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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에티오피아 900년 된 고대 달력을 맨손으로 먼지 툭툭ㅠㅠ - 중동 천일야화
에티오피아 900년 된 고대 달력을 맨손으로 먼지 툭툭ㅠㅠ

에티오피아 900년된 고대달력을 맨손으로 먼지 툭툭ㅠㅠ

세계기록유산 등재 앞두고도 온도·습도 조절장치 없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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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국가기록원에서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도승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할 ‘바하르 하삽(에티오피아 고대 달력)’을 펼쳐보이고 있다. /아디스아바바=노석조 기자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국가기록원은 이 나라의 역사를 담은 유물과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다. 유물 중엔 900년 전에 만들어진 ‘바하르 하삽’이라는 달력이 있다. 에티오피아인들에겐 ‘국가의 보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선 이렇게 귀한 유물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지난 13일 레이 에드몬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과 함께 국가기록원을 방문했을 때, 기록원 직원은 녹슨 철제 책꽂이에서 꽂힌 고서들을 뒤져 ‘바하르 하삽’을 꺼냈다. 이 직원은 900년 전에 만들었다는 이 귀한 달력의 먼지를 맨손으로 툭툭 털더니 한 장씩 넘겼다. 그는 “1년을 13개월로 나눠 계산한 세계 유일의 달력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곳엔 양가죽에 고대 에티오피아 언어인 ‘게에즈’로 기록된 수백년 넘은 고서가 가득했지만,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었다. 널찍한 창문도 별다른 보안장치 없이 열려 있었다.

에드몬슨 자문위원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동의보감만큼이나 귀하고 오래된 에티오피아의 달력이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있다”며 “아프리카에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현장에 동행한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 위원들에게 말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날 세네갈, 감비아, 우간다,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8개국 문화재 담당 공무원 및 전문가들을 아디스아바바에 불러모았다. 기록유산을 조사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훈련하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의 취지에 따라 국제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전문 기구다.

유네스코 위원들은 워크숍을 열고 고서를 맨손으로 만지면 왜 안 되는지, 유네스코에 유산을 어떻게 조사하고 등재하는지 등을 교육했다. 조이 스프링거 유네스코 본부 세계기록유산 담당관은 “한국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스로 문화적 자부심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이번 모임은 문화 ODA(공적개발원조)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의 엘리삼 마가라 교수는 “그간 아프리카 부족들이 남긴 기록유산을 발굴 보존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며 “우간다의 문화재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국민이 문화적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에티오피아 국가기록원 직원은 “얼마 전 왕의 기도문 등 고서에 기록원 로고가 담긴 스탬프를 찍었다”며 “이 실수를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노석조 기자 stonebir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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