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황제

어느시인의속이야기

저어기먼데먼곳아주더운나라보르네오에는

축구공만한열매를맺는박나무가살고있다고

박이익어서터지게되면그안에있던수백개의씨앗들이

아주우아한모습으로날아가는데

그씨앗에날개가달려서라고,

실제비행기가이씨앗을본떠만들어졌다고하니

새에서비행기가태어난것이아니라

세상에

씨앗에서

식물에서

나무에게서사람은나는법을배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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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이야기는굉장히사실적인데도

저항하기어려운서정을지니고있다.

별로정성들여시를쓴게아닌데도

그놀라운정보력이어떤깊은사고력보다우위를점하는드문경우

겨우오렌지몇알고르면서도

어느것이더크고싱싱한가

(사실제대로알지도못하면서마치알기라도하는척)

세상이라도무너질것처럼골똘이사색하며고르는

생활무수리그녀를무춤하게하고야만다.

윤동주던가.

생명은결국죽어가는것,이라고말했던이가.

어제아람누리음악회에서

나는하늘을날아가는보르네오의섬의박나무를생각했다,

날개달린식물이날아가는순간들을바라보는것같기도했다...

아주낯선기분과낯선곳을향해움직이는

그정적인식물체를….

내안으로들어온음악은

나를이세상에서빼내

음악의세상으로데리고가는거…...

그러니까그곳은아주매우각별한음악의세상.

그렇게나도음악속으로음악과함께……

갔다.

베토벤의피아노콘첼토<황제>

특히2악장은내겐정말음악이지닌진정한권력을느끼게하는곡이다.

당연히베토벤의영화불멸의연인에서

그리고카핑베토벤에서

황제는흐른다.

그러나황제가정말멋지게…..왕림하시는영화는

다르덴형제가만든자전거탄소년이다

그것도딱한소절.

.

외로운소년시릴이가슴속에입은자상을나타내주는음악

음악이나올때아,!!!!

가슴이시릴처럼져며지려하는순간

황제는,음악은,끝나고만다.

사라지는순간

오히려더욱음악이존재하더라.

이악장완서악장이시작되며

바이얼린의현은우아하고고요하게

그러나깊은슬픔에대한사색과함께흐르기시작한다.

아다지오만이지닐수있는투명하고맑은적요,

지휘를하던피아니스트가그현을이어받아아다지오의세계를

온화하게더듬어간다.

목관이합류하며

애절함은더욱깊어진다.

그러니까이즈음에서나는그런생각이들더라.

이런애잔함

이런애틋함이런슬픔…..들은

우리가느끼는동일한감정들과는궤를달리하는게아닌가.

설령똑같은슬픔이라하더라도

음악이지닌슬픔은….

슬픈스토리는슬픈기운은슬픈향기는,

우리가생을지나가며경험하는그런슬픔들을

정화시켜주는슬픔이아닌가.

혹은미리슬픔을알게하여

생의어느순간에서느닷없이너무도부조리하게다가오는

폭력적인슬픔을견디게하는능이아닌가…..

관조할수있는여력을지금내게배우게하는게아닌가.

다시목관과피아노가한량없는부드러움으로서로가하나되어가며……

그리고감정은서서히고조되기시작한다.

슬픔의강이라하여거기슬픔만고여있겠는가.

슬픔의환희슬픔의파도슬픔의열락슬픔의파티.

좀전까지

마치죽은자식의관을쓰다듬던여인의창백함이

그곤고함이

눈물을흘리지않아더욱깊이사무쳤던절제된고뇌

다가오는폭풍우……속에서벗겨진다..

광폭하게휘돌아가는검은벨벳치마….

황제는아타카없이3악장으로넘어간다.

빠르고격렬하다.

태풍처럼….거대하며화려하다.

그러니까나는

어젯밤아니이제그젯밤인가

태풍의눈속에있었다.

시인이말한보르네오산박나무…..

혹시그들만의리그에서

그들만이들을수있는음악의세계…..가있어

그힘으로그렇게먼곳으로날아가는게아닌가,

새로운곳

새로운공간

새로운시간속으로….

공연이끝나고난뒤다들무대를나갓는데

콘트라바스주자들셋은남아서악기를아주열심히닦았다.

인터미션시간에피아노를조율했다.

아시아투어기간중내한하는안스네스와말러체임버오케스트라는이번공연의1부에서는순정한매력이빛나는베토벤의피아노협주곡제1번을,2부에서는교향적협주곡의정점을이루는피아노협주곡제5황제를선보인다.서로에대한깊은신뢰와긴밀한호흡을바탕으로,음악적난이도가높은베토벤의작품을피아니스트가직접지휘하며협연하는이번공연은한국인이가장사랑하는클래식중하나로손꼽히는황제협주곡과같이친숙한작품을더없이새롭고신선한해석과일체감있고완성도높은연주로만날수있는소중한기회가될것이다.

피아니스트(안스네스)거인의지하깊숙한곳으로부터베토벤을끌어내그가두발로지상에우뚝서게했고,우리는영혼의눈을통해그를볼수있었다.베토벤을이토록가까이에서만날수있는기회란쉽게오는것이아니다.함부르거아벤트블라트_HamburgerAbendblatt,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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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trio

    2015년 5월 13일 at 6:29 오후

    멋진연주회가셨네요.
    연주회에다녀오면잠을얼른이루지못하지요.
    이틀에걸쳐…포스팅을올리셨군요.ㅎ
       

  2. 푸나무

    2015년 5월 14일 at 1:08 오전

    잠을못이룰정도는아니었지만
    가슴이…..나보다더좋다고하더군요.
    그제화요일밤이었어요.
    글은시작하면즉시주욱써버리는스타일이라서
    가끔오타도가끔문장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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