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그녀
BY 푸나무 ON 1. 22, 2015
이번겨울우리동네겨울은직무유기다,
적어도이즈음눈은내리거나쌓여있어야한다.
깊은상념에젖노라
도무지외관에무심한겨울나무들을
눈은덮어주어야하지않나..
늘푸른나무라는명칭이무색한저나무들
오히려겨울을더욱메마르게하질않는가.
노숙자들에게신문지한장이지닌엄청난온기처럼
겨울,
눈은내리거나쌓여있어야한다.
눈이지닌습기는나무에게만필요한게아니다.
지리멸렬한한겨울속의내게도꼭필요하다.
겨울이깊어가면
모든깊음이그러하듯이갈증도함께온다.
그러니드문드문눈이라도내려줘야지
이겨울을잘보낼수있지않겠는가.
지리하고또지리한시간들.
멸치의먼지를가볍게털어낸뒤
맨후라이팬에살짝볶아낸다.
올리브유를두른다음마늘편과청량고추를몇개썰어넣는다.
기름의느끼함과특유의향취를
마늘과청량고추가상당부분감소시킨다.
올리브유는샐러드로사용할때는당당하게맨몸을들어내나
멸치볶음에서는저안깊숙이사라져야한다.
때에따라다른모습이어야하는것을기름도인지하고있는것이다.
올리브유에대해
인지라는단어가너무뉴에이지적이라면
구조라는틀로바꿔볼수도있을것이다.
조청을붓고진간장도살짝붓는다.
보글거리며거품을내며끓기시작한다.
거품과끓음은모든것들이섞였다는사인이다.
불을약간줄인후잣과호두를멸치와함께넣어살살볶는다.
볶는시간이길어지면멸치는딱딱해지고
너무작아도감칠맛이없다.
마지막에향기좋은참기름몇방울을넣고잘볶은참깨를넉넉히넣는다.
강원도에서온곰취장아찌도조금담고
깻잎김치담아놓은것도약간담아쇼핑백에넣는다.
그리고그녀를만나러간다.
그때나온지얼마안되었던새우깡맛을보게해주었던내친구.
중학교일학년때부터만나지금까지친구로살아온
위대한여인R.
나는올해부터모든거대한것들에게서위대함을제하기로했다.
무슨이야기냐면
생각하고또생각해보니
살고또살아오다보니
사람들눈에보이지않는
아주작은것들이오히려절절하더라는것이다.
작고소소한,
진실하고고통스러운,
정직해서더욱힘든,
그모든것들을인내하며생명을성취해가는사람들….이
마치나무처럼꽃처럼
아니그보다더욱아름답고위대해보인다는것이다.
무엇보다질병앞에서무너지지않으며더욱더열심히생을이어가려는
장렬한행위.
내암에게지지않으리,이겨내리.
암과벗하는길에서그녀는담대하다.
내친구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