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31살에는꼭죽을거라고생각되어지던때가있었지요.

아무런뚜렷한이유도없이말입니다.

전혜린의<그리고아무말도하지않았다>란책을옆에끼고다니면서

나도그렇게할것이라고말입니다.

그때가내나이20살의풋풋할때였지요.

그런데그31살의나이를지날때쯤

난이민초기의만만치않았던생활을하느라

그런생각이나했었던가싶게그저무심히그31살을넘겼습니다.

거기에서둘을더한33살에하느님을알게되었습니다.

제단에많은백합꽃이둘려싸여있었던부활절에

온식구가시카고에서세례를받았던것입니다.

!하느님…..

그분을알게되어서너무좋았었지요.

그저무작정좋았습니다.

내가왜진즉이런분을몰랐을까하는스스로의무지를탓하기도했었고요,

한동안성당도서실의문턱이닳도록드나들면서,

성인성녀전을비롯해서여러가지신앙책을빌려읽었었지요.

성당에가면제대맨앞쪽에앉아서온전히미사를드리려고도했었고요.

그런데말예요.

의례그런사람들은눈에띄나봅디다.

다른신자의눈에띠여서붙들릴줄알았더라면그렇게하지는않았을거예요.

하루는어느자매님이,

“레지오마리애를같이했으면좋겠는데요”

“그게뭔데요?”

“성모님의군대라고하기도하는데기도하는모임이에요.”

내가그자매의손에그냥끌려갔다고해도됩니다.

그렇게해서레지오마리애란단체에가입을하게된것이

봉사생활의시초가되었단말이지요.

들어간지6개월만에단장이란감투를쓰게되었는데,

성당의허드렛일부터시작해서

교우의장례가생기면무조건그집으로찾아가서연도를바치고

설령결혼식에는못가더라도장례식에는빠지지않고참석하려고했었죠.

하다보니단원수가늘어나서쁘레시디움을하나분가시키기도했구요.

8여년동안그렇게하고있었는데어느날본당신부님께서부르시더니

선교부를맡으라는것이었습니다.

“신부님.저레지오하고있잖아요.”

“레지오하고선교부하고하는일이비슷한데단장은다른분을뽑아놓고

선교부를맡아주었으면좋겠어요.”

순종이믿음의기초아닙니까?

더군다나깊은겸손,온전한순명은레지오의정신이고요.

거기다가절대로거절을못하는성격인저는말씀을따를수밖에없었습니다.

선교부일을하는동안예비자교리반에정성을쏟는동시에

다른일을하나더추진했죠.

그것은성서를필사하는것이었습니다.

있잖아요….

믿음생활을한다해도사람인지라휘청거릴때가더러있습디다.

정말꼭한번,

손에쥐고있던것을다놓아버리고싶었던때가있었는데

1995년겨울이었죠.

시카고의겨울은한번눈이내릴땐무섭게내립디다.

초저녁부터눈이내리기시작해서자정쯤되었을때엔,

언뜻창문너머로보기에도내무릎정도까지빠질정도로보이더라고요.

그렇게쌓이고도계속내리는눈을보면서

‘저눈속에이고된몸을뉘이면참편하겠구나!’하던때가있었죠.

그시기는혹독한겨울만큼내인생에서가장암울했던때였거든요.

죽음의유혹에서도망치기위하여시작하였던것이성서필사였습니다.

지금이글을쓰면서그노트를찾아보니

첫장에1996.1.14일이라고쓰여있군요.

그렇게시작해서신약성서를다쓰고구약도절반쯤을넘어쓰고있을때

선교부를맡게된것입니다.1999년에.

성서를필사하면서그은총속에만만히녹아든나는

전신자들을상대로해서성서필사운동을하기로맘먹었는데,

그렇게한것은지금돌이켜보아도잘한것같습디다.

이민생활은화려한것이아니고그안에숨겨진눈물이얼마나많은지

저강건너사람들은잘알수없을것입니다.

가끔은호화롭게시작해서잘사는사람들도있기는하지만요.

신부님과수녀님의절대적인지원속에서많은신자들의호응을얻으며

신약성서를2여년을거쳐서다쓸수있었습니다.

신자가정인600여세대가다쓴것은아니지만,

남녀노소할것없이많은신자들이기쁜마음으로이운동에참여하였습니다.

