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14.오후에,Annika의집앞에서>
아침5시,샤워를한다음에
젖은머리를헤어드라이어로말린후
거울앞에앉아서구르프를감는다.
적당한양의머리카락을모아쥐고
느슨하지않도록바짝조여댕겨
알맞은온도로달구어진구르프를대고
잘감아준다음에집게로고정시켜준다.
지난2월말에산호세에살고있던여동생이와서
공항으로데리러갔었다.
동생은날보자마자,
언니.머리가그게뭐유.머리스타일좀바꾸지.
이젠중년배도나오기시작했는데그렇게짧은머리를하고있으면
더나이들어보여.
요참에머리를길러보지그래.
난20여년동안줄곧상고머리스타일을하고있었는데
한달에한번씩미장원에가서공납금을바치고다듬어주어야만했다.
미장원에갔다가성당엘가면
영락없이신부님은내뒷꼭지를툭툭치면서
아.다깍지이건왜남겨놓았어.
이발소갔었나보구만…
그럴정도로짧은머리였었는데
동생의권유로머리를기르기로했다.
나로선정말대단한결심을한것이다.
짧은머리를기르려고하니중간에유혹도많았다.
거울을볼때마다지저분해보여예전처럼짧게다듬고싶기도했었고
다늙어서머리를기르려고하다니…
하고스스로혀를차기도했다.
그러다가책을사러한국서점에갔었는데
액세서리코너에있던헤어밴드가눈에띄었다.
검정색가죽으로정교하게테를두르고
까만크리스탈로만든두마리의나비가달린
예쁜머리띠였다.
집으로돌아와서머리띠를두르고
아들한테물었다.
아들아.엄마좀봐.어떠니?예쁘니?이상하지않아?
나는소녀가된기분으로열심히머리띠를두르고다녔다.
회사에서도보는사람마다다웃었다.
성당에서도사람들이지나치다가다시보자며쫓아와선들여다보며웃었다.
나도같이웃었다..
아.머리띠하나가사람을무진장기쁘게해주네….
그동생이5월말에한번더왔다.
그리곤머리가제법자랐다며
이젠손질하는법까지가르쳐주고돌아갔다.
매일아침마다난
동생이가르쳐준방법대로
마치경건한의식을행하듯이머리를손질한다.
구르프를다말고는
가만히거울을들여다본다.
조그맣고동그란얼굴.
내가나를향하여빙긋웃는다.
기다리는동안얼굴은간단히매만진다음에
구르프를벗긴후에브러시로천천히빗어준다.
찰랑찰랑거리는머리카락이목덜미를간지럽힌다.
마치따뜻한사람의손길이머물러있는것처럼포근하다.
그리곤헤어밴드를머리에꽃는다.
단아하다.
거울속의나를향해한번더웃어보인다.
그래.날자.
나비처럼훨훨날아보자.
아침6시10분.
현관문의손잡이를힘있게잡아당긴다.
부드러운머리카락이어깨위에서춤을춘다.
오늘도기분좋은출근길이다.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