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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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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룩, 룩셈부르크

작년 7월 룩셈부르크 출장을 갔을 때,

‘크라잉넛’의 노래에 나오는 이 생경한 나라에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일이란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갈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나라에,

갑자기 또출장을 가게 되다니,

출국 일주일 전에 출장 통지를 받고

황급히 준비를 하면서,

‘대체 이 나라와 나의 인연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뮌헨에서 환승 시간은 단 40분.

환승 시간이 너무 짧아 짐도 못 부치고,

가지고 탄 슈트케이스를 질질 끈 채

비행기를 놓칠까봐 달렸다가,

짐 검사 창구에서 환승 티켓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당했다가,

우여곡절끝에 다시 표를 끊어 또 달리면서…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40분은 너무 짧다고 했잖아’

정확한예언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저주에 걸린

그리스 신화 속의 카산드라라도 된 듯,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하냐는 우려에 귀기울여주지 않은 여행사와 주최측을 원망원망하면서…

비행기 출발 시각 3분 전에 게이트에 가까스로 도착,

닫힌 게이트를 겨우겨우 열고 들어가 비행기에 아슬아슬하게 탑승하고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이륙하는 동안,

다시

‘대체 이 나라와 나와의 인연은 무엇인가’

거듭 거듭 생각했습니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낯선 호텔방에서 눈을 뜨면

부옇게해가 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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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서늘한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꽁꽁 싸매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다시 해가 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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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도카니 서서

도시의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감상적이 되어서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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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재차 갔었던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MUDAM에서

설치미술가 이불(49) 개인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취재를 가게 되었을 때엔

작은 전시실 하나에서 열리는 건 줄 알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미술관에 가 보고선

제 예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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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2m의 중앙홀에

이불의 흰색 사이보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군요.

그리고 지진 직후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진 바닥.

루브르 피라미드를 설계한 중국계 건축가 I.M. 페이가 설계한 이 유리 건물은

I.M. 페이 특유의 유리 격자 구조,

강렬한 빛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웬만한 작가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입니다.

이불은 그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술가란 공간을 장악하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작년에 안면을 터 놓았던

MUDAM 관장은 제게

"네가 작년에 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냐"고 물었습니다.

그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녹지가 많은 도시, 아름다운 옛 성이 있는 도시, 그리고 평화로운 도시에서

살아보았으면 좋겠다고.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했던 말이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를 하고,

대체 이 엄청난 스케일이 렌즈에 담길지 염려하며

수백 장읠 사진을 찍고,

그리고 다음날 현지 언론과 관람객 반응을 살폈습니다.

독일 아헨에서 왔다는 굴덴 블랙케르트(65·체육 교사) 부부의

평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층 난간에서 중앙홀을 내려다보던 부부는 "참 아름답다"고 했죠.

이불 작품은 기괴하나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저는 궁금하여

"왜 이 작품이 아름다운가" 물었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설명했죠.

"이 건축물은 완벽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불완전하다.

완벽함과 불완전함 사이의 대비(contrast),그게 아름다운 거다."

미술관 취재를 하다 보면,

유럽 관람객들의 작품 감상 능력,

느낌을 말로 표현해 내는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그 멘트가 핵심이라고 생각해 기사 말미에 넣었는데

지면이 모자랐던지 편집 과정에서 잘려 버렸네요.

다음은 제 기사입니다.

—————————————

그녀의 불완전한 우주, 룩셈부르크를 삼키다

  • 룩셈부르크=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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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07 03:04

    [설치미술가 이불, 亞 작가 최초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개인전]

    기괴한 사이보그·괴물들… 전시 까다로운 ‘MUDAM’을 완벽하게 장악한 그녀 작품
    "그래도 궁극적인 건 아름다움"

    
	이불의 1998년작 ‘사이보그 W1’ 사진

    이불의 1998년작 ‘사이보그 W1’. /MUDAM 제공

    22m 높이 유리 피라미드 천장에 한쪽 팔다리와 머리가 없는 흰색 사이보그, 촉수를 잔뜩 뻗은 괴물들이 매달렸다. 석회암 바닥엔 지진 직후의 지층(地層)처럼 꺾이고 뒤틀린 합판 구조물이 깔렸다. 인간의 과욕이 초래한 디스토피아, 유리를 투과한 햇살이 격자무늬 그림자를 드리운다. 5일(현지 시각) 설치미술가 이불(49) 개인전이 개막한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MUDAM(Mus�e d’art moderne Grand-Duc Jean) 중앙홀 풍경이다.

