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버려야겠다!!!

며칠전에작은딸애가새로산바지의길이가길다고

고쳐달라며바지세개를가져왔다.

큰딸은키가크고늘씬해서사는옷들은거의맞는편이지만

작은딸은키가작은편이라서사는옷마다한번씩손이가야한다.

어렸을때부터연년생으로키우면서주위에서많이들어본말은

어쩜한살차이인데도그렇게차이가납니까?이였다.

작은딸은학교에서아이들을가리키며움직이기는바지가제일편하다고했다.

그래서그애는바지를사면꼭나한테가지고왔다.

물론세탁소에서고쳐주기는하지만

그삯이어떤때는바지값만큼나갈때도있다.

그애가보통몇번할인을한바지를골라오기때문이다.

절대로함부로돈을쓰는아이가아니기때문에

그런일감을가져오면오히려난귀찮다기보다는

그애가대견하고또기쁘다.

요즘젊은애들이그렇게알뜰하겠는가말이다.

아마도대학교를다닐동안고학을했기때문일것이다.

그런데이일저일로바쁘다고한쪽에밀어놓았다가

오늘일요일아침에야그바지생각이났다.

오늘은또늦둥이아들의생일이었다.

난아들의생일을맞을때마다

그아이를낳고나서부터엇갈려가기시작한우리의삶때문에마음이아프다.

어쨌든내게,아니다.우리가정이라고해야맞을것이다.

나뿐만이아니라우리식구모두가고통스러운때였으니까……

난바느질을배우기위해서공업용미싱을하나장만하였다.

아들이태어난지3개월쯤되는때였다.

퇴근하고집에돌아와서는

가능한한빠른속도로저녁준비를해서간단하게먹자마자

가방공장에서받아온바느질을하였다.

매일새벽1시나2시까지……

그리곤잠을자고다음날아침일찍일어나서출근을하였다.

그때는시카고의다운타운에있는회사에서일하였기때문에

전철을타고다니면서오다가다밀린잠을자기도하였다.

젖먹이아들은같이살고계시던시아버지께서돌봐주셨다.

그렇게했다고웬만한돈을만져본것도아니었다.

바느질이서툰데다가하는대로값을쳐주기때문이었다.

저녁에만몇시간하는것이라서고생만한것에비해서실제론큰도움이되지않았다.

결국은그일도끊겨서그만두었다.

그렇게해서그미싱을사용한기간은불과채2년도되지않았다.

그뒤로세월이흘러서15여년이지났건만난그미싱을처분할수가없었다.

사년전에이집으로이사왔을때에도

그미싱을내방으로제일먼저들여놓았다.

그래서마땅히지하실로가야할것이내방한켠에버젓이자리를차지하고있다.

그미싱을보면나의분신을보는것같다.

2년이란짧은기간이었지만,

아이들과,시아버님과같이했던추억을놓치고싶지않기때문이기도하다.

더군다나지금은아무불편없이풍족하게잘살고있음에도

그때가아니잊혀져서가끔견디기가힘들때도있다.

여태껏그미싱은쓸모가더러있었다.

지금살고있는이집은유난히도창이많다.

직물가게에가서커튼만들천을고르고,

퇴근을하고집에돌아와서는

저녁마다바느질을하면서커튼을만드는재미에푹빠졌었다.

하나씩만들때마다창문양쪽벽에그냥걸어놓기만했다.

말끔한유리창너머로보여지는하늘과

그하늘을통해서느끼는여러가지감정들이

늘내게는소중한사람과말하는것처럼느껴졌기때문이다.

다행히우리집은이층이었고주위가휑하니터져있어서

남의눈을의식할필요는없었다.

집안의자잘한것들……베개보라든지,의자커버라든지……

그런것들은맘에드는천을사와서만들기도하였다.

또이렇게딸아이가고쳐달라고가끔씩뭘들고오면

언제든지난그미싱앞에앉아서바느질을하였었다.

그렇게요모조모로쓰임을받아왔지만

오늘아침엔문득이런생각이들었다.

이제는저것을치워도되지않을까……하는…

자꾸옆에끼고있으면서바라보다보면

과거와의끈에서완전히떼어지지않을것같기도하다.

아들의17번째생일에

난또한번가슴을쓸어내린다.

다음부턴이런바보같은짓도하지않았음좋겠다.

이제많은시간이흘렀으니까……

그나저나오늘은작은딸이가져온바지를다고쳐야겠다.

음악출처/山처럼.到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