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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이란 시장에 죽인이들 사진이 걸린 까닭 - 중동 천일야화
이란 시장에 죽인이들 사진이 걸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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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동네 시장에 죽은이 사진 걸린 까닭


이란-이라크 전쟁의 흔적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노석조 stonebird@chosun.com



이란 사람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바자르(시장(市場)을 의미하는 이란어).


향신료, 페르시아 양탄자, 대추, 히잡, 금반지, 장난감 등 한국 남대문 시장처럼 없는 게 없다. 바글바글, 시끌시끌한 풍경이 영락없이 시장이다. 이란이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단 하나 다른 나라에는 없고 이란 시장에만존재하는 게 있다. 바로 ‘순교자들의 사진’이다. 론니 플래닛은 모르는 이란 이야기다.


몇 달 전 여행 중 찾았던 테헤란 바자르. 중세 이슬람시대 지어진 석조건물과 현대식 콘크리트건물 사이 사이로 오만가지 물건들이 바닥 위에 깔린 한 장의 천조각 위에 진열돼 있었다. 모던한 느낌의 고급 상점들은 반짝거리는 금가락지를 진열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바자르는 나무가지처럼 길고 살짝 구부러진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뻗은 골목길로 이뤄져 있었다. 천장은 높았고 위에 천막이 쳐져 있었다. 중동에서 재래시장으로는 최대 규모급인 이집트 카이로의 칸 엘 칼릴리와 흡사했다.

시장에 걸린 사자(死者)의 사진들

다만 한 가지 칸 엘 칼릴리와 다른 것은 이란 바자르에는 통로 위에 젊은 남자들의 인물 사진이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은 세로 1미터는 돼 보였다.


무함마드 콤비즈라는 페르시아 양탄자 판매상이 물건을 팔려고 계속 따라다니기에 궁금하던 사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숨진 군인들의 사진이다. 이 동네나 이 시장에서 일하다 전쟁에 나간 사람들이기에 여기에 사진을 걸었다”며 “이란 지역마다 그 곳 출신 중 전쟁에 나가 죽은 순교자 사진이 거리나 시장 등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왜 순교자라는 단어를 쓰냐고 하니 “신의 이름으로 싸우다 죽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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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의 바자르에는 통로 위에 젊은이들의 인물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이들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이다. 전사자들의 사진은 ‘순교자’라는 종교적 용어로 의미가 부여돼 출신 지역에 전시된다.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란 곳곳에는 ‘순교자’들의 사진이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다.

무함마드의 말대로 이란-이라크 전쟁 순교자의 사진은 테헤란 바자르뿐만 아니라 쉬라즈, 에스파한, 야즈드, 카샨 등 다녀본 모든 도시마다 있었다. 터미널, 큰 차도, 공원 등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벽화, 포스터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란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하나의 네러티브로 활용해 국민들에게 국가주의를 고취시려고 한다고 추측했다. 특히 1980년 9월 22일 이라크의 선제 공격 때문에 시작한 전쟁을 8년 동안 계속하며 100만여명의 사상자를 낳고 결국 별반 얻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신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징병돼 전쟁에 나가 싸우다 숨을 거둔 젊은이들을 영웅처럼 삼아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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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쉬라즈 한 동네에 이란-이라크 전쟁 ‘순교자들’의 인물 벽화

지우지 않는 전쟁의 흔적

전쟁이 끝난 1988년이면 벌써 24년 전인데 이란에는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늘 진 바자르에서 양지로 나가려는데 마지막으로 공중에 매달린 ‘이란 순교자’ 사진을 보며 두 가지로 마음이 아팠다. 첫째는 몇 국가들의 음욕덩어리가 뭉쳐 터진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젊은이들이 비참하게 죽어서 이고, 둘째는 그 죽음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죽은 사람의 넋을 한 번 더 괴롭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양탄자 판매상 무함마드 콤비즈는 “사진이 왜 있냐”고 꼬치꼬치 묻고, 게다가 그 사진을 낼름 찍자 “여기에 무슨 목적으로 왔냐”며 “너의 관심은 뭐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암튼 이란인들의 보안의식은 대단했다.

노트
유달승 교수의 책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에 따르면 ‘이란-이라크 전쟁’을 이라크는 카디시야 전쟁(Qadisiya war)이라 부르고, 이란은 강요된 전쟁(Imposed War)이라 한다. 카디시야 전쟁은 637년 이라크의 카디시야 지역에서 아랍군대가 페르시아의 사산조 군대와 싸워 압승을 거두고 결국 사산조를 멸망시킨 전쟁을 말한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1980년 전쟁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7세기 때의 승리를 꿈꿨던 것 같다.

이란이 강요된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전쟁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자 미국은 이 침공을 비난하고자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또 곧바로 이라크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지우고 미군의 무기가 이라크로 송달되도록 승인했다. 오늘날 이란에서 미국을 ‘쉐이탄(사탄 또는 악마)’라고 왜 부르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이란인은 70만명, 이라크인은 30만 명 정도 죽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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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스파한시를 소개하는 안내판에도 이란-이라크 전쟁 관련 사진이 있다.

<중동전문블로그 ‘뉴스카라반’>

2 Comments

  1. 엄지와검지

    2013/04/04 at 3:11 pm

    진짜 뉴스를 보면 심히도 안타깝고 무서워요!!!

    전쟁없이 살 수는 없는 걸까?

    그런 곳에서 취재하시는 석조님도 항상 건강에 안전에 주의하시길 바래요!

    한국을 대표하는 똑똑하신 분이니까요?? ㅎ ㅎ ㅎ   

  2. 돌새 석조

    2013/04/04 at 5:18 pm

    앗 말씀 다 고마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똑똑’은 빼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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