    "미술관 건물과 제 작품을 관통하는 ‘건축적 언어’를 찾아냈어요. 유리 천장의 철(鐵) 구조, 햇살, 사이보그, 그리고 바닥 구조물의 선(線)이 겹쳐 보이도록 했죠. 그렇게 해서 드라마틱한 풍경을 만들었어요." 작가가 설명했다. MUDAM은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를 만든 중국계 건축가 I M 페이 작품. 특히 중앙홀은 I M 페이 특유의 유리 격자 구조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웬만한 작가들은 작품을 설치할 엄두를 못 내는 곳이다. 이불은 이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4일 언론공개회에서 만난 룩셈부르크 보르트(Wort) 기자 마리-로르 롤랑(47)은 "이 까다로운 장소에 자기만의 우주(universe)를 구축하다니 대단하다"고 평했다.

    내년 6월 9일까지 열리는 이불 전시는 MUDAM 최초의 아시아 작가 개인전. 유럽 미술관에서 열렸던 이불 개인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도쿄 모리미술관에 이어 작가는 이곳에서 다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펼쳐 보인다. 과학기술의 윤리를 묻는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부터 거울로 자아(自我)를 되돌아보는 근작, 그리고 작업의 모태가 된 드로잉 400여점까지를 총망라한다.

    벌거벗은 채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낙태 퍼포먼스를 하고, 뉴욕현대미술관에 날생선을 전시해 썩는 냄새가 진동하게 했던 90년대 ‘여전사(女戰士)’도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그는 "사이보그 작업할 때만 해도 공격적이라는 이야길 참 많이 들었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참 오만했더라"고 조용히 말했다.

    
	격자 통유리를 통해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I M 페이 건축의 천장에 하얗고 기괴한 이불의 작품이 매달렸다. 바닥엔 지진 직후의 지층을 연상시키는 나무 구조물이 깔렸다. MUDAM 중앙홀에 이불은 완벽한 건축물과 팽팽히 대립하는 불완전한 인간 세상을 구축했다

    격자 통유리를 통해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I M 페이 건축의 천장에 하얗고 기괴한 이불의 작품이 매달렸다. 바닥엔 지진 직후의 지층을 연상시키는 나무 구조물이 깔렸다. MUDAM 중앙홀에 이불은 완벽한 건축물과 팽팽히 대립하는 불완전한 인간 세상을 구축했다. /룩셈부르크=곽아람 기자

    지하 1층 전시장에 설치된 거울 미로 ‘Via Negativa'(부정을 통해·2012)는 작가의 젊은 날, 나아가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반성문 같은 작품이다.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관람객은 거울에 비쳐 일그러지는 자기 모습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마침내 미로 끝에 도달하면, 전구 수백개의 빛이 관람객을 감싸안는다. "대지진 이후 밤 비행기에서 도쿄를 내려다보는데 그런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미친 듯 반짝였어요. 참 애틋하더라고요. 때론 재앙을 겪지만, 결국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힘, 그게 참 아름답다고 느꼈죠."

    괴물(몬스터), 아크릴 비즈와 스테인리스 스틸이 녹아내리는 파괴적 건축물(브루노 타우트 이후), 차갑고 기계적인 미래 도시(나의 거대한 서사) 등 끔찍하거나 기괴한 이미지를 만들어 온 이불은 정작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중앙홀을 가리키며 "작품의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관객들은 이곳에서 굉장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 단언했다.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6 Comments

    1. 김진아

      2013년 10월 14일 at 12:13 오전

      아주 반짝!
      거리는 지금 시간이 제일 평안합니다.

      블로그..이웃님들 밀린 글과 새로운 글 들을 마주 할 때마다
      피로가 싸악~! 사라지거든요. ㅎ

      곽아람님.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네요.

      건강 유의하시구요. ^^   

    2. 곽아람

      2013년 10월 14일 at 12:43 오전

      김진아님> 오랜만이에요. 쌀쌀해졌죠? 감기 조심하세요 :)   

    3. JeeJeon

      2013년 10월 14일 at 7:37 오후

      ‘미술가란 공간을 장악하는 사람이구나’,라는 표현에 완전 뻑 갔습니다. 글쓰는 사람들의 글의 어휘란 보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전시 공간을 본듯하게 만드는구나, 란 생각을 했습니다

         

    4. 곽아람

      2013년 10월 14일 at 8:18 오후

      Jee Jeon님> 미술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미술가란 ‘공간’을 장악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방향치인 저는 그 ‘공간’이 공포스럽게만 느껴진답니다. ㅎㅎ   

    5. 미뉴엣♡。

      2013년 10월 15일 at 4:04 오전

      유럽 룩셈부르크에서의 이불 – 설치 展
      산뜻합니다. 현대미술 설치작업의 미적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하얀 사이보그..ㅎ

         

    6. 곽아람

      2013년 10월 15일 at 3:57 오후

      미뉴엣> 머리랑 한쪽 팔다리가 없는데도 귀여워보였지 뭐예요. 사이보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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