운일은한번도없다.

엄마랑사는것이별로성가시다는생각은안한다.

아니오히려엄마에게도움을받고있다.

내가가장싫어하는단순노동들

다림질마늘까기파가기양파까기감자까기이런일들을다해주신다.

맨날할머니부려먹으셔엄마는불효녀….

딸이이러면

나중에니는엄마에게이런단순노동시키지마라.

이것엄마엄청싫어하는일이거든.

하지만

혹시나도늙어서

나의행동반경이집과주변을넘나들지못할때면

딸만보면반가워서고마워서미안해서미소가저절로지어질때면

며느리나딸이하기싫어하는일을엄마처럼할지도모른다.

언젠가

엄마전동차가차하고살짝부딪혀

일주일동안검사를겸해병원에계실때

집에아무일이없는것같은느낌은확실했다.

그러니며느리들은오죽할까,

가끔여행을갈때나괜히시뉘심보가생길때

올케들에게엄마를좀보내계시게할까생각해보지만

엄마가전혀원치를않으시니그럴수도없다..

나없으면식사도혼자잘챙겨드시고

시장에가서숙주나물이랑콩나물도사다가만들어놓으신다.

아그리고가끔갈치도무랑조려놓으시고

맛이좋네,울엄마아직안늙었네.하면아주좋아하신다.

어젠엄마가목욕을깨끗하게하고나오셨는데

그게또고마웠다.

엄마엄마가목욕도이렇게혼자잘하셔서내가참편하네,

긍께나도그래서내가이라고내손으로목욕하다가천국가게해달라고맨날기도한다.

기도하는작은몸.

사실엄마는한참때나보다더키가크셨다.

그런데다친허리와엉치가붙었고…(엄마표현대로라면)

다리는휘어졌고

그래서키가점점작아져서

둥글게몸을말고기도하실때면얼마나작은지

정말참…..마음이싸할때가많다.

티비속의그할머니아들이그랬다.

아저어렸을때울어머니참크신분이셨는데

그많은살림들거침없이다하셨는데….

울엄마도물론그러셨다.

사남매잘키워내셨고

시동생들뒤처리까지….

교회일도많이하셨고…..

엄청많은일들을하고살아오셨다.

그런데지금은저렇게자그마한촛불……처럼살아가신다.

그리고나도금방저런엄마의모습처럼

약한촛불이될것이다.

내딸이나를바라보며

아울엄마….

내인생의모든이야기를엄마에게다했는데

언제저렇게약해지신거지…..

내가울엄마를바라보며느끼는이감정을

내딸아이가나를보며

가슴저리게생각할시간도멀지않았다.

일년이눈깜박할새지나갔다.

엄마는하늘나라로더가까이다가서고

나는엄마에게로더가까이다가섰다.

인생이다..

17 Comments

  1. Anne

    2014년 12월 18일 at 12:52 오전

    오년이나모셨는데첨하고똑같다는말.
    찔끔합니다.
    부모님이사시던집을정리하고
    서울사는아들대신나랑합치신지가
    20년이넘었네요.
    나는언제부터엄마한테첨같지않게대했을까?
    반성합니다.ㅎ   

  2. 푸나무

    2014년 12월 18일 at 2:07 오후

    아까외출하기전
    요즈음마실도못가고해서댓글을닫다가
    아차잊었네하다가.
    닫고돌아섰는데
    그틈에댓글을쓰셨어요.

    20년이요?
    아부지엄마요?
    사부님….앤님…….
    대단하십니다.!!!!
    어따감히ㅎㅎ지송합니당.   

  3. 키위

    2014년 12월 18일 at 9:54 오후

    나도엄마생각하고
    우리딸들도엄마생각하고
    그리고
    그때마다내가슴이녹녹해지듯,아이들의가슴도그랬으면하고바래요.

    엄마에게잘하시는푸나무님.대단하셔요.   

  4. 푸나무

    2014년 12월 19일 at 12:12 오전

    아…
    아닌데….ㅎㅎ
    그래도
    칭찬성탄선물로받겠습니다.
    감사해요키위님.   

  5. 산성

    2014년 12월 19일 at 12:41 오전

    그래..좀어떠셔요?
    사방이아프고그런것아니시지요?

    영이가첫날하고똑같단말이요…는
    앞으로도그리해달라시는
    지혜로우신어머님의강조법같기도하고요.
    세월가는거야어쩌겠습니까만
    어머님처럼곱고건강하고지혜롭게..가희망사항.
    기도하시는작은몸…을위해서저도!

       

  6. 말그미

    2014년 12월 19일 at 2:23 오후

    말그미푸나무님,
    야구선수가점수라도올리려는것처럼…
    그래다치진않으셨나요?
    딱하면서도웃음이…나쁘지요,심사.

    ‘엄마의미소’란표현이어떤말보다가슴이그리싸~할수가없습니다.
    그래도아들집보다딸이편해서어떤엄마들도아들보다
    딸집을진심으로좋아하지요.그러나사위한테는조금씩
    미안한미소이실것같습니다.
    이세상어떤엄마도다비슷하실거예요.
    그러나특히’영아’씨는엄마마음을편하게해드리는
    이뿐효녀라보기에도아주편안하고예쁩니다.
    그게푸나무님의일등매력입니다.^^
    나는이제딸보다엄마편입니다.ㅎㅎㅎ

       

  7. 푸나무

    2014년 12월 19일 at 11:50 오후

    산성님
    어깨에서점점내려오다가오늘아침은팔꿈치가아픈데요.ㅎ
    워낙병원가길싫어해서치료를안받으니이리오래가는것같습니다.

