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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밤 새게 하는 책들 - 심장 위를 걷다
밤 새게 하는 책들

어젯밤에 심혈을 기울여 포스팅을 했는데 글쎄,

오늘 아침 댓글 지운다고 ‘삭제’ 버튼을 누른다는게 실수로 몽땅 다 지워버렸지 뭡니까. ㅠㅜ

그냥 싹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쓸 것인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아까워서 복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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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을 새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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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다 읽고 나니 토요일 새벽 1시,

잠이 눈꺼풀을 짓눌렀지만,

뒷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어서 2권을 집어들고야 말았습니다.

2권의 책장을 덮고 나자 새벽 3시….

토요일 하루종일 졸려서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을 샌 게 아깝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호주에 사는 미술사학자 카산드라는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집니다.

절망에서 허우적대던 그녀를 위로해준 것은 어릴 때 엄마가 내팽개친 그녀를

돌봐줬던 외할머니 넬.

카산드라는 어릴 때처럼 넬 할머니 곁에서 안정을 찾았지만

이윽고 넬 할머니는 세상을 뜨고,

할머니는 카산드라에게 영국 콘월의 오두막을 유산으로 남기지요.

호주의 할머니가 왜 영국 콘월 오두막을 구입했을까?

이 의문과 함께 카산드라는 넬 할머니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됩니다.

넬 할머니는 사실 호주 부둣가에 버려진 것을 양부모가 데리고 온 아이였던 거지요.

열여덟살 생일에 양아버지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들은 넬 할머니는

그 이후 명랑하고 다정했던 예전의 성품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약혼을 깨는 등 엇나간 인생을 살게 되는데요.

카산드라는 넬 할머니가 발견됐을 당시 갖고 있던 여행가방에서

정교한 빅토리아시대의 그림책을 발견,

넬 할머니의 과거를 찾기 위한 실마리로 삼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카산드라가 직접 영국으로 건너가 콘월의 오두막에서

넬 할머니의 생애를 추적하는 과정

넬 할머니의 이야기,

넬 할머니에게 남겨진 그림책의 작가 이야기, 등이

절묘하게 짜맞춰진 퍼즐처럼 이어집니다.

빅토리아풍의 우아한 저택에서

아름답게 차려입은 숙녀들과 함께 춤을 추는 신사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 소설.

그와 함께 미국 초상화가 존 싱어 사전트와

영국 런던의 V&A박물관 등도 등장해서

미술사 내지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더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실 거예요.

작가 케이트 모튼은 전작(前作) ‘리버튼’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요.

‘리버튼’ 역시 한 귀족 가문의 몰락을 다룬 소설로 빅토리아 시대와 에드워드 시대가 배경.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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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엔 이 책을 밤 새서 읽었습니다.

표지만 보고 어쩐지 신뢰가 안 가서 반신반의하며 집어들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책에서 눈을 못 떼겠더군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가정 아래,

미국(영국이었나…)에 있는 줄리엣의 후손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조상들과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추적하는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받은 열쇠가

주인공을 모험에 빠뜨린다는 구성은

어째 ‘비밀의 정원’과 유사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나 품격은 ‘비밀의 정원’이 한 수 위예요.

그러나 재미로만 따지자면 이 소설도 ‘비밀의 정원’못지 않습니다.

…결말이 허무개그처럼 끝난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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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게 하는 책’의 진정한 강자는 이 책이 아닐까 싶어요.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대표작 ‘화차’.

일본 미스터리물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는 워낙 좋아하는 작가인데다가,

친구가 "화차 봤냐. 정말 재밌다"며 책을 건네주길래,

이것도 자기 전에 "조금만 읽어야지" 하고 책장을 넘겼다가

……낚였다는.

변영주 감독이 최근 이 책을 소재로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죠.

전 원작의 감동을 잃고 싶지 않아 일부러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책보다 나은 영화 만들긴 참 힘들더라고요.

원작에서는 남의 신분을 가로챈 여자를 찾아나서는 전직 형사가 주인공이고

정작 여자는 드러나지 않는데,

영화에서는 여자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하더군요.

치밀한 심리 묘사가 특히나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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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엔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언니를 병으로 잃은 저자는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한 권씩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낡은 자주색 소파에 파묻혀

한 권씩 책을 읽으며 자신을 위안하지요.

저자가 읽은 책들의 제목이 낯설더라도,

문학이 인간의 인생을 위로한다는데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어렵지 않게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원제는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제목에 purple chair가 들어가는 것은

앞서 말한대로 저자가 자주빛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만큼 공감하는 것은

저자가 인용한 한 책의 구절.

