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간의 자유로움

보통여느날같으면

퇴근후에곧바로집으로돌아와서

소매없이가슴이움푹파여있는러닝셔츠와짧은팬츠로

갈아입고는

집앞의공원에서한시간정도를걸은다음에

아들을데리러간다.

그렇게하면6시에끝나는아들하고정확하게만날수있다.

이여름방학이끝나고나면고등학교3학년이되는아들은

올여름동안을W증권회사에서인턴으로일하고있는데

아침에그곳까지는버스를타고가고

저녁에는내가데리러간다.

그래봐야우리집에서그곳까지는10분거리다.

아들이일하러갔던첫날에데리러갔더니

W증권제복인베이지색와이셔츠에다줄이선검정바지,

코끝이반짝거리는검정색구두를신고

내앞에우뚝나타났었다.

아침6시에는집에서나서야하기에

아들의첫출근모습을보지못하였던나는

수줍은모습으로내앞에서있던아들을보곤

환한웃음을보냈다.

어휴.잠꾸러기가제대로차리고나왔나보네……

그런데오늘은

퇴근후에치과에갔다가

집에들리지못하고바로아들을데리러왔다.

아직도30여분이남았는데

오늘따라날씨가비가올듯꾸물꾸물

거기다가무척후덥지근하다.

아들사무실옆에있는스타버그커피집에가서

앉아있다올까하다가

오고가는사람들을구경하기로했다.

차의에어컨을끄고

창문을다열어젖히고선루프까지열어놓고는

위일청의CD를누른다.

나지막하면서허스키한목소리가정겹다.

의자를약간뒤로젖혀아주편한자세로

누워서

창밖의풍경을그저무심히바라본다.

따뜻한저녁바람이

머리카락을흩날리고

팔의맨살을간지럽히듯지나친다.

버스가오고가고

사람들이내리고타고

승용차가내옆에주차하기도하고

전철이왔다가떠나고

………

………

사람들이내옆을지나칠때마다

본의아니게그들의얼굴을몰래바라보니

그표정들이재미있다.

그러다문득…..

나의표정은어떤것일까?

지천명의나이를가지고있는나는

어디쯤에내의식을두고

흐르고있는것일까?

내가당신을어떻게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꼽아볼게요.

내영혼이닿을수있는

깊이만큼,넓이만큼,그높이만큼당신을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브라우닝>

아들이부르는소리가꿈결처럼들린다.

내옆자리에오른아들은

늘하던것처럼

내옆볼에키스를해준다.

소리내울수조차없는슬픔으로
나를스치듯이지나가는나날들
내가알았던커다란웃음을
나이제는어디에서찾을까
해묵은그리움에젖은내모습은
바람한점에도흔들리고있는데
커튼사이로스미는어둠에
오늘도하루를힘없이지내네

떠나간그대세상수없이많은우연속에서
그대를떠나보냈던그아픔밖에는
또다른우연은왜없나요
이제는나그대를잊으려고해요
그러기전에멀리서라도
그대를난보았으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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