물론그덕분에나도다시한번신약성서를완필하게되었지만요.

그렇게선교부의임기를끝내고이제평범한일반신자로돌아가고싶었지요.

가족의많은인내심과그들의희생없이제가봉사생활을할수있었겠습니까?

일반신자로돌아가서남들처럼편하게신자생활을하고싶었단말이지요.

그런데새로부임하신신부님께서도와달라며

이번에는전례부를맡으라는것이었습니다.

전례부라……그거룩한제의를만질수있고제단에도올라갈수있고….

성합과성작도만질수있고…..등등

이일만큼은하고싶다는새로운유혹이저를이끌었습니다.

그렇다고뭐,제가감투욕심에강한것은아니었습니다.

또남들처럼버젓이행세하고다닐처지는더더욱아니었고요.

늘맘속으로죄인인내가어떻게그거룩한직책을맡을수있겠어요?

내맘속에는오로지당신이날거두었기에

난당신의종이되는것뿐이에요…..하는마음이온통차있었을뿐이었지요.

아무것도가진것이없기에

하느님께서자꾸당신곁에두고싶어하신것이아닌가싶기도합디다.

가진것이많았다면세상유혹에

당신의일을희생으로받아들일사람이별로없었기때문도아닌가하고요.

전례부일을하는동안도즐겁고재미있었습니다.

특히신부님께서는당신의강론을본당의웹사이트에올리고싶어하셨습니다.

제가다시제물이되었지요.

신부님께서는전례부장이이일을맡아서해야된다고합디다.

매주일마다강론을녹음하고,

월요일엔퇴근후에집에서그녹음된테이프를다시들어가면서타이프쳐서

신부님께e-mail로보내드리고

그다음날인화요일에수정한것을받아서웹사이트에올리도록하셨습니다.

그걸리는시간이대략4시간내지5시간이듭디다.

저는원래순명아니면죽습니다.

그저시키시는대로“네”하고따라야한다고믿고있으니까요.

그런데꼭일년을그렇게하고그일은더이상할수없었습니다.

신부님께서건강이좋지않으셔서서울로돌아가셔야했기때문이었지요.

다행히그뒤로부임하신새신부님께서는그런일을하길원치않았기에,

저도그일에선완전히손을뗄수있었지요.

그런데말입니다.

이렇게16년동안6분의본당신부님을모시면서앞만보면서걸어왔는데,

이제는평범한신자로돌아가서조용히주님을섬기고픈맘이간절하더란말입니다.

물론죽기까지사는삶이봉사의삶이면얼마나좋겠습니까만,

이제나도나이가있으니까이제라도슬슬삶의여유를

자연속에서즐기고싶더란말이지요.

올6월말로임기가끝나면좀더잘해야지,좀더열심히해야지하는생각에서떠나서

아주평범한신자로돌아가고싶었죠.

그래서지난4월부터는

미리본당신부님과본당수녀님께살금살금뜻을비쳤지요.

“신부님,앞으론산에다니고싶어요.”

“산에갈려면주일에가야할텐데요.”

“그럼요.그래서토요특전미사참례하고주일엔산에다니고싶어요.”

“…………..”

“수녀님,저있잖아요.멋있게살구싶어요.”

“어떻게요?”

“앞으론주일에산에도가고싶고,놀러도가고싶고,저16여년이넘게주일날제대로쉬어보지도못했잖아요.이젠좀쉬고싶어요.”

“…………..”

그렇게해서어렵게이번에짐을벗었단말입니다.

신부님께서는며칠동안고민고민하다절놓아주기로했다면서

담에다시부를테니그동안푹쉬라하시면서겨우놓아주었는데말입니다.

그런데어떡하란말입니까?

어제주일미사후에본당의한글학교교장선생님으로계시는큰수녀님께서

저에게이러잖겠어요?

“서무선생님이건강이않좋으셔셔갑자기그만두게되었는데

교우주소록을놓고아무리뒤져보아도적격자는딱한사람이에요.

자매님께서서무선생님이되어주세요.”

엉엉….나어떡해요.

하느님.그대를향한나의마음은변함이없지만

나도이젠주일날땡땡이도치고아무직책도없이자유롭고싶단말예요.

나어떡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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