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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장가가기 힘든 나라 이집트. - 중동 천일야화
장가가기 힘든 나라 이집트.

이집트 노처녀 아페프(40)가 약혼 패물을 양손에 끼었다. 스무 명의 사람들이 패물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석조 인턴기자

지난 2월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 당시 친분이 있던

라잇 샤르카위(43)씨의 약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샤르카위씨는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예비신부 집이 있는 아파트의 허름한 계단을 올랐다.

벽에는 습기 먹은 예수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친구와 친인척 20여명이 5평 남짓의 응접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잠시 후 약혼녀 아페프(40)씨가 들어 왔다. 나이 마흔을 넘긴 노총각과 노처녀가 약혼을 발표하고 축하연이 열렸다. 하객들은 흥을 돋우며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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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가 떠나갈 듯 크게 음악을 틀어 놨다.

이집트 발리 댄스를 추고 박수 치며 흥을 돋우였다.

참고로 이집트 기독교인(Coptic Orthodox)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화 성물을 좋아해서

집에 많이들 꾸며 놓는다. 이집트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기독교라고 보고 있다.

이어서 환호 소리와 함께 패물이 방으로 들어 왔다. 20여명이 금반지, 팔찌 등을 구경하느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 났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두 사람의 늦은 결혼 소식에 다들 축하의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6개월 뒤 결혼하기로 날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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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잇씨의 친인척들이 약혼식으로 축하하러 모였다.
허름하고 변변찮은 가구하나 없는 이런 집이지만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전구도 창밖으로 달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약혼이 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유는 남자의 마흐르(결혼지참금)가 여자 쪽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이집트를 비롯해 이슬람 문화권 나라에선 결혼할 때 신랑측이 마흐르를 신부에게 줘야 한다.

이슬람 경전 쿠란에는 ‘여성에게 지참금을 주라’는 구절이 명시돼있는데,

아랍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결혼 지참금 일종의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아페프는 분명 좋은 여자예요. 근데 그녀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신혼집, 고급 가구 등 돈 얘길 부추겼어요. 이집트에서 결혼하기란.”

국제전화로 근황을 전하던 그는 말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대 이집트 남자들의 최대 고민은 결혼

이집트 정부 통계부(CAPMAS)의 200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를 넘은

35세 이상 미혼자는 900만명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미혼남이 550만명인데 비해 미혼녀는 350만명으로, 남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비산유국이거나 경제 기반이 낙후된 이집트, 시리아, 알제리, 모로코와

같은 나라의 남자들은 결혼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조건 없이 결혼하려고 해도 부모님은 전통과 관습을 강조해요. 결혼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시기도 하고요”남자친구와 7년째 교제중인 헤바(31)씨는

“이집트 사회에 뿌리 내린 마흐르 관습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혼비용은 연소득의 10배, 실업률은 10%

파혼을 당한 라잇 샤르카위씨는 사립학교 영어교사였다.

현재 정부 보안국의 영어통역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카이로 외곽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한달 600달러 가량의 돈으로 살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의 평균 소득이 200달러 미만인 것에 비해 꽤 나은 살림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 지참금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의 파혼을 당했다.

뉴욕타임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집트의 평균 결혼비용은 2만1530달러(약 2700만원)다.

반면 1인당 국민 소득은 2160 달러(약 267만원, 2009 국제통화기금 자료)이다.

간단히 말해 결혼을 하려면 10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고스란히 모아야

지참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집트에는 저처럼 나이 40이 넘어서도 어머니, 아버지와 한 집에 사는 남자가 많습니다. 결혼 자금을 모으려면 별 수 없습니다.”

무함마드 알파타씨(26)도 결혼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2007년 카이로대의 인기 학과인 고고학과를 졸업한 이후

유명 사설 학교에서 컴퓨터, 영어 자격증까지 따며 취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집트를 떠났다. 알타파씨는 지금 두바이에서 도로 건설 노동자로 일한다.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이집트에 돌아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결혼도 두바이에서 5,6년 일하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인샤알라(하나님 뜻대로 되길)”

2008년도 이집트 실업률은 9.1 %로, 한국의 3배에 가깝다.(CIA 월드팩트북 자료).

의대를 나와도 갈 병원이 없어 의사들이 수입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낙후된 경제와 낮은 취업률, 그리고 남자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결혼지참금은 이집트를 비롯해 많은 중동 국가 남성들의 최대 고민이다.

이집트엔 결혼과 관련한 한 옛말로 “우리는 남자를 사는 것이지 그의 돈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조건, 배경보다 사람을 더욱 중요시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이집트에서 이 말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이다. 노총각 라잇씨는 “정부의 계획없는 교육, 경제 정책이 이집트 젊은이들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자와의 통화 끝에 “이집트를 떠나 한국에 갈 수는 없느냐”며 물음을 던졌다.

조선일보 노석조 인턴기자

2 Comments

  1. 노당큰형부

    2009/07/30 at 9:22 am

    결혼에 그런 풍속도 있군요
    그래서 돈많은 재벌은 다처도 할수 있겠고요
    좋은 정보입니다^^*
       

  2. 노석조

    2009/07/30 at 9:38 am

    감사합니다. 이집트나 중동 그리고 이슬람 관련해서 궁금하신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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