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열리는 카니발

집앞의공원에

여러가지놀이기구가세워져있습니다.

해마다이맘때쯤이면

동네사람들을상대로하는

작은카니발이열리기때문입니다.

금요일저녁부터시작해서

일요일밤늦게까지하고는끝이나는데

삼일동안저녁마다활기찬소리가휘날립니다.

그러다가

월요일아침일찍출근하면서보면

그많던놀이기구는밤사이에흔적도없이사라지고

깨끗이정리가끝난공원은

다시일상의조용한쉼터로돌아가있습니다.

재빠르기도하지…하면서

그때마다나는감탄하였습니다.

일요일저녁,

어스름하게어둠이깔리기시작할때에

제딴에는다컸다고생각을하는지

가지않겠다고하는아들을살살꼬드겨

어느사이에큼지막해져버린그의손을잡고서

저녁산책삼아구경을갔습니다.

신나게울려퍼지는음악소리,

기계돌아가는소리,

구수하게퍼지는팝콘냄새,

아이들의내지르는환성과

꼬마들의밝은음성들이

초가을의시원한바람과함께

넓은공원을가득메우고도넘쳐나서

하늘높이메아리치고있었습니다.

솜사탕을두개사서아들손에하나쥐어주곤

다른하나는내입술에대고

살짝혀를내밀어봅니다.

달콤한향기가묻어나면서입안에짝달라붙습니다.

스르르눈을감고맛을음미하는데

마치어린아이가된것같은기분이듭니다.

물결치듯흥겨워하는사람들사이로넘나들다가

문득

이사람들을작년이맘때쯤에도보았었을까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살다보면

옆에스치는인연들이참많이있습니다.

계속붙들고싶은인연,

끊어버리고다시는뒤돌아보고싶지않은인연,

시행착오로비껴가는가슴시린인연,

풋풋한기대감으로새로시작되는인연,등등…

불현듯

아직도내게는부둥켜안고끌어안을인연들이있다는것에,

소중한이웃들과더불어나눌사랑의인연이있다는것에,

감사한마음이들었습니다.

아하.그래.

아직난살아가고있는거야

내년에도어김없이이맘때쯤이면

이카니발은또찾아올것입니다.

그럼그때나는어디쯤에

어떠한인연에닿아있을까

그것은나도모릅니다.

그러나확신할수있는것은

아마틀림없이가지않겠다고하는아들을다시꼬드기고있을겁니다.

그러면마음이약한아들은,아이엄마는…하면서

따라나설지도모릅니다.

오늘처럼.

아들이게임에서이겨서가진곰인형을건네줍니다.

부드러운털곰인형을안고집을향해걸어가는내어깨를

아들의커다란팔이감싸줍니다.

어깨에걸쳐진아들의손을마주잡아주면서

올려다보는밤하늘에는

별들이총총하게떠있습니다.

향긋한나뭇잎향을담은바람이

기분좋게흔들어주고가는아름다운밤입니다.

LeLempsD’un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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