제목과 저자는 지금 정확히 기억 안 납니다만(복기중이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삶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도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요.

소설 읽기는 또 다른 삶에의 간접체험 아닙니까.

늦은 밤 퇴근해서

마루에 혼자 앉아

클래식 FM을 들으며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쓸쓸하고 외로우면서도 알싸하게 행복합니다.

그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주말이 가고

어느덧 월요일.

모두들

강인한 의지로 잘 버텨내고들 계시지요?

보너스로 그림 한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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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가 윈슬로 호머(Homer)의 ‘포치에 앉아 책 읽는 소녀’입니다.

호머는 남북전쟁 때 종군 화가로 그린 삽화를 잡지에 연재해 유명해진 화가.

늦봄일까요?

의자에 몸을 푹 파묻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소녀(??? 라기엔 나이가 많아보이는)의 모습이

‘혼자 책 읽는 시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2 Comments

  1. 흰독수리

    2012년 3월 19일 at 3:55 오후

    감사~~합니다….
    두번이나 복기를 하셔서 글을 올리시느랴…….
    책읽는 소녀 그림을 보니…차분해집니다……   

  2. shlee

    2012년 3월 19일 at 4:10 오후

    소개한 책은 읽지 않은 책이라
    다 읽어 보고 싶네요…
    나도
    밤 새워야하나?^^   

  3. 김진아

    2012년 3월 19일 at 5:10 오후

    ‘화차’는 읽고 싶어집니다.음…

    즐거운 낚임은 대 환영이죠. ㅎㅎㅎ

    ^^   

  4. 참나무.

    2012년 3월 19일 at 6:35 오후

    제가 증인, 어제 늦은 시간 분명히 읽었답니다
    저도 가끔 당하는 일이라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변영주 감독 CBS ‘신영음’ 초대손님으로 나와 애기하는 거 듣고 영화 보고싶었는데
    이후 책을 읽어야겠지요 – 이제 밤새우는 거 전 겁나지만
    참고하겠습니다- 복기하시며 소개한 책이라면…^^   

  5. 곽아람

    2012년 3월 19일 at 7:56 오후

    흰독수리님> 복기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답니다. 날아가버린 슬픔에 비하면야
    shlee> 낮에 읽기 시작한다면, 밤 새지 않고도 보실 수 있을 듯. ㅎ
    김진아님> 네. ‘화차’는 책이 좋아요.
    참나무님> 영화를 먼저 보시고 책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ㅎㅎ   

  6. wonhee

    2012년 3월 19일 at 8:08 오후

    이렇게 밤 새고 책을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요즘은 밤에 작은 아이 책 읽어주고 재우고 나면 그냥 뻗어 자거든요. -_-

    저 그림의 여인같이 호젓이 앉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7. 곽아람

    2012년 3월 19일 at 9:08 오후

    원희님> 전 그래서 금요일밤에 몰아 읽어요 :)   

  8. 김준학

    2012년 3월 25일 at 11:27 오후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들렀어요~ 몸 건강히 잘지내셨죠?^^
    글보면서 깜짝놀랐어요~ <혼자 책읽는시간> 이번 주말에 읽었는데,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가 생각나서 블로그에 오랜만에 오게되었네요~
    밤새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편안하게 책 읽는 거 넘 즐거운 일이에요~ 전 주로 토요일밤에ㅎㅎ
       

  9. 곽아람

    2012년 4월 16일 at 5:12 오후

    준학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굉장히 오래간만에 댓글 달아서 죄송하다는 어쩐지. ㅎ   

  10. 김준학

    2012년 4월 22일 at 11:39 오후

    ㅎㅎ괜찮아요~ 저역시 오랜만에 와서ㅋㅋ 매일 매일 한발 한발 나아갈수 있는 좋은 하루되기바래요! 봄도 즐기고~ 마음의 여유도있고^^   

  11. 高火力

    2012년 4월 24일 at 9:57 오전

    밤새워 책을 읽은 게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대학교 1학년때인가 무협지 ‘영웅문’이 마지막인것 같기도 하고…여하튼 요즘엔 잠 안 오면 신문보다가 인터넷 보다가 잠이 들지요.
    밤 새워 책 읽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나도 읽어야지…>   

  12. 곽아람

    2012년 5월 2일 at 11:39 오후

    준학님> 너무너무 이쁜 봄이에요 ^^*
    고화력님> 저도 자주 밤 새는 건 아니에요. 근데 요즘도 재밌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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