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다 친구야

친구야사월이다.

봄이만개한건가꽃이만개한건가

둘차이가미미하니꽃을봄으로혹은봄을꽃으로여겨도무방하겠다.

차이와분별을혹은분석을못마땅해하는것이봄이아닌가.

그래서미미함속에아름다움이있다는것을알려주는것인가….

나무나꽃을보며근원적인생각을그만하라는사인을

꽃이하는지도모르겠다.

거기내려놓으라는….가르침도있다.

봄바람속에는,

그냥꽃을꽃으로보렴.

자연스럽게

살랑이며속삭이는듯….

답없는문제를너무깊게생각하지말라고유혹하는구나

사월봄꽃들이내게말하는구나.

자지러지게개나리피었다.

사실개나리는잡초근성이다분하다.

가지를꺽어심기만해도자기를위한밭이라도되듯순항한다.

조금오래된집담벼락아래에서터를잡고어느순간담을타고넘어서기시작한다.

그리고위로만향해가는기세를살짝숙여다시땅으로흐르기시작한다.

그선명한노란빛을산수유은근한노랑과비교하며낮게여기지말일이다.

너의취향이나의존재와는전혀무관하다는것을

개나리는그선명한빛깔로나에게고한다.

겨우사나흘일이있어수안보엘다녀왔다.

그곳에는별로넓지않는천이흐르고묵은벚나무가가득하다.

특별한경우가아니면매해이즈음그곳을가곤하는데

활짝핀벚나무를만나는게쉬운일은아니다.

꽃의때를맞추기란얼마나어려운지…..

내가할수있는일이아니라시간이해줘야만하는일이기때문이다.

혹시라도기대를하며천변쪽으로차를몰았는데

아직도꽃망울은어린소녀의가슴이었다.

더군다나나흘동안내내흐렸다.

그런데돌아오는날어제

우리동네는완연한봄날이었다.

흰목련은북쪽을향해곧추서있던그리움의부동자세를버리고

맘껏활짝헤벌어져있었다.

양지바른쪽에서는자목련도그꽃잎을금방이라도열기세였지.

자목련은언제나내외할머니와함께존재한다.

이십대의나

사월의어느날

치매이시던외할머니

(아외할머니가….금방나도되겠지)

딸네집을잊지않고찾아오시곤했다.

바지를모자처럼머리위에쓰시고

어쩌면그리도천진하고상냥한미소였는지.

자신도상대방도없는그저미소만살아나는미소였다.

어린손녀인내게이것좀잡솨보시오참맛있단마리요

할머니치마가득놓여있던자목련꽃잎들,

할머니는자목련꽃을꺽을때

톡톡부러지는소리를들으셨을까.

꽃이부러지는소리가아닌

할머니생이부러지는소리아니었을까,

할머니입안에있던아직덜부서져있던목련꽃잎들

아름다운꽃그림자에어리우는상흔.

친구야

사람의기억이란어쩌면몸안의죽고또죽는세포들보다

생명이길다.

벚꽃은개나리위에엷은꽃그림자를드리운채피어나있다.

그리고그아래나지막한풀들과키작은꽃.

쇠별꽃개별꽃현호색무수한종류의오랑캐꽃인제비꽃들은

색색으로피어나지만나무꽃에가려잘보이지않는다.

사람눈에만안보이는게아니라벌나비에게도보이질않아서

통찰력있는여름제비꽃은부러꽃잎을열지않은채

자가수정을해서자손을남기기도한다.

그러고보니생은알거나터득되어지는것이아니라

그냥살아내야만하는것인지도모른다.

여기저기가득한질고를보니그렇구나.

언니의시댁조카는좋은대학나와서좋은곳에취직한명망있는청년인데

지난주금요일자동차사고로세상을떠났다는구나.

장례식에참석한형부는

동생부부가똑같이기절해있는모습을보아야했고

명망이라는단어가오히려슬프잖니,

슬픔을더깊게하잖니

그부부는살고싶을까.

눈을뜨고싶을까,

살수있을까

암이하두많이전이되어姑息적치료를하는사람도가까이있다.

시어머니를옆에두고하는쉼이라니그게정말쉼일까,

언니밥잘먹어야해….라는말에도훌쩍이는언니

그리고혈관을꺼멓게태우며지나가는무서운주사를맞는너도있다.

사월의꽃은

세상의질고를

아주

잠시라도잊으라며

피어나는것일까,

친구야너의아픈이야기를들으며

그저너와함께벚꽃그늘아래를함께걸어야겠다는생각을했다.

꽃이네머리위에서일렁이며

꽃그늘을만들면

잠시라도네아픔이고통이잠잠해질까….잊을수있을까.

시어머니를옆에둔쉼보다는

꽃을마음에담는쉼이라면

조금이라도살아갈힘을비축해주지않을까.

아무생각없이

그저

꽃을바라보는

,

우리가할수있는

겨우할수있는일이다.

친구야벚꽃아래를

꽃그늘아래를

천천히

아주천천히거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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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벤자민

    2015년 4월 9일 at 8:09 오전

    그래요사람이산다는게일순간인데..

    저도골프장에서저랑친하게지내는아줌마가한분잇어요
    성격이참좋으셔요
    푸나무님처럼비자금으로웃고하던그런~~~
    그런데언젠가부터잘보이지가않더라고요

    건데누구말에의하면
    암수술을받앗다고해요
    그후길에서함만났는데괜찮다고명랑하게웃고…

    건데이번부활절때교회에서우연히봣어요
    그곱던얼굴이말이아니고피곤함과고통이깔려잇었어요
    돌아나오면서기도하는장면을힐긋봣는데
    왠지그기도가살려만주십시요하는것같은~~~
    마음아팠어요

    happyEaster!

    한국보다는더친밀하게닥아오는소리지만
    고통받는이들이
    예수님처럼다시부활할수만잇다면
    얼마나좋을까요   

  2. 순이

    2015년 4월 9일 at 10:00 오전

    생각보다몸이말을안듣네.
    나이는몸으로오는지마음으로오는지.

    낼결석합니다.   

  3. mutter

    2015년 4월 9일 at 12:00 오후

    치매이신외할머니의모습이동화의한장면같이
    아름답기까지합니다.

    내친구남편이암의마지막단계인데쳐다보는친구도
    몹시힘들어합니다.
    ‘각오는하고있었다만많이힘들다’
    그러더군요.올해는벗꽃구경도못하고집에만있네요.
    약먹으면멀쩡하고약기운떨어지면아프고..뭔조화인지   

  4. 연담

    2015년 4월 11일 at 12:14 오전

    좋은글공감하고갑니다.
    아들잃은그부부는살고싶지않겠죠?
    그러나살아야되겠죠…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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