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 기념일

지난금요일은우리가결혼한지10년이되는날이었다.공식적으로야그며칠전에결혼

서약서에사인을했지만결혼식을치른건20019월23남산한옥마을에서였으니까.

그래서우리의결혼기념일은923일인데,사실올해는10년째되는다른때보다는어

느정도의특별함을부여할수있는때니만큼특별한이벤트를준비했지만한인학교수업도

있고해서우리의특별한이벤트는10월초로미루기로했다.

대신결혼기념일인지난금요일남편은휴가를내서우린아침일찍스파에가하루종일을

유유자적하며보냈고,저녁에는집근처태국식당에서둘만의단촐한저녁식사를했는데

그식당은전에도가본적이있었지만콘셉이조금달라져흥미로웠다.예를들어전에있

라–카뜨”메뉴는그것대로유지하면서조금씩여러요리를맛볼수있는뷔페가새

롭게마련되어있었는데,주중에는가격이$24.99이고주말에는가격이$29.99로가격도웬

했고,무엇보다감질나게조금씩나오니그저그런맛도맛있는듯여겨지는착각아님감

이들면서가격대비만족도가꽤높은편이라고평가할수있었던점이장점으로보였던

거다.

거기다와인이나알코올을직접가져갈수도있게되어있어서(이곳의많은레스토랑은그런

정책으로손님을불러모으는데,아마우리나라에는아직까지이런레스토랑은없지않나싶

지만혹나만모르고있을수도있겠지싶기도하다.)식사값만든다는아주경제적인측

,즉실용적이라는것도이런레스토랑이환영받고흥할수있는이유중하나일거란생각

을해보게됐다는거!

하지만단하나흠을잡자면,우리가주문한음식에는모두빨간고추표시(이건맵다는표시)

가있었지만워낙매운것에강한남편과내게는고추가들어간건지아님고추를살짝넣다

빼낸건지감을잡을수없을만큼맹숭맹숭한매운맛을내고있었다는게있겠다.물론평

균적인매운맛이그거였다고한다면더이상할말은없었지만서두말이다.쩝쩝~

그래도이것저것맛나게배부르게먹은남편과나는기분이좋아졌고,시원한밤공기를마

시면서옆에있는다른레스토랑의메뉴도힐끔거리고짧은산책을한후집으로돌아왔다.

그리고집에있던DVD중하나를감상하면서졸다가깨다가를반복하다마침내일찌감치잠

자리에들었는데이왕말이나온김에우리의특별이벤트에대해잠깐언급을하자면그보다

앞서이일로얼마전에있었던남편과나의신경전이랄까,작은말다툼부터먼저이야길해

야할것같다.

일의시작은올초부터결혼10주년기념이벤트하면서바람을잡은남편이한껏들뜬모습

을연출하면서내맘까지덩달아들뜨게만들어놓곤,어느날내가우리의이벤트가어떻게

진행되고있는지궁금증을참지못해넌지시물어보니미리이야기를하면(사실그렇게앞선

것도아니었고겨우한달전쯤에물어봤던건데)혹그일이잘안되었을때내가실망을할

수도있으니말하지않는게더낫겠다는이야기를하면서부터다.

그말에아니,실망하지않을테니까말해보라구했더니내게말하면내동생에게바로전달

될테고그러면나중에못가게될경우실없는사람이될걸염려해서그러는거다!이렇게

말한건아니지만그비슷한뉘앙스를풍기면서사람약을살살올렸고거기에난약간꼭지

가돌았던거다.그래서조금삐쳐이층방으로올라가낮잠을자면서화를풀려고했었고,

그결과정말거짓말처럼그일을잊고잠을한숨푹~잘잔다음,

저녁에운동을하러가면서다시한번궁금증이도져힌트라도던져보라고,절대아무에게

도말을하지않을터이니조금만이라도알려달라고평소하지도않던애교까지떨면서사정

을했는데,내이런반응을그저농담으로만알아먹고남편은꿈쩍도안하다못해,이제그

만했음하는일종의귀찮다는표정까지짓는거다!럴수럴수럴수이럴수가!하면서난급기

야화가나버렸고,그후부터굳세게입을다물어버렸다(날도대체뭐로아는거야?내가애기

?내가그렇게입이가볍단말야?안한다고하면안하는걸루알아먹어야지.날증말

물로보는거야,뭐야?하는마음으로,솔직히어느정도는화도나지만날실망시키는그이

에게내가실망하기도했고뭐다소머쓱해진내자신의노력이무위로돌아가니짜증이나기

도했고그런등등의이유로이젠정말슬슬화가나기시작한거다).

