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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촌철살인의 미술가, 제니 홀저 - 심장 위를 걷다
촌철살인의 미술가, 제니 홀저

제니 홀저(Holzer)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0여년 전,

대학교 2학년 때 수강했던 ‘서양미술사 입문’ 수업에서였습니다.

당시갓 석사학위를 받았던젊고 아리따운 강사는

수업의 후반부에서 미국 현대미술 이야기를 하며 페미니즘 미술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주디 시카고, 제니 홀저,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등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이 그 때였지요.

대학 2학년생이 그들의 미술사적인 의미에 대해서 뭐 그리 잘 알겠습니까.

다만 그 때에도 제니 홀저가 text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땐 몰랐죠.

10여년 후에 그녀를 직접 만나게 될줄은.

오하이오 시골 출신의 제니 홀저는

기사에도 썼든

1985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흘려보낸 작품

‘Protect me from what I want’로 유명해집니다.

JH_from Survival.jpg

소비와 욕망이 난무하는 현대사회,

삶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저 문장이

경종을 울리며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겠지요.

더 이상 시(詩)를 읽지 않는 시대에

디지털 미디어라는 차가운 매체를 사용해 시의 힘을 상기시킨작가랄까,

개념 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업은 어딘지 마음을 잡아끄는데가 있었습니다.

직접 마주앉은 제니 홀저는

까다로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캐주얼한 차림에 미소가 매력적인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즐거웠으나

기사 쓰기는 쉽지 않더군요.

텍스트로 작업한다는 개념 자체가 어렵고,

그 텍스트가 우리말이 아닌 영어라는 것도 어려워서

몇 번이나 고쳐써보았지만

여전히 미진하게만 느껴지는 기사입니다.

미술기자가 되고 나서 계속 고민인 것은

미술작품이라는 것이 정적이고,

작가도 대개 내면으로 파고드는 인물이라

활기찬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작품에 대한 묘사로만 일관하면 기사가 맥이 빠지고,

그렇다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면 미술 기사라는 의의가 없고…

여튼…

그래도 지면에 실린 사진만은 참 마음에 들어요.

그간 신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구도의 인물사진이지요.

제니 홀저가 앉아있는 의자는

대리석 위에 경구를 새긴 foot stool.

홀저는 어린 시절 자주 가던 묘지에서

시구를 새긴 시인의 묘를 보았고,

그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사람들이 앉아서 문구를 만져볼 수 있도록 대리석 의자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미술가인 그녀가 말한다 "내 무기는 글 한 줄"

  • 입력 : 2011.09.20 03:03

[촌철살인의 아티스트 제니 홀저, 내달 16일까지 서울 전시회]
LED 등에 글씨 ‘그리는’ 작가 "텍스트든 추상이든 인간에게 영향 끼치면 모두 예술
LED 기술자 찾기 힘들어^ 첫 작업은 디스코텍 조명업자와"

문장 한 줄로 그녀는 스타가 됐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날 지켜줘.)’ 1985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욕망과 소비로 점철된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 문구가 뜨자 바삐 지나가던 뉴요커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내면을 들여다봤다. 정보전달의 도구에 불과했던 전광판을 공공미술의 장(場)이자 성찰과 사색의 도구로 변모시킨 이 작업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광고 일을 하던 친구의 제안으로 직접 쓴 문구를 이용, 작업에 참여했던 무명의 여성 미술가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아티스트’ 제니 홀저(Holzer·61).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여성작가 최초로 미국 대표로 참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빔프로젝터와 전광판 등을 이용해 독일 국회의사당,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세계 곳곳에 호소력 있는 문장을 쏘아 보내는 ‘아포리즘(경구)의 마술사’다.

본인 작품인 대리석 의자 위에 앉아있는 제니 홀저. 사진 속 LED 작품이 2011년 작 ‘뉴 틸트(New Tilt)’다. 제니 홀저는 2004년 무렵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정부에서 공표하는 정보에 핵심이 생략된 데 착안, 텍스트를 시커멓게 칠해 뒤덮는 추상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예술’이 뭐냐고요?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말을 빌리자면 ‘공표되는 모든 것이 예술(Everything declared is art)’이죠. 텍스트든 추상이든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내달 16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준비차 방한한 홀저는 "명저(名著)의 복잡하고 어려운 신념체계를 요약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텍스트를 작업도구로 택했다"고 밝혔다. 원래 화가였던 홀저가 텍스트를 작업 소재로 삼은 것은 1970년대 말부터. 1977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작가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르크스, 수전 손택(미국 비평가), 프랑스 철학서…. 휘트니미술관에서 읽으라고 내준 책 리스트의 방대함에 질려 반발심이 생겼어요." 반발심은 아이디어를 낳았다. 책 내용을 요약해 개요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을 생각해낸 그는 요약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250여개의 짧은 문장을 지어냈다. ‘Abuse of power comes as no surprise(권력의 남용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A man can’t know what it’s like to be a mother(남자는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뭔지 알 수 없다)’ 등의 문장을 인쇄한 종이를 뉴욕 소호 거리 벽에 붙이고 행인들의 반응을 살핀 것이 텍스트 작업의 시작이었다.

"’사회의 초상’을 반영한 문장들에 ‘트루이즘(Truism)’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 다르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그 문장을 ‘truth(진리)’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니까."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은 총 23점. LED(발광 다이오드) 작품 2점, 예전 작업을 찍은 사진 13점, 대리석 의자 위에 문구를 새겨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문구를 손으로 짚어가며 곱씹을 수 있도록 한 조각 작품 8점 등이다. 1980년대 초부터 LED 작업을 시작한 홀저는 "LED 작업을 하는 기술자를 찾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다 뒤지다가 결국 디스코텍 조명 만드는 사람을 찾아내 첫 작업을 시작했다. LED의 빛깔은 텍스트의 감성적인 측면을 강화시키고 관객들이 작품을 텍스트로 읽는 동시에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I bite(나는 깨문다)’, ‘I bite your lip(나는 네 입술을 깨문다)’, ‘I breathe your breath(나는 네 숨을 쉰다)’…. 숨가쁜 문장들이 LED 막대 위로 절규하듯 흘러가는 작품 ‘뉴 코너(New Corner)’ 등 LED 신작 2점에 이용된 텍스트는 1970~1990년대에 쓴 글들을 뒤섞었다. 2001년 무렵부터 더 이상 직접 글을 쓰지 않고 문인들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 홀저는 이유를 묻자 "글재주가 없어서(I’m a bad writer)"라며 장난스레 웃더니 "더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02)733-8449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3 Comments

  1. shlee

    2011년 10월 3일 at 11:31 오후

    최초의 책은 모세가 하나님으로 부터 받은
    십계명이 적힌 돌판이었다고 하더군요.
    비석은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책이라고 하던데…
    이 분은 그 무거운 책을 깔고 앉았네요.
    오래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은
    비문 같은 구절을
    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전광판에다…….
    이분 운동화랑 옷차림이 마음에 들어요.^^   

  2. 참나무.

    2011년 10월 4일 at 7:28 오전

    가볼게요
    사간동 방혜자 전 하며
    볼거리가 많은 한 주가 되겠는데요
    늘 감사드리며…^^   

  3. 곽아람

    2011년 10월 5일 at 11:36 오후

    shlee님> 아, 뭔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세의 돌판이었군요. 저도 그 운동화와 옷차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참나무님>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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