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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대학원 수습 - 심장 위를 걷다
대학원 수습

마지막 글을 올린지 1년 하고도 5개월이 흘렀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또 다시 봄이 와버렸네요.

꽤나 긴 시간동안 블로그를 멀리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잊은 적은 없었습니다.

한동안 ‘블로그질’에 맛을 들여

신나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써 대다가

갑자기 연재(?)를 중단한 이유는 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불성실한 블로그 관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제 안부를 물어주셨더군요.

일일이 답변해드리지 못한데 대한 죄송함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마지막 글을 올렸을 때 저는 인터넷뉴스부에 있었고,

작년 1월부터 올 2월까지는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휴직중입니다.

학교를 졸업한지 만 3년, 햇수로는 4년만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답니다.

국내의 한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해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줄알았습니다.

게다가학부 때와 같은 학교, 같은 과 대학원에 들어갔기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서는아무런 걱정 없이

2주간의 연월차 휴가를 마음껏 즐겼었지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와 보니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건 회사 다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복학생 선배들이"군대 갔다왔더니 머리가 굳었다"며 끙끙대던 이유를

이제야 비로소 알겠더군요.

회사원과 학생은 아마도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지난 3년간 ‘회사원화(化)’ 된 머리는 도통 공부 모드로 전환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학부 때 배웠던 것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부를 하는 방법, 책을 읽는 방법, 심지어는 필기를 하는 방법까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애써 책을 읽으려 해 보아도 종이는 종이요, 글자는 글자일 뿐,

페이지는 넘어가지만 내용들은 눈을 스쳐 어딘가로 사라져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수업시간의 풍경은 대개 이렇습니다.

선생님: 곽아람, XXX 아나?

곽아람: (고개를 푹 숙이며) 잘 모르겠습니다.

입사해서부터 줄곧,

저 자신의 기자답지 못함을 질책하고 또 질책했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저는,

어느새 너무 기자같아져 버린 저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모든 사안을 ‘취재’하려드는 저 자신이

얼마나 학교라는 공간과 동떨어져있는지 깨닫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발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댈 때,

책의 도판을 스캔하기보다는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사진을 찍는 동시에

어느새 행인들을 붙들고촬영대상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을 때….

그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학교는 여전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여전하지만요.

그래서 예전에는 아주 익숙했던 이 공간이

낯설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목요일 아침마다 ‘구법승(求法僧)과 불교미술’이라는 강의를 듣습니다.

수많은 승려들이진리를 찾기 위해인도로 떠나는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혹자는 눈 덮인 산맥을 넘다가 목숨을 잃고, 어떤 이는 병사(病死)하고,

또 누군가는 중도하차하지요.

수업을 듣는 내내 저는, 저 자신이야말로 구법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서 학교로 법을 구하러 온 ‘아람 비구니’쯤이라고 할까요?

법현, 현장, 혜초 등이무사히 경전을 얻어 본국으로 돌아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했던 것처럼,

저 역시 무사히 학점을이수하고 회사로 돌아가 그 동안배운 것들을

글로 남길수 있었으면 합니다.

3월의 캠퍼스는 아직은 쌀쌀하여

강의실의 학생들은 옷깃을 잔뜩 여미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총기가 묻어납니다.

학생다운 열정과, 학생다운 진지함, 학생다운 깊이를 마주대할 때마다

제게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됩니다.

오늘은 퇴근길…

아니, ‘하교길’에

아현동 가구 거리에 들러책상을 주문했습니다.

취직이 된 후 회사 근처로 집을 옮기면서 가구 일체를 새로 장만했지만

다시는 공부같은 건 안할 줄 알고 책상은 쏙 빼놓고 대신 화장대를 샀거든요.

내일 책상이 집으로 배달돼 오고,

그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 익어질 때쯤이면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도더욱 많아지겠지요.

실수연발에 좌충우돌,

학교가 낯설고 당황스러울 때마다 수습 기자 생활을 떠올려 봅니다.

첫 보고는 아침 일곱 시, 마지막 보고는 새벽 두 시,

경찰서 수습 기자실에서 타사 수습들과 한데 뒤섞여쪽잠 자면서

1진 선배로부터보고 제대로 못한다고 매일호되게 야단 맞던 그 나날들에 비하면

‘대학원 수습’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종종 소식 남기겠습니다.

