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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최근에 읽은 책 - 심장 위를 걷다
최근에 읽은 책

날씨가 좋길래

오후에

동네 산책을 했습니다.

슈퍼에 들러 장을 보고, 내친 김에 재래시장 쪽으로 올라가서 구경을 하다가,

가본지 오래 된 동네 헌책방에 들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인근에 각각 본점과 분점을 열었던 헌책방.

아들이 열었던 헌책방에서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 몇 권을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년 새 아들의 책방은 간 곳 없고,

아버지 책방만 문을 열고 있더군요.

"아드님 책방은 어디 갔냐"고 여쭤보았더니,

"인터넷으로만 운영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찾고 있던 책이 없어서

발길을 돌려 돌아오면서,

노끈에 책을 꽁꽁 묶어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어느 가을날 밤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요즘은 택배로 책을 받습니다.

새 책도 그렇고, 헌 책도 마찬가지이죠.

편리한 것들은 가까이 오고,

정겨운 것들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군요.

잘들 계셨죠?

또다시 오래간만입니다. ^^

며칠 전엔

일산의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구매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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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뭔가 무거운 것 같은데요

내용은 일본의 프리랜서 여기자인 저자가 쓴

’30대 미혼 여성대변기’라고나 할까요?

원제는 ‘싸움에 진 개의 절규(負け犬の遠吠え)’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결혼을 못한 ‘노처녀’를

‘싸움에 진 개’에 빗대서 쓴 에세이랍니다.

저는 최근에 읽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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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30대 미혼 여성인

주인공 수짱이

이 책을 읽거든요.

책을 사 보려 했지만

절판되었길래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 주문했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이라 지난주 화요일에 주문한 책을 토요일에야 받을 수 있었어요.

원제는 ‘패배한 개의 울부짖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싱글 여성의 삶을 막 비참하거나 그린 게 아니고요,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니 제발 당신들의 눈으로 재단 좀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아주 위트있게 풀어놓아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물론 동질감을 느끼면서요.

특히 이런 구절에서는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찰은 있지만 주식 같은 건 없다. 노처녀들의 경제 상황은, 대개 이런 느낌이다.

내가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을 때는 바로 전업주부와 만났을 때다.

노처녀인 나는, 그만그만한 가격에 계절 유행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핸드백에 재킷을 걸치고 있다.

그에 비해 전업주부인 친구는 ‘넌 참 좋겠다! 값지고 멋진 거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야 신랑 월급만 가지고 겨우겨우 생활을 꾸려 나가야 하니… 옷 같은 거 함부로 살 수가 있어야지!’라며

나를 부러워하는 척 하지만, 정작 그녀의 가슴에는 주먹만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응, 이거? 시어머니가 사주신 거야!"

전업주부인 친구는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그렇게 말하지만,

그럴 때 난 절실히 독신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유행하고 있는 10만엔 상당의 핸드백이나 재킷을

여러 개 산다고 해도 그런 것은 결국 몇 년 후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한 알에 100만 엔 이상 가는 다이아몬드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그녀의 가슴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사카이 준코 지음, 김경인 옮김, ‘서른 살의 그녀, 인생을 논하다’, 홍익출판사, 84~85쪽-

저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같은데 가면

시어머니가 물려준 우아한 핸드백과 정장, 보석 차림의 전업주부 친구들에게

어딘가 주눅이 든다고 말을 하는데요,

저 역시나 결혼식장에서 결혼반지를 끼고 예복을 차려입은 기혼 친구들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에요.

(아, 물론 모든 기혼 여성이 시어머니로부터 다이아몬드를 물려받는다는 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상징일 뿐…)

최근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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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최근에 은퇴 선언을 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난 2010년 이와나미 소년문고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그 책 중 50권을 골라 추천한 책입니다.

절판된 어린이책을 모으고 있는 저는

환호작약하며 책을 읽어내려갔죠.

제가 어릴 떄 읽었던 계몽사 문고,금성출판사 문고, 에이브 전집 등은

대개 일본소학관이나 이와나미 소년문고 등을 번역한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나 어린 날의 추억에 젖으며 책 한 권 한 권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작품 중에서는 ‘하늘을 나는 교실’을 넣었습니다.

아내가 ‘두 명의 로테’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어느 걸 선택할지 무척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역시 ‘하늘의 나는 교실’을읽었을 때의 감동이 깊이 남아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송태욱 옮김, ‘책으로 가는 문’, 89쪽-

독일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Kastner 1899~1974)의 작품 중

어떤 것을 대표작으로 치느냐의 문제에 대한 미야자키와 아내의 의견 차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취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나 캐스트너의 대표작을 꼽자면 ‘두 명의로테’를 고를 것 같습니다.

이혼한 부모와 각각 살던 쌍둥이 자매 로테와 루이제가여름 캠프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들이 쌍둥이라는 걸 알게 되고,

어머니와 살던 로테는 아버지에게로, 아버지와 살던 루이제는 어머니에게로 가는 이야기지요.

‘하늘을 나는 교실’은 저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읽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이 구절도무척 반갑게 읽었습니다.

저는 ‘장미와 반지’나 ‘사랑의 요정’을 좋아해서 가슴 두근두근하며 숨어 읽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니까요. 아무리 열심히 읽고 있어도 남자로서 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습니다.

형제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친구에게 말했다가는 여지없이 바보 취급을 당할 테니까요.

