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겨울이선다는입동이다.

반듯하고당당하게진군해오겠다는,

이제내세상으로휘감겠다는겨울의포고이다.

이제너희는허하라!는진군의자세이기도하다.

그래도아직11월이다.

11월은<늦어도십일월에는>적어도겨울은아니다,

비록어느날갑자기차가워진날씨에

갓난아이손톱같은서설이조금씩흩날린다할지라도

여전히가을이유효한시간,

창덕궁은만추의절창이울려퍼지고있었다.

붉디붉은당단풍은콜로라투라다.

역광아래서바라보는느티나무의노란빛은황홀한엑스터시….베이스다.

오래된시간을가늠하게하는화화나무의물듬은오페라의레치타티보(대사)

짙은갈색의굵은떡갈나무이파리하나아직부서지지않은채

땅위에우뚝하다.콘트라바스.

그리고가장아름다운정원인관람정에비치는만추의풍경은

정적이고고요한아다지오를연주하는오케스트라다.

서울근교에이렇게깊은숲이과연존재할수있을까….

언제나경이로움을품게하는비밀의뜨락,금원의숲.

부용지의작은우주와정은지극히아름답지만

지나치게각이져있다.

혹시그래서부용정의아름다움과천원지방을나타내는둥근섬의아름다움이

더욱도드라지는걸까?.

누군가,거기에부드러운나무나혹은무엇인가를살짝얹어서

그각짐을완화시킨다면혹부용정의자태가흐드러질가?,

애련정과불로문지역을가기전

궁전건물이라고할수없는조촐한의두합이있다.

효명세자의독서당..

그리고그곁의궁전에서가장작은건물운경거

의두합과운경거사이의작은돌담이새삼눈길을붙잡았다.

여러번창덕궁을다니면서도한번도제대로보지않았던돌담이었다.

저리아름다운담이전에두있었던가?

사람의손길과돌담의이끼가함께하고있었다.

세월은….

그렇다모든존재하는것들에게자연을덧입힌다.

세월은自然化를지향한다.

자연스럽고그래서더욱그윽한돌담이었다.

담위로피어나는단풍들,

여전히아직도초록을고집하는나뭇잎들도있었다.

단청입히지않는소박한기와와함께어우러지는풍경.

그곳의풍경은물처럼흘러갔다.

고개를조금만달리해도전혀새로운공간들이펼쳐졌다.

의두합에서바라본연경당앞의나무들

연경당앞에서건너다보이는의두합과운경거

애련지에서보이던느티나무와은행나무

그리고멀리보이는커다란당단풍나무의붉음,

아이들은웃으며뛰어다녔고연인들은풍경에풍경을더했다.

돌담은마치그들사이에솟아난한그루그윽한나무처럼향기를내뿜고있었다.

그렇다풍경!이었다.

거기언제나존재하는데

나와의관계가이루어지지않으면

그것은풍경이아니다.

그러니까풍경은

결국소통과관계사이에서이루어지는

정신의주류인것이다.

기품있는자태이며철학을겸비한로고스다.

풍경은정지돤경관이아니라움직이는존재,.

어딘가로이끌어가는깊은사유,

몇년전가을스촨성어느마을에서보았던무참하게져내리던자작나뭇이파리들

바람한줄기에춤을추듯우수수져내렸다.

그때내마음이허했었던가,

<져내림>이그대로내안으로스며들어

지금도가을이면되살아나곤하다.

그러니까풍경은씨앗이기도하다.

풍경과만나는그순간

풍경은누군가의밭에뿌려지고

그리고풍경은마음속에서순을내민다.

풍경은바람처럼관계성의산물이다.

자그마한연못관람지

휘듯이흐르는,침묵하며고여있는관람지와함께하는관람정역시

그아름다운하모니로인해

사람이지은것이아니라연못에서솟아난것처럼보인다.

사방으로트인공간,

그안으로바람이지나간다.

그리고나처럼바람도잠시서성인다.

서로의안부를묻는곳,

바람은대지가내뿜는숨!이라고이라고장자는갈파했다.

바람은관계속에서솟아나는에너지를

가장집약적으로보여주는존재이다.

바람은형체없이스며들어떨리게한다.

움직이게한다.

흔들리게한다.

참으로바람은모호한존재이다.

타자로인해서만자신의존재를들어내는

그바람과흡사한풍경역시그러하다.

경관으로만여기는이에게풍경은없다.

풍경은느끼는이에게다가오는

그래서보이지않지만어느완벽한존재보다더한완전체,

창덕궁금원은갈때마다다른모습으로다가온다.

가뭄탓인지옥류천물은말라있었다.

그리고아주커다란나무몇그루가밑둥만보이고있었다.

수년의가뭄탓에소박한정기를가득내뿜던옥류천주변은

건조하고스산해보였다.

벼락맞은커다란나무한그루도보였다.

욕망의식물학이란글에서저자는말한다.

꽃은인간을유혹하여식물자신을위해서움직이고생각하도록만들었다고,

꽃자신을인간이욕망하게하여공원에도로가에정원에창가의화분위에

끊임없이자신의종자를퍼트리도록꽃이인간을조종한다는것,

풍경은내게다가오는것일까?

거기그대로오롯이존재하는것을

내가슬쩍훔치는것일까?

11월금원에서

가을에그것도늦은가을에흠뻑빠지다.

6 Comments

  1. 참나무.

    2015년 11월 10일 at 4:09 오전

    우와~~~감탄사만나옵니다

    오정희씨만나러가야해서맘이급하여그냥나가려다’콘트라바스’때문에로긴

    콘트라베이스…습관처럼쓰는사람들전싫더랍니다
    더블베이스라면또모르지만-까칠해서어쩌나…;;
       

  2. 물위에 달가듯

    2015년 11월 10일 at 9:14 오전

    이는누구인가?
    용광로처럼뜨거운가슴을가졌나
    가슴의깊이가다른가
    같은것을보고서
    이렇게다르게보고노래하다니
       

  3. 벤조

    2015년 11월 10일 at 6:29 오후

    사람이살짝들어가니까풍경이다가오네요.
    그러자는말씀아니었어요?ㅎㅎㅎ
    오랫만입니다.

       

  4. 산성

    2015년 11월 11일 at 12:15 오전

    깊고아름다운가을궁나들이
    봄이오면벼락맞은큰나무건너편엔
    함박꽃들이환~하지요.
    그리고연못가엔
    구름나무,귀룽나무들도꽃을달아내고요.

    풍경을훔치다니요
    그안에머무시는푸님께서도한풍경인것을…
    가을풍경속에서봄을추억해봅니다~

       

  5. mutter

    2015년 11월 11일 at 8:27 오후

    창덕궁에가본지가십년도넘은것같아요.
    초등학교때미술대회에나가입상도못했던기억이아직도
    가슴아프게기억하고있어요.ㅋ
    사진잘찍었어요.아주멋져요.   

  6. J cash

    2015년 11월 12일 at 1:17 오후

    푸님이쓰신윗글의"풍경은결국소통과관계사이에서이루어지는
    정신의주류인것이다"말씀은
    세잔의
    "나는풍경의의식이다
    풍경이내속에서자신을생각한다’라는말과
    같은것으로이해되네요
    ㅡ즉풍경과그것을바라보는자가하나가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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