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여름

<2005.7.27.오후8시에>

유난히길고긴시카고의겨울이소리없이꼬랑지를감추는오월쯤에

봄이찾아온듯싶은가하면,

그것도잠시어느새미풍이살랑거리는초여름이다.

시카고의여름은미시간호수로부터시작한다고도할수있다.

쪽빛의끝없이펼쳐진바다같은호수…….

그러면미시간호변에는자전거로호숫가를달리는사람들,

철이른비키니수영복을입고모래밭에누워서햇볕을즐기는사람들,

롤러스케이트를타는사람들……조깅하는사람들…..

이렇게수많은사람들이끝없이이어지는호숫가를에워싼다.

그들은그렇게긴겨울이가고여름이오는것을환영하고즐긴다.

<2005.7.27.오후8시에>

이때가되면겨우내선착장에매여있던요트들과작은배들은

미시간호수위에여러가지화려한색으로돛을달고하염없이떠다니기시작한다.

그것은마치한폭의수채화같다.

비릿한바다냄새처럼묻어오는시원한호수바람을들이마시며,

유유히흐르는유람선에서올려다보는시카고시내의여러가지형태로잘조화되게

지어진수많은고층빌딩은또얼마나아름다운가!

이렇게시카고의여름은무지개처럼화사하게찾아온다.

<2005.7.27.오후8시에>

시카고의여름은음악과함께시작한다고도할수있다.

하일랜드팍에있는라비니아라는도시에서는해마다여름에행해지는야외음악제가있는데

바로그유명한RaviniaFestival이다.

팝콘서트,재즈,클래식등폭넓게취급하며잔디밭위에서음식과와인을같이곁들이며

편하게즐길수있는데보통6월초순부터9월초순까지행해진다.

또한시카고의여름을떠올리면빼놓을수없는것중의하나가바로GrantPark이다.

이GrantPark은미시간호반에접해있는녹음이울창한공원이다.

원래는미시간호수였던자리를일부분메워서만든공원으로사이클링,조깅전용도로,테니스장,

미식축구등의시설이있어서특히여름에는수많은시민들과관광객들이많이찾는곳이다.

이공원의중앙에는미국에서가장아름다운분수가있는데바로BuckinghamMemorialFountain이다.

컴퓨터에의해조정되는물의움직임은최고40m까지솟구치고,형형색색의아름다움은,

보는이를압도하며5월하순부터9월초까지가동된다.

또저녁에는그랜트팍심포니오케스트라에의한무료콘서트가행해지기도하고,

팝콘서트,오페라,발레공연등이열려시민들의휴식처가되고있다.

이그랜트공원을빼놓을수없는것은또다른이유가있다.

해마다이곳에서그유명한TasteofChicago가열리는데이것은말그대로전세계의음식맛을볼수있다.

음식뿐만아니라밴드와노래가같이어울려지고수백만의사람들이이때를즐겨찾아기다린다.

이먹거리축제는보통10일정도하는데끝나는날은꼭7월4일이다.

이날은미국의독립기념일이기때문에일부러행사를이날에맞추어끝냄과동시에

밤에는거대한불꽃놀이를그곳에서함으로써축제와함께독립기념일을기린다.

그리고나면시카고의여름이무르익기시작한다.

내추억속에있는시카고의여름도이독립기념일과연관되어있다.

그때가1988년도였으니까오래전일인데도지금돌이켜보니바로어제일인것처럼생생하게떠오른다.

우린시카고에서세번째의여름을맞이하고있었으나,그당시의이민초기의사람들이그렇듯이우리도

일하기에바빠서가족나들이를가져보지못하였던때였다.

마침둘째딸의생일이7월8일인데며칠앞당겨서독립기념일인7월4일에호숫가에서지내기로하였다.

시아버지,남편,8살과7살인두딸,그리고그때난만삭의몸이었지만,

집에서30여분운전하고가면있는글렝코비치로하루나들이를갔었다.

바다인지호수인지분간이갈수없을정도로끝없이막막하게펼쳐진남빛의호수…..

파도가일어나면하얗게부서지던물살들…..

시아버님과남편은수영도하고,아이들은물가와모래밭을왔다갔다하며신나게놀았다.

점심은비치위의공원에서준비해간음식들을먹고또해질녘까지즐기다가

저녁에는글렝코시가주최하는불꽃놀이를보기로하였다.

날이어두워지자그동네의많은사람들이공원으로모여들기시작했다.

잔디밭위에돗자리를깔고옹기종기모여앉아서불꽃놀이를기다리던나는"참좋구나!"하는마음이었다.

주위의나무숲에서번지던향긋한나무냄새가코끝을행복하게하여주고…..

어둠이깃들기시작하던그날의초여름밤은아름다웠고,그때의별이총총하던밤하늘은아직도내기억속에있다.

깜깜한밤하늘에수놓아진아름다운불꽃들……

반짝거리며솟아올랐다내발치께로쏟아지는듯한그불꽃들은얼마나황홀했던가!

밤하늘높이솟아올랐다가사그라지던불꽃들은또얼마나아름다웠었던가!

그때우리가족은하나되어,

그한여름의낮과밤을즐겁고행복하게보냈다.

해마다여름이오면하루즐긴그때가눈물겹도록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