아무튼그래서평소껄끄러운걸누구보다못참는내가꾹꾹참아가며어언이틀정도를그

야말로가장기본적으로필요한말만하면서지내고있는데,가만히눈치를보니남편도나

의이런반응이의외인지라뭘어째야할지대책이안선다는표정이긴하지만자긴또자기

대로머쓱해져서내게똑같이대응을하는거다.자기도필요한말만하면서눈치만살피면

서더욱내화를돋군다는,뭐이런말도안되는대응말이다.

그래서정말이참에못된버릇(철저히자기위주인)단단히고쳐야겠단생각에나도평소하

지않던고집을부리고있었는데,이틀되던날내닫혀진컴사이에쵸콜렛하나를올려놓은

걸보곤혼자피시식웃으며이렇게내화를풀어주려는그의노력이가상해서라도이쯤에서

이문제(?)를끝내야겠단결심을굳혔다.그래서남편에게당신은내가정말당신이말했던

곳으로우리가여행을못갈경우대단히실망할거라고생각하느냐,내가가끔은애들같다고

생각하느냐고물었더니한순간의망설임도없이그렇다!라고대답을넙죽하는거다.

아니뭐라꼬?겨우날그정도로밖에생각하지않았단말야?아니정말그렇게생각을해서

그렇게대답을하는거야?아니면마땅히할말이생각나지않으니까그렇게잽싸게나자신

을변명하면서둘러대는거야?싶어지면서다시화가돋기시작했다.그래서평소이성적인

나의모습과는많이다르게얼굴표정을냉정모드로바꾸곤정색을하면서마구퍼부어주었

(맹세코지금까지결혼10년동안한두차례밖에해당되지않는그런메가톤급으루다).

그결과남편의얼굴은거의사색이되어가며이상황을어찌수습해야할지당황해하는빛

이역력했는데난속으로그러든말든상관없이내할말을다해버렸다.그랬더니남편왈

자기가그날내가낮잠을자러이층에올라갔을때따라올라와서어디를계획하고있단얘

길하고싶었는데그걸참았던게이렇게후회될수가없다고,그리고정말아무것도아닌

일로이렇게우리가서로상처를입었다는게화가난다고그러는거다.그러면서도끝까지

어딜가려고했단소리는안하고또자체반성모드로돌입.

!증말성질급한놈이지게돼있다고여전히내맘을너무도모르는그에게확인사살을

하고픈맘이굴뚝같긴했지만그래도애써누르면서남편의동태를살폈다.그리고시간이

조금지난후내게사과하고싶냐고했더니이번에도냉큼그렇다!라고대답을한다.그래

서그럼사과를하라고,그리고하고픈말이생각났을시에는우리둘다망설이지말고즉

시하기로단단히다짐하고는옆구리쿡찔러받아낸사과를받아들였다.

그렇게쇼를부린끝에겨우알아낸우리의결혼10주년이벤트,즉우리둘이떠날여행지

는바로하와이였다.원래는크루즈와라스베가스를가려고했다결혼기념일당일에는하

와이여행을,그리고내년초쯤에크루즈를가려고했었다고남편은말했는데,이왕이면한

인학교수업에빠지지않고하루쉬는날을이용해떠나자는내의견을존중해남편은10

초로하와이여행을연기해줬다.그래서우린다다음주초부터10박11일여행을다녀올

예정이다.

지금계획으로는호노룰루에도착해그곳에서삼일을보내고,다른섬으로이동해그곳에서

또며칠을,또다른섬으로이동해그곳에서도며칠을보낸다음다시호노룰루로돌아오는

걸로일정을잡았고호텔은처음도착지인호노룰루에만예약을해놓았고,다음이동장소

에선그곳에도착해하와이의낭만과멋을즐길만한곳으로결정하기로했다.이렇게여행

을떠나면서예약없이즉흥적으로현지상황에부딪혀보는것도여행의또다른재미라는

걸경험을통해알기에지금으로선기대만발인데,기대만큼실제로도모든일이잘풀리길

소망하면서이쯤에서별재미도없으면서쓸데없이길기만한글을마칠까한다.대신하와

이에서의일들은고소함으로가득한깨소금향내만땅이길또기대하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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