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 트래킹

흔히한장의백지가

그위에쓰여지는말보다

더깊고,

그가장자리는

허공에닿아있으므로가없는

무슨소리를울려보내고있는때가많다.

거기쓰는말이

그흰종이의숨결을손상하지않는다면,상품이고

허공의숨결로숨을쉰다면,명품이다.//흰종이의숨결/정현종

백지흰종이

글이써지지않는빈공간에대한이야기지만

기실은아직써지지않는시에대한이야기이다.

변죽처럼들리기도하지만

그변죽이어느울림보다크다.

비유적인은유라기보다는

정말시를감추인채

그냥백지에대한이야기를

그가장자리에대한이야기를

그숨결을……지극히고급한정신적인부분을

슬쩍내려뜨려상품하품으로구별하는…..아주우아한시다.

그한가운데에시가있다.꽁꽁숨겨진채….

네시간이나차를타고가서지리산자락에도착했다.

남원에서도다시지리산을찾아서한참….

반선이란곳….하마삼십여년전에틀림없이몇번은왔을……동네인데

아무런기억이없다.

내게부여된시간은다섯시간반

길초입에서세상에개회나무꽃이보인다.

함박나무꽃도보이고….뭐야저것은다래나무?

그리고발아래때죽나무꽃이가득하다.

본래의길이아닌나무데크가놓인곳도많았지만

오른쪽으로연이어흐르는계곡물소리가유장하다.

지리산은전설이무성한곳이다.

전설이많다는것은품이넓어서이야기가많다는것이요.

무엇보다넓은품으로안긴사람도많다는이야기다.

지리산이뚜벅뚜벅걸어서세상으로

나왔는데어느요망한여자가

산이걸어나온다!’소리치는바람에거기그자리에우뚝멈춰섰다는….

지리산의전설은그넓은자리만큼무한한상상을하게한다.

산이걸어나오다니,세상으로,그큰몸으로…..

그중에서도뱀사골은

여기저기뱀과용의이야기가무성한곳이다.

맑고푸른물이깊게고여있는용소는

신령한스님이신선이되는이야기.

그러나결국이무기가스님을잡아먹은이야기

절은이무기에게신령한스님을제물로바치는비열한이야기,

하여간더욱신령한스님이이를알아챈이야기….

그래서반선도신선이반만되었다는….

용이되지못한채계곡을굽어보는…..용바위도있다.

그렇게유월의숲으로들어선다.

물이푸르다.푸른가하면녹색이다.

청록색인가하면지나치게맑다.

특히자그마한소의물빛은뭐라형용키어렵다.

모든맑음은색을떠나존재하는것같다.

아좋다.

무엇이,왜어떻게…..는전혀필요치않다.아니없다.

그냥좋다.

숲은특히유월의숲은그의울과창으로

내가지닌모든빗장을제한다.

그리고맨마음의…..나를끌어낸다.

시가쓰이지않는백지가

허공에닿아있는것처럼

숲은,정중동의유월의숲은

맨마음의내게가없는그의소리를들려주고있다.

그런순간이야말로백지의상태아닌가.

순수원초….근원…..

그러니까숲을걷는다는것은

시인이백지에서시를찾듯

숲에서나를찾아가는길일수도있겠다.

죽은나무에서솟아나는새나무들……

그러니까나무가흙이아닌곳에서도살아날수있다는것이기도하고…..

나무이새끼들이겠지..

쌩둥맞긴하지만숲아닌동네에서찍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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