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서 시카고의 한 끝에 서다.

그녀로부터전화가왔다.

당신이요?

나보다나이가조금위인그녀는늘나를이렇게부른다.

언제,시간을내서나한테들릴수있어요?요즈음집에있답니다.

그럼,언제쯤갈까요?

될수있으면오늘,내일?

알았어요.제스케줄보고곧연락드릴께요.

그녀…데레사.

내가그녀와가까이알고지내게된것은10여년정도된다.

해마다사순절쯤에이곳일리노이주에있는4개성당에서

하나로모여서하는세미나가있는데

그때마다난평신도가하는강의시간을맡았었다.

10여년전에,

내강의를들으면서계속눈가를훔쳐내는그녀가내눈에들어왔다.

강의가끝나자그녀가붉게충혈된눈으로내게왔다.

그리곤내손을꼭붙잡더니나를꼬옥안아주었다.

뜨거운손….

그때난느꼈다.그녀의아픔을.

그뒤로그녀와교류를갖고가깝게왕래하게되었다.

또그녀는나와같은성당에나가고있기도하다.

그녀는이곳에서오랫동안한국식당을하고있다.

교외에있는그식당은우리집에서불과10여분거리이고

또아들의학교에서는5분거리이기때문에

아들이학교에서풋볼연습을끝낸후엔보통그집에자주가서저녁을먹었다.

육류를좋아하는아들은그집에가면늘로스구이를시켰다.

그러면그녀는맥주나산사춘을가지고와서내게권했다.

이거..내가당신한테서비스하는거야..하면서.

언젠가나혼자서그녀가보고싶어서들른적이있었다.

마침한적한시간이라서

그녀와나는차를마시면서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게되었다.

당신.남편살아있을때잘해주어.

난남편이가고나니까좀더잘해주었을걸하는후회가많이들더라고.

그녀남편.

결국그는그여자에게많은한을남겨주고대장암으로죽었다.3년전에.

그래도말야.남편이더이상바깥으로나가서

그좋아하는화투를만질수없을때

그래서방안에서힘없이누워있는것을보았을때

내가그를위하여화투를배운것은잘한일인것같았어.

남편이가르쳐주었지.

남편하고나하고또남편대신가게일을도와주려고와있는형님하고

늦은저녁에모여서화투판을벌이면

힘없던남편이그순간만큼은생기가나서반짝이더라고.

참…내…생전처음배워서해보니까고것재미있더라고.

그때처음으로남편을이해하게되었어.

아하…이런맛때문에저이가빠져나올수없었구나.

그남편이죽고나서얼마있지않아서그녀도아프기시작했다.

후두암인것같다고목도열어보았다.

이곳저곳아파서병원에여러번입원도하였었다.

그러나그녀는지지않고오뚝이처럼자기스스로生을열었다.

가게는아예형님에게맡기고자기는손님처럼들렸다.

어쩔수없는현상.

꼬챙이처럼여위어가고있었지만

매일헬스클럽에가서운동을하고

토요일과일요일아침엔런러스클럽에가입하여달리기도하고

또가끔산행을하기도하였다.

그런데갑자기무슨일일까?

평소에전화를해서자기집으로오라고한적이한번도없었던그녀다.

더군다가가게에도안나가고집에있다니……

그녀를가슴에담아두고있는데불안한마음이든다.

그녀는말한다.

하느님이계셔서견딜수있었어.

당신도옆에있어주었고……

그러나,

정말그러나,

그녀는행복하였을까?

토요일인오늘은하루종일바람이불고하늘이흐렸다.

본격적인시카고의가을날씨

이러다가곧초겨울이시작된다.시월이끝나기도전에.

내일은그녀를만나러가야겠다.

그녀의아픈삶을보면나도아프다.

그러나그녀는당당하다.그럴땐나도기쁘다.

갑자기화두처럼내게떠오르는생각의파편.

그런나는한결같이관심을기울이고사랑해온것은무엇일까?

나는지금어디로가고있을까……

생의한끝에서있는듯,

시카고의한끝에서맞는바람속에서잠시詩人이되어본다.

SuzanneCiani-Tu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