오래간만에,

반가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20 Comments

  1. 손진석

    2006년 3월 16일 at 11:32 오후

    저는 이번 학기도 휴학인데요.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같은 대학원 동문인 최보윤 선배처럼요. 아니 장기 휴학으로 제적되겠죠. 으엉~저도 학교 댕기고 시퍼요. 그래도 종종 그쪽에 놀러 가니까 연락 함 드리죠.~~즐공하세요.   

  2. 곽아람

    2006년 3월 16일 at 11:50 오후

    진석씨, 학교 오게 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올해는 돈 못 벌어서 비싼 건 못 사드리지만 학교 밥이나마 같이 먹도록 하지요.^^   

  3. 김성현

    2006년 3월 17일 at 1:04 오전

    수습기자 시절에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셨군요. 마음이 아픕니다. ‘대학원 수습’은 더 멋지게 보내시기를…   

  4.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8:10 오전

    김 선배, 선배처럼 지도편달해주시는 1진만 계신다면 대학원 수습도 할만 하겠어요. ^^   

  5. 신형준

    2006년 3월 17일 at 10:20 오전

    아람씨. 신형준입니다. 공부 열심히 하십시오. 아무래도 내 느낌으로는, 아람씨가 내 ‘취재원’이 될 것만 같네요. 내 예상이 틀릴 수 있기를… 후후.   

  6. 정시행

    2006년 3월 17일 at 10:46 오전

    책상도 사고.. 장하군. 내 돈으로 책상을 사본 일이 없는 난, 평생 받아먹는 공부만 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아 맛없는 공부)

    공부하는 이야기 자주 올려주시오.
       

  7. 송혜진

    2006년 3월 17일 at 11:06 오전

    선배, 그래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계신 것 같아서 부러워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8. 볼빨간 박쥐소년

    2006년 3월 17일 at 3:59 오후

    봄이다~ 바람이나 솔솔 나라~   

  9. 유석재

    2006년 3월 17일 at 4:06 오후

    아예 연구에 몰두한 끝에 직접 기사거리를 만들어 넘겨주는 건 어떨까? ^^   

  10. 황성혜

    2006년 3월 17일 at 4:18 오후

    아람 비구니~ 화이팅 !!! 그날 압구정동 와서 했던 숙제, 발표 잘 했니? ^^   

  11. 이의현

    2006년 3월 17일 at 4:58 오후

    아람군, 삼겹살 생각나면 전화하길…   

  12.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5:35 오후

    신 선배/ 학교 오시면 전화주세요. 전 항상 배 고파요..ㅠㅠ   

  13.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5:36 오후

    시행/ 오늘 마침내 책상 왔어. 설치하느라 한참 걸렸지. 맛공에 대학원생 교육 특집 좀 해 보아…^^   

  14.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5:36 오후

    혜진씨/ 혜진씨도 감기 조심해요. 나 복직하면 밥 사줄께요. 선배 노릇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_-;   

  15.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5:37 오후

    볼빨간 선배/ 바람 날 거리나 좀 만들어주시지요. 유 선배/ 제 생각엔 제가 학교 본부 앞에서 분신하지 않는 이상 기사거리는 안 될 듯..ㅠㅠ 황 선배/ 뭐, 발표는 어정쩡하게 넘겼지요. 그날 정말 고마웠어요.   

  16. 곽아람

    2006년 3월 17일 at 5:38 오후

    이의현 선배/ 요즘은 가끔씩 삼겹살이 먹고 싶네요. 블로그에 올리신 만화는 잘 보았어요. 젓가락 대신 검을 드는 게 아니라 술잔을 드는 게 아니었던가요?^^   

  17. 최준석

    2006년 3월 17일 at 11:49 오후

    몰랐네…재밌게 지내길…   

  18. 곽아람

    2006년 3월 18일 at 8:53 오전

    앗, 부장… 무사히 계시지요? 인도는 요즘 어떤가요? 휴직하기 전에 메일이라도 드렸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   

  19. 볼빨간 박쥐소년

    2006년 3월 19일 at 1:04 오전

    아람은 행복한 사람, 모두들 당신을 그리워 하고 있네…^^
    건투를 빌어, 화이팅!!   

  20. 곽아람

    2006년 3월 20일 at 8:26 오후

    그러게요,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할까봐요. 선배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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