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로음滿路陰

만로음滿路陰즉길가득온통그늘이라는

아름다운단어가있다.

이렇게아름다운단어를만나면

허공속에길미리내같은이생겨

마치그길을걸을수있을것같다.

보성군문덕면에있는대원사가는길은왕벚꽃나무가

길양쪽에가득찬길이다.

한쪽으로는작은줄기강이흐르니

벚꽃잎난분분난분분질때면

어허,입을닫게하는풍경이다.

허나그순간은

언제나그러하듯매우짧다.

모든아름다움은극도의허무속에피어나는꽃이다.

아름다움은주체가아니라

대개사람이라는객체의것으로

마치꽃처럼

(꽃은사람의감정과흡사하여)

허망하기그지없다는것,

꽃이지고말면그뿐,,,,이아니라

꽃이지고난후

거기가득만로음이펼쳐진다.

그러니까빛이들이치지못하는그늘이다.

대신나뭇잎향기가짙어지고

짙어진향기는사람의몸에배어든다.

만로음을생의그늘이라고

하여생의고뇌가걸어가는길이라고

사유,그늘,고통,고독과침잠의강이흐르는만로음.

사람의성정이부박한나같은사람은

솟아나는만로음은없다할지라도

만로음

대원사가는길에서

그깊은만로음속에서

어디이런아름다움있으랴….했다.

그러니까젊은이에게서만로음을찾기란

참으로어려운일이다.

며칠전금호아트홀에서연주회가있었다.

엄마말러가있어서내가표구했어….’

갈수록내딸나의벗이된다.

엄마의취향까지알아서챙겨주는최고의소울메이트.

말러가16살에작곡한

말러의피아노사중주는겨우한악장이었다.

우수어린한멜로디가마치소리의여신처럼여기저기를누비고다녔다.

저아래…..콘트라바스의음부터시작해서피아노고음까지아우르더니

다시저맨아래피아노의저음까지….

그러나그의음악은

나의저깊은곳,어딘가에깊이숨어있던

고독한자리를찾아냈다.

그러니까나는

내안의낯선어느부분의존재를그제야,

감지하게된것,

말러의선율은

악기를깨우고사람을깨우고다시저먼나라로혼자떠나는….

어둑신하고고요한,

그러나지극히서정적인

고독한나그네…..<소리>

모짤트가음악의아름다움에젖어눈부시게빛난다면

구스타프말러는세상에,

16살에그는만로음을알았던것이다.

지인과한향림옹기박물관에갔다.

커다란독에하얀버선그림이그려진독이있었다.

금줄과비슷한이유도있고

벌레를방지하는의미와

혹여맛이사라진장이라면다시버선발신고돌아오라는

당부의의미가아주흥미로웠다.

버선그림도처음이었지만

<푸레독>이란단어도처음이었다.

(박물관에는버선그림이그려진독이푸레독인것처럼

설명이첨부되어있었다)

그러나검색해보니실제푸레독은색이검고푸르스름하여

푸레라는이름이붙었다고한다.

궁중에서임금님의쌀을담아놓은어미(御米)으로사용되었고

마지막구울때생솔을가득넣고밀폐시켜숲의검댕이

독속으로들어가서숯이지닌정화작용을할수있는독이되는것,

이런좋은그릇이편리함에묻혀

사라져버리고

우리는가짓수만많은

위해한그릇들을사용하고있다니….

작게소박하게단촐하게자연친화적으로

이제우리는살수없는것일까?

40여년이넘게미국에서살아오신지인께서그러셨다.

무슨채널을틀어도한국말이나오는것이너무행복하다는것,

그리고지하철이나버스를탈때

다똑같은사람들곁에있으니

눈에띄지않아서,

아무데나숨을수있어서

너무편안하다는것,

우리에게는너무나사소해서보이지도않던것들이

그분의눈에는감사고행복인것이다.

나무그늘만만로음일까?

만로음은꽃처럼환한젊음이아니다.

고요한침잠이다..

삶이라는나무…..를살아가고있는

우리도

이제금눈부시지않는

만로음의시절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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