(132쪽)

새커리의 ‘장미와 반지’,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

모두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책들입니다.

‘장미와 반지’에 대해 미야자키는

"힘도 지혜도 없는 소년이 현명하고 힘차게 변해가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 이 책에서

얼마나 큰 격려와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저는 미야자키가 이야기하는 ‘힘도 지혜도 없는 소년’ 즉 기글리오 왕자보다는

연약하나 지혜로운 소녀인 또 다른 주인공 로사르바 공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답니다.

미야자키가 추천한 책 50권 중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이 있는데요.

저는 어린 시절 에이브 전집에서 ‘집나간 아이’라는 제목으로 읽었습니다.

남매가 가출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숨어 지내는 이야기죠.

미야자키는 "무대를 일본으로 바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무대를 우에노 국립박물관으로 바꿔서요. 그런데 마치 무덤 같아 무섭다는 생각에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종로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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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굿지의 ‘작은 백마’.

미야자키가 "반짝반짝 빛나는 단단한 알맹이를 품은 책"이라고 묘사했답니다.

추석 연휴 때 읽는 것이 목표예요.

미야자키는 말합니다.

어린이 문학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는 달리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라는 응원을 아이들에게 보내려는 마음이 어린이 문학이 생겨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55쪽)

꼭 어린이책이 아니더라도

헌 책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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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두 세 권이 나왔는데요.

도쿄의 헌책방을 배경으로

미모의 수줍은 여주인과, 난독증에 걸린 점원,

그리고 책을 팔러, 혹은 사러, 훔치러 온 손님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랍니다.

사실 이 책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책 중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같은 잘 알려진 일본 근대 작가들의 책을 제외하곤

낯선 책이 더 많았습니다만,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보너스로 또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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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케네디 신작입니다.

언젠가의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21세기의 시드니 셀던이라고 해야 하나.

욕망과 파멸에 대해 그만큼 잘 그리는 작가도 없을 것 같아요.

맨해튼을 배경으로

‘시골쥐’의 야망과 좌절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에요.

기나긴 추석 연휴가 곧 시작되는군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빕니다.

(‘패배한 개’인 저는 조용히 집에 틀어박혀 있기로..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7 Comments

  1. shlee

    2013년 9월 18일 at 9:35 오후

    오늘 만물상에서 헌책방에서 월척한 이야기를 읽고 기자님 생각이 났어요.^^
    [새 책방에선 눈에 안 띄던 필요한 책이 헌책방 어느 구석에서 빙긋 얼굴을 내밀 때 독자는 발견의 기쁨을 느낀다.
    ‘아스팔트 위의 낚시꾼이 월척을 낚는 희열’을 ,,,]
    아스팔트위의 낚시꾼 곽아람기자님
    일산의 낚시터가 어디일까 궁금하네요.^^
    추석에 조용히 틀어 박혀 있지 말고
    낚시에서 잡은 맛있는 생선들과 함께 하시기를…   

  2. 곽아람

    2013년 9월 18일 at 10:43 오후

    shlee님> 오랜만이에요 ^^ 일산의 낚시터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낸 곳이라 가 본 적은 없답니다. 사이버 낚시인 셈이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3. 골고리

    2013년 9월 21일 at 8:53 오후

    두 로테는 저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어느 출판사 시리즈인지 모르겠네요. 표지가 아주 컬러풀한 시리즈였는데….제가 읽은 건 두 로테의 분량이 적어서 뒤에 다른 것도 같이 있었던 같아요….그 시리즈의 다른 책 중에서는 도넛 가게에서 기계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엄청 많이 만들어서 낭패였는데 실수로 도넛 속에 들어간 부잣집 부인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기 위하여 현상금을 걸자 도넛이 다 팔렸다…뭐 그런 이야기도 갑자기 생각나네요…그 당시엔 저자 이름 같은 걸 기억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네요..    

  4. 곽아람

    2013년 9월 22일 at 3:56 오전

    골고리님> 도넛 속에 들어간 다이아몬드 반지 ㅎㅎ 저는 그런 이야기는 못 읽었어요… 저는 ‘두 로테’는 ‘헤어질 때와 만날 때’ 뭐 그런 제목으로 파름문고에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에이브전집으로도요.    

  5. 나의정원

    2013년 9월 25일 at 2:50 오후

    신문의 북스코너에서 아이들 대상의 책을 소개해 주신 것이 생각나게 하는 글입니다.
    계몽사니 금성출판사니 하는 이름들이 반갑네요.

    책을 읽는 데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6. 곽아람

    2013년 9월 26일 at 10:44 오후

    나의정원> 네, 그런 시절이 있었죠. :)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7. 골고리

    2013년 9월 29일 at 1:39 오후

    잠시 검색을 해 봤더니, 제가 읽은 건 계몽사 컬러판 소년소녀 현대세계명작전집 이네요.대단한 게 이 전집의 표지나 목차들을 또 스캔해서 올려놓으신 분이 계시네요… 두 로테 뒤의 이야기는 동물회의라는 기억도 안 나는 이야기고…도우넛 만드는 이야기는 "유쾌한 호우머"란 이야기네요..이건 약간 단편들을 모아놓은듯…30년 전이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닌듯 싶네요..http://blog.naver.com/wolf0919?Redirect=Log&logNo=2001065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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