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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어느 테디베어의 죽음 - 심장 위를 걷다
어느 테디베어의 죽음

낭만적인 첫눈이라기보다는

귀찮기 짝이 없는 진눈깨비가 내렸던 어제를 뒤로 하고,

오늘 아침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출근하던 중

계단 아래에서 다음과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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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안도 아니고,

주차장도 아니고,

쓰레기통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와 바깥을 연결해주는 통로인 저 계단 아래에

커다란 곰인형을 버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눈이 쌓여있는 걸로 보아 밤새 저기서 떨고 있었던 것 같은데.

참 많은 사연을 겪은 곰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사진만 몇 장 찍고는

다시 회사로 바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 곰 인형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집으로 데려가서 씻기고 입혀주었을까요?

아니면 청소부의 손에 수거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까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저라는 인간이 가깝지 않은 타인에게 가지는 관심의 정도라는 건

딱 이 정도라는 걸 은연중에 발견하고는

약간 씁쓸해졌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맞은 탓에

독감에 걸려 한참을 앓았습니다.

피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주사를 맞고

겨우 기침이 진정되나 했더니

지난주엔 계속 체하고 배탈이 나서 한참을 고생했고요.

몸이 좋지 않으니 만사가 시들해집니다.

아무 것도 쓰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의 연속이랄까요?

그런데도기사를 쓰고 사람을 만나는 게 직업이라

억지로 방전된 배터리에 불꽃을 일으키다보니

혼자 있어도 되는 시간엔녹초가 됩니다.

한 달간 블로그를 돌보지 않은 핑계였습니다.

건강이 제일입니다.

아, 저 테디베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계속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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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안드로이드폰의 토이 카메라 효과를 사용해 찍은 사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1 Comments

  1. 김진아

    2010년 11월 29일 at 9:48 오후

    그냥, 그자리에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가 거두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얼마전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고발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괜시리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감기가 좀체 떨어지질 않더군요.
    조금 나았다 싶으면 이내 다시 감기가 들고, 에효..

    전 목감기가 좀 괜찮다 했더니만 기침감기가 바톤터치했나봐요 ㅜㅜ

    곽아람님..

    화이팅이요!!!!

    조선북스에서 소개해주시는 책은요.
    여기저기 두루두루 아이들 책 물어오는 이웃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한답니다.
    기운내세요. ^^   

  2. 곽아람

    2010년 11월 30일 at 10:22 오전

    진아님 말씀대로, 오늘 출근길에 보니까 근처에 누워 있더군요. 쓰레기통 곁에요. 진아님, 요즘 감기 정말 지독하답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언제나처럼 격려 감사합니다. ^^   

  3. wonhee

    2010년 12월 1일 at 7:41 오후

    ‘어느 테디베어의 죽음’이라는 제목에
    테디가 더 불쌍해 보이는군요.
    사진으로 봐서는 찢어진 것 같지도 않고
    때가 많이 탄 것 같지도 않은데
    누가 왜 버렸을까요?
    마치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견을 보는듯 합니다.

    12월의 첫 날입니다.
    환절기, 추운 날씨에 몸 잘 추스리세요.
    런던은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온 천지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 ^   

  4. 김남교

    2010년 12월 1일 at 10:36 오후

    연평도에서 전사한 해병대 용사랑 희생된 민간인들의 원혼은 누가 어루 만져 줄까요 아람님의 곰 인형보다 못해져 버린 주검이여!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처절하게 상기 되는군요 이렇게 느끼는분도 많겠지요 적령기라 감기 아니면 배탈이라도 자주 날터이니 마음을 굳세게 잡수세요 네 화이팅    

  5. 김남교

    2010년 12월 1일 at 10:38 오후

    사진의 곰팡이는 위생에도 나빠 자주 아플가능성이 있네요기사사진을 보니 주위가 너무불결한데 청소좀 독려하시지요    

  6. 꿈꾸는자

    2010년 12월 2일 at 9:22 오후

    많이 아프셨군요. 속히 건강해 지시기를 기도합니다. 한탄하신 것과는 달리 길에 버려진 곰돌이에게도 눈길이 가는 걸 보면 아람님의 고생스런 일상이 작은 것에도 눈을 돌릴 수 있을 만큼 눈높이를 낮춰준 "선생님"이 된 듯 합니다. 사람의 눈높이는 고생을 통해 낮아지고, 자기가 겪은 만큼만 세상이 보이는 것이 인간의 서글픈 한계이기에 우리에겐 고생이 필요악인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암튼, 항상 튼튼하게, 씩씩하게, 신나게, 아자아자!!!!   

  7. 김미영

    2010년 12월 3일 at 4:27 오후

    같은 사물 같은 현상을 보고도 저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아람님의 감수성에 놀랍니다.
    ^^
    안부게시판에 안부글 남깁니다.   

  8. 김준학

    2010년 12월 5일 at 2:25 오후

    어떤 사연으로 테디베어가 거기에 있을까요ㅠㅠ
    몸은 좀 나아지셨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 몸, 마음 모두모두 튼튼해지기 바랄게요^^    

  9. 김주형

    2010년 12월 11일 at 9:52 오후

    저 테디베어는 밤새 눈장난치며 놀다가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눈맞고 버려진 척 인형놀이한 게 아닐까요? 아람님이 사라지는 순간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 사라졌을겁니다…걱정 마세요^^   

  10. decimare

    2010년 12월 24일 at 11:38 오후

    죽은 테디 베어를….

    마냥 들고 있었던 것…아닐까요? ㅎㅎㅎ

       

  11. 곽아람

    2010년 12월 26일 at 9:30 오후

    에고.. 오랜만에 왔더니 수많은 댓글들이.. 원희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제목을 붙임으로써 테디 베어를 두 번 죽인 것 같군요. 미안해라. 준학님, 전 몸은 말짱하고요, 요즘은 너무 튼튼하답니다. 주형님, 어.. 근데 그 다음날도 만났어요. 이번엔 쓰레기통 옆에서 ㅎ decimare님. 죽은 테디 베어를.. 마냥 들고 있..-_-ㅣ 과연 누가요?? 꿈꾸는 자님, 감사합니다. ㅎ 근데 좀 부끄럽게도 전 요즘 너무 잘 지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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