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받아쓰기 공책
BY 푸나무 ON 11. 23, 2015
가을산을못보고가을가버릴까봐못내초조했네.
사는게왜이리번다한지무슨중요한일이많아서산에도못간다는말인가,
게으름탓이지.
산과정분났을때는만사젖히고산을갔네,
산에혹하여정신이없었네,
가지않으면세상만사가허망했고산에들어서면깊게숨을들이쉬었네.
그무렵누군가내게부카니스트라는별호를붙여주었는데
기쁘게받아들이고즐겁게사용했네.
그즐거움속에는전혀나와어울리지않는간극이있었지.
평소의내가아닌듯하여그리신기했다네.
위영과산이라니,
산과바다처럼아득한말이었지.
그러니그래서참치열한연애였다네.
산을오직나만의사람인듯도여겼으니,
산으로서는오불관언,
그러나그의위대함은바로거기에있지,
아무리찌질한사람이라도차별하지않는다는것,
차별은속세의것이라는것,
그리하야천지분간을못하고깨춤을추었다네,약삼년여간,
사람이그렇지,산과난정분이라하여잦아들지않겠나.
올핸열손가락안에꼽을정도가되었으니
이젠부카니스트라는어불성설이되었네.
그래도내맘어딘가모셔두고싶은은밀한단어라네.부카니스트.
오후부터비가내린다더니시야는흐릿했네.
집에서조금만차를타고나아가면저어기하늘자락아래삼각산이오롯이나타나지,
신기한이야기를아들에게많이전수해주신시아버님께서는
삼각산을학산이라고도불렀다는군.
멀리서보면흰바위들이하얀학처럼보여서….
나무위의학식구들…처럼보이지않았겠나.
그이야기를들은후나도가끔생각해보긴한다네.
더군다나어제는하늘에서구름이살짝내려와삼각산봉우리를은은히덮고있는데
가히신선이살만한곳처럼아득하게여겨지더라는거지.
어느풍수학자가그랬다고올만에같이산을가는마이브라더가그러더군,
명산은높거나험해서가아니라신선이살고있어야명산이라고….
그러면서시아버님해주신이야기를해주는데
우리나라지리산에도갈처사라는신선이살고계셨다는군,
하도낙서28수를아는바둑신선,
어느선비가과거시험에실패실패를하여낙향을했다는군,
지리산어디쯤여관에묵는데
공교롭게도돈이엄청많은중국상인이거기에함께묵었던거라.
(언제나스터리는기막힌우연에서비롯되는거지)
선비의아내용모를보니천하절색,
흉심이동한바.수작을걸어선비에게바둑내기를두자고….
이선비도바둑이라면지는일이없는사람이라…게임신청을받아들였지.
<천냥을걸겠소…통크게중국상인이말하니나는그런큰돈에걸맞게걸것이없소.그럼대신당신의아내를거시오.당연히선비에게는천냥이라는어마무시한돈이어른거렸겠지.에이설마내가저중국상인에게지리…좋소.>
내기는시작되었고쉽지않는게임중간에중국상인이화장살에갔다네.
그때아랫목에누어있던늘그니가일어나바둑돌몇개를움직거리더니
휭밖으로나가버렸다는거야,
보나마나헐한차림일망정범접치못할기가있었을터,
다시중국상인과바둑을두는데몇수안두고중국상인이졌다며돌을내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