    울엄마귀가어두우세요..
    그리하여말소리가점점커지시죠.
    특히전화하실때는목소리가더커지셔서다아들려요.
    그러니강조법은아닐것같은데…

    하여간
    저두금방저리되리…..
    하는거죠.
    20날아침굿모닝ㅎ   

  8. shlee

    2014년 12월 19일 at 11:55 오후

    저도행신역에서
    계단을거의다내려와넘어졌어요.
    그때부끄러워서벌떡일어나려다다시또넘어졌어요.
    목격자한분이
    부끄러워하지마라고하시며
    다리를움직여보라고하셨어요.
    가던발걸음멈추고내가
    제대로움직일수있는지계속확인하고또확인하고
    괜찮다고할때까지…
    그리고가시더라고요.
    할아버지의사이신가…?
    넘어져도부끄러워하지마라…
    그때얻은교훈~
    엄마랑함께사는모습
    훈훈합니다~^^   

  9. 푸나무

    2014년 12월 19일 at 11:55 오후

    말그미님정말야구선수처럼
    아주길게넘어졌어요.

    다들아마웃겼을거예요.
    땅이방인것처럼누웠으니ㅋㅋ

    그쵸미소….
    아실것같죠.
    그렇다고제눈치를보시는것은절대아닌데
    자연스레그러시드라구요.

    저두이제딿자리보다는
    엄마위치인걸요.

    스페인은언제가세요?’부러버요,말그미님.
       

  10. 푸나무

    2014년 12월 20일 at 12:01 오전

    넘어져도부끄러워하지마라…..
    곡길에서넘어진것만이아닌…
    인생길넘어져서도…..
    의미심장한말이네요.
    정말친절하신할아버지시다요.

    엄마랑사니
    가끔하늘나라가신뒤..
    저빈자리를어떡하지?
    내일염려까지가끔오늘에데려다놓고할때도있답니다.ㅎ

    쉬리님천국경험
    저두하고싶어요.
    울아들취직으로…ㅎㅎ

    인생은산너머산이다~~~~^^*
       

  11. Lisa♡

    2014년 12월 20일 at 5:58 오전

    엄마모실때나중엔구박도하고그랬는데
    뭔가들킨이처럼심장이오그라들어요.
    엄마가고나서그부분이제일걸리던데.
    한결같기란얼마나어려운일인지.

    길게누운모습상상만으로웃겨요.
    (웃으면안되는데..)   

  12. 지안(智安)

    2014년 12월 20일 at 11:54 오전

    안녕푸나무?
    이러게확다가오는포스팅은오랫만!
    누굴닮아저리사람이넉넉할꼬했는데
    바로엄마닮아서였구려..
    휘딱가버리는시간들어느새12월.
    엄마는하늘나라로더가까이그리고푸님은엄마에게로
    마지막글귀가가슴저리게다가오네요.
    엄마내년엔더건강하시길진심으로빌어요!   

  13. 조르바

    2014년 12월 21일 at 1:54 오후

    저오늘’클라우즈오브실스마리아’봤는데여운이좀남았는데
    푸나님글과도…일맥…보충이되네요..^^공감이많이되요.
    누구나늙는다싫어도인정해야되는…동물의왕국에서노쇠는치명적이잖아요..ㅎ   

  14. 푸나무

    2014년 12월 22일 at 10:19 오후

    심장이요?

    그러니
    리님은엄청착하고순한사람이라니까요.
    오늘내가쓴글의아기돼지처럼….
    아아,돼지에서스톱하시지말고…^^*

    맘껏웃으세여.
    맨날리님은날웃게해주시자너.ㅎㅎㅎ
       

  15. 푸나무

    2014년 12월 22일 at 10:22 오후

    지언니,
    엄마생각하신거죠?
    사실은이렇게머라머라글쓰는나보담
    암말안하고엄마걱정하시는지언니가훨더효녀일걸요.

    저두언니엄마정말정말건강하시기를
    하늘나라가실때까지
    목욕손수하시다떠나가시길빌어요.아멘,
       

  16. 푸나무

    2014년 12월 22일 at 10:26 오후

    조르바님
    저두어젯밤클라우즈….봤어요.,
    연짱으로
    님아…두보구요.

    죽음에대한학습
    늙음에대한학습을시켜주는영화들이요즈음많아요.
    비노쉬…정말아우라가잇는배우죠.나이들어갈수록
    더욱그런것같아요.
    우리나라배우들처럼주사안맞은그얼굴이얼마나자연스럽고멋지던지…   

  17. 벤조

    2014년 12월 24일 at 7:36 오전

    저도아직까지는다림질,마늘까기…그런거하기싫은데(시간이아까워)
    딸네집에와서는기꺼이잘합니다.바지단뜯어진것,다림질까지…잘합니다.ㅎㅎ
    푸나무님이런글이저는참좋아요.눈물나게좋아…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