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 ㅡ심리정치

어젯밤하늘은더할수없이짙은블루였다.

아마도비온뒷날가시거리좋은낮의여파였을것이다.

어두운밤하늘이라하여색없겠는가,그저어두운색하나겠는가.

말그대로어두운색은수많은밝은색처럼많을것이다.아마도.

광화문시네큐브쪽에는은행나무가많았고

우리동네버스에서내려서걸어오는길가로수는주로느티나무였다.

어찌되었던그들은아기손같은어린순을몸밖으로내밀고있었다.

가로등이멀고가까움에따라위에서혹은아래여서….

당연히나뭇잎들은하나같이다르다.

그러니까나무들그새순들은정말형형색색이었다.

한나무에서솟아난수많은다름들이어둡고강한블루의밤하늘을배경으로

나무마다절경을그려내고있었다.

가느다란검은가지가보이지않는어느나무는

나뭇잎들이마치하늘에둥둥떠있는것처럼보이기도했다.

표현키어려운색의향연이거기펼쳐지고

모아지고흩어지며혹은혼자서….빚어내는수많은형체들

나는가끔혼자슬며시오만해질때가있다.

어젯밤나무를바라보며돌아오던길에서그랬다.

세상에지금이순간누가이밤에지금나처럼나무를바라보며아름다움을느끼겠는가,

이밤이시간이나무아래는지금나혼자뿐인데…..

그러니참얼마나기발하면서도초라한오만인가

사실우리는

저마다의삶에서

저마다의독특한경험을하며

저마다의시간을살아가고있다.

그림으로친다면어느누구도그려내지않는오직나만의그림.

그러니다가오는시간들을지금을과거를아쉬워할일은아니다싶으면서도

시간은사라진듯하오.

세월만남은듯하오.

어제먼캐나다에서온카톡에답을하며한숨을지었다.

한병철의책세번째다.

피로사회

시간의향기

그리고이책심리정치

책뒤에는문지에서비매품으로발행한한병철과의대담록이붙어있었다.

그는오늘날언어가없다!고했다.

침묵과고요속에는언어가있지만

엄청난소통의소음과말없음은언어가없다는것.

앎은없고정보만있는사회

앎은전혀다른시간구조과거와미래사이에걸쳐있는,

앎은경험에기반을두지만

정보는현재지금뿐이라는것,

그가표현한

성찰없는구글학!에나는밑줄을그었다.

첫챕터

<자유의착취>

자유는결국에피소드로끝날것이다.”

그는첫문장부터나를쥐고흔들기시작한다.

신자유주의인이시대에

우리는자발적으로스스로즉매우자유롭다고여기는상태에서

서브젝트가아닌프로텍터로서살아간다고여기지만

결국자유롭게나의판단아래나에대한온갖정보와데이터를웹에올리며

모두가자기자신의파놉티콘이된다.

디지털시대의성물인스마트폰의친절한권력은

우리를억압하기보다는유혹한다.

주체와대적하는대신주체의욕구에부응한다.

스마트권력은위협하고규제하는권력보다더큰영향력을지닌다.

지배는그냥저절로이루어진다.

신자유주의심리정치는세련된자기착취의형식을고안해낸다.

이시대마법의주문인<힐링>

무한한성과를위한자아의최적화를의미한다.

힐링은완벽한자아착취다.

긍정성의폭력은부정성의폭력만큼이나파괴적이다

더큰성과를위해끝엇이노력해야한다는

자발적강제속에서힐링은킬링으로전락된다.

사람의인격에무한긍정만있고

부정성이없다면삶은죽은존재가될것이다.

(나는그의부정성을내식으로해석했다.

悲哀旅愁憂愁혹은신산한삶에서다가오는어두움그림자

그리고부조리함….)

새로운신앙인다타이즘(데이터지상주의)은매우객관적이다.

그리고투명하다.

그러나이다타이즘은

디지털다다이즘이다.

맥락을포기하고언어의의미조차상실된디지털허무주의

어마어마한데이터는

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에아무런답을주지못한다.

오히려양화된자아,

즉자아를온갖데이터로분해해서의미의진공상태에이르게한다.

수치는자아에대해아무것도이야기하지못한다.

자아를지탱하는것은수치가아니라이야기이다.

빅테이터는개인이의식하지못하는미시행동을가시화할것이다.

디지털무의식이라고명명할수도있는이지점에서

디지털심리정치는대중의행동을장악하고조종한다는,

니체의자연화

갑작스러운,파괴적인,…성분이들어있는.

이곳에서새로운상태가시작되고.

예속상태에서해방이되는순간이기도한다는

자유는결국에피소드로끝날것이다:

라는문장이다시한번절감된다.

그의글마지막챕터는<백치>이다.

들뢰즈의강연

바보노릇하기는언제나철학의기능이었습니다.“

오직바보만이완전히다른것에접근할수있다는….

백치상태속에서사유는모든예속화와심리화에서이탈

유일무이한내재성의장으로들어설수있다는것,

내재성의내재성은그무엇에도예속되지않는

즉자본은삶을삶자체에서소외시키는초월성으로나타나는데

삶의내재성은이런소외관계를폐기한다는

순수한내재성은공허라는

가볍고더풍부하고더자유롭다는

바보가들어갈수있는내재성의층위는

탈예속화와탈심리화의매트릭스라는

텅빈시간속으로보내는

부정성이라는…..

내가원하는것에서나를지켜줘!(제니홀저)

한병철의시선은눈부시다.

길지않는그의글을읽으며

맞아,그래

서늘하게나를바라보며긍정하지않을수없다.

그의시선은우리가얼마나사소한것들에게휘둘리는가

나보다는나아닌것들에나를주며살고있는가

내면의무게보다는

허황한것들기분에즉흥에휘둘리며살아가고있는가를직시하게한다.

..

한병철의시선만눈부신가.

아니

어젯밤나뭇잎들도참으로눈부셨다.

한병철사진은전부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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