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전화

비가내리는월요일아침.

책상위의전화벨이울린다.

Youngspeaking.

언니?

아득하다.

언니죠.여기서울이에요.

아니.수녀고모님.웬일이세요

얼른시계를본다.아침10시.서울은자정인시간.

…추석잘지내셨나싶어서요.별일없지요?

.다잘있어요.수녀고모님은요.

저도잘지내고있어요.

수녀고모…막내시누이.

내가결혼하던해에22살의나이로수도자종신서원을하였다.

벌써26년전의일이다.

필립인잘있어요?

그럼요.아주잘지내고있어요.요즈음필립이가학교다니면서일하고있답니다.

그애가올여름방학동안W증권회사에서일했거든요.

그런데학교다니면서도일할수있다고해서매일오후3시부터6시까지일해요.

W증권이집에서가까운데있지만근처엔다니는버스가없거든요.

그래서학교끝난다음에자기핸드폰으로콜택시불러서일하러가는데까지가고저녁엔제가데리러가요.

바쁘지않을땐그곳에서숙제도하고…무엇보다도필립이가그곳에서일하는것을좋아해서요…

경험도필요하겠고…그만한애들이많이일하면서학교다니는데잘된것같아요.

..벌써필립이가그렇게컸어요?기특하네요.

그럼언제대학교가는데요?

지금주니어니까2년있음가요.

네에…그럼수지는어떻게지내고있어요?

수지는집에서나가서친구들하고같이지내고있지요.

여기서시카고까지나가려면아침에하이웨이길이많이막히기도하고…또고만할땐부모하고떨어져서친구들끼리같이생활하거든요.뭐..여기애들이거의다그러니까……

수지는학교에서아이들가리키는재미가쏠쏠한가봐요.아주재미있어해요.

그애는아주어렸을때부터선생님이되고싶어했잖아요.

맞아요.언니.수지는유난히어린아이들을사랑했었지요.

그럼큰애는요?에니카는잘있어요?

.그애들도다잘있어요.

…큰애는중간에전공을바꾸었잖아요.약사는따분하다고메디칼로우로바꾸었는데

이것도의대공부하는것처럼공부가길드라구요.자기는FBI에서일하고싶다고하는데모르죠.

더군다나일하면서공부하랴,에니카키우랴……정신없이지내지요.

또매주토요일마다시카고에있는음악학교에서아이들에게바이올린레슨도하고있거든요.

그애도하루서너시간자면서지내고있어요.

그래도젊으니까당해내지……옆에서보기만해도그애가안쓰럽거든요.

우여곡절끝에내년여름에는졸업하게되었어요.

…언니정말잘됐네요.어쩜아이들이다잘큰것같아요.

언니가수고많이했어요.

수녀고모님.우리만그런것이아니고다른집애들도다들그래요.

그래도언니.힘든고비잘견디고아이들이저렇게커주었으니대견하지요.

에니카많이컸지요?

그럼요.벌써3살인데요……웬만한짧은단어는다읽고스펠링도말해요.

아니.정말이에요?3살짜리가어떻게…

그애아빠가저녁마다책읽어주고,게임도그런게임만사서같이놀아주고……

그리고항상일요일저녁엔제가에니카를봐야하거든요.

둘다일요일저녁에일하러나가니까……

전에니카랑같이노는재미가크답니다.하하하…

언니?

네.

그런데왜오빠한테전화하니까미국여자가받드라구요.

그럴리없을텐데요..잘못걸었겠지요.

그럼오빠는어떻게지내고있어요?자주연락은하세요?

자주연락은안해요.그래도잘지내고있다는것은알아요.

제친구가오빠랑같은회사다니거든요.부서는틀리지만오다가다보긴보나봐요.

잘있대요.걱정하지마세요.수녀고모님.

.그럼다행이고요.지난8월초에아버지일주기였잖아요.

.그랬지요.

우리4자매가다모여서성환에다녀왔어요.

그러셨군요.아버님산소의잔디는잘자랐나요?

.아버님하고어머님산소가나란히있으니까좋긴하더라고요.

그리고언니.제가전화한것은다름이아니고아버지가들어놓았던것이만기가되어서

얼마전에제가찾았거든요.그래서그것을언니한테보낼까하고요.

시아버님.

시아버님은살아생전에나한테너무잘하여주시던분이셨다.

나또한시아버님께는아주각별하게대해드렸었다.

서울에서도한달에한번정도전화를주시고또한달에한번정도는장문의편지를내게보내주시던분

그러면서도늘나에게미안해하시던분…

그분과의마지막통화하던날

어미야.날봐서라도어떻게안되겠니?

아버님.아버님도잘아시잖아요.이제어떻게할도리가없어요.

그리고저도앞으로는사람답게살고싶단말이에요.

안다.알아.내가정말널볼면목도없고,너에게할말도없다.

하지만그렇게오랫동안떨어져살다가아예잘못될까봐난그런다.

벌써3년이상떨어져있는데……그러지말고같이합쳐라.응.

다내가잘못해서그런거야.내가잘못가리켰어.

아버님.그런말씀마세요.아버님께서그러심제가더힘들단말이에요.

그런마지막통화가있고나서이주일후에심장마비로돌아가셨다.

수녀고모님.

.

저그것필요없어요.물론아버님께서필립이대학교들어갈때주시겠다고

말끝마다하시던것이었지만,저안받겠어요.

우리두딸들부모도움없이다자기들힘으로공부했어요.필립이도그럴거예요.

그리고우리보단수녀고모님께서가지고계시다필요할때쓰시는것이더좋을것같아요.

그건그렇고요.언제이곳에오지않으시겠어요?

글쎄…저도가고싶긴해요.

그럼적당한때에제가초청장을보내드릴까봐요.

그리고수녀고모님.여기걱정하지마세요.

언니.전늘언니랑오빠위해서기도하거든요.그런데도아직제기도가여물지않나봐요.

수녀고모님.그게무슨말씀이세요?

그래도우리가이만큼살고있는것은다살아생전아버님께서늘하시던기도때문이고

또수녀고모님의기도의힘때문인것을제가잘알고있어요.저…아주잘지내고있어요.…

그럼수녀고모님.그렇게아시고요.제가나중에연락할게요.

그래요.언니.그럼잘있어요.

.수녀고모님도잘주무셔요.

어제일요일에머루따러갔다가잠시잔디밭에베낭을베고누워서본하늘…..

무심한저하늘의구름처럼나또한떠돌아다니리라!!!

Emmanuelle’sTheme


천사의나라-ErnestoCortazar-Emmanuelle`s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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