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델라인 신학교에 가다

나는결코너를잊지아니하리라.

너는나의두손바닥에새겨져있다.

<이사야49:16>

올가을에들어서면서부터한번갔다오고싶다는생각이많이들었던곳입니다.

하지만주중에는도무지시간을낼수없었고,또주말까지연달아바뻣던관계로마음만그곳에있었을뿐이었다가

어제토요일오후에서야,한글학교가끝나자마자그곳으로달려갈수있었습니다.

오후3시30분쯤성당에서나서자마자그쪽으로차를돌렸습니다.

하늘은맑고푸르렀고,햇살은따사로왔습니다.

열어놓은차창문으로시원한바람이불어와머리카락을맘껏흔들어주는아름다운가을의오후…

30여분만운전하고가면먼델라인신학교에도착할수있다는생각에

사랑하는사람을만나러가는듯이마음이가볍게들뜨기시작하였습니다.

길가에서있는나무들도이제완연한가을색깔로치장하고있었고,

길옆의호수에떠있는오리들을보면서한가로운토요일오후의나긋함도느낄수있었습니다.

정문을들어서면계속이렇게나무숲으로된작은차도가나옵니다.

나무숲이라서햇살이들이비추어도어둡기때문에낮에도해드라이트를켜야만할때가더러있습니다.

얼마가지않아서사슴두마리가숲속에서나오고있는것을보았습니다.

신학교가워낙깊은숲속에자리잡고있고,아직도원시림같은데도있어서사슴이많이돌아다니고있습니다.

다리를건너서성당으로갔더니막4시가되어서울리는종소리가은은히울려퍼지고있었습니다.

신학교성당답게보기에도아주평범하고,그안의제대역시단순하고검소하게차려져있습니다.

이성당이주성당이고기숙사가4동있다고하는데,그기숙사마다또작은성당이있어서언제든지

신학생들이기도하러갈수있기에편리하게되어있다고합니다.

저기보이는탑이그성당입니다.

원래이신학교는시카고의다운타운에1844년에세워졌다고합니다.

그런데1871년10월8일에발생한시카고의대화재로전부타버렸고

(그당시의화재로급수탑으로세워진워러타워만남고다운타운의모든건물들이모조리불에타버렸습니다)

1926년에지금의이곳에다설립할수있었다고합니다.

4동의기숙사가있으며,현재신학생수는약200여명이고,

한국인으로는한국의인천교구에서유학오신학사님두분이계십니다.

저희성당의영어미사를집전하러오시는신부님들중에서는이신학교의교수신부님도계시고

학생신부님도계십니다.

이곳에있는십자가의길기도14처에는원죄없으신성모님의상이있습니다.

기숙사중의한동입니다.

요즈음저희성당에오셔셔영어미사를집전하시는Fr.BillMcCumber이십니다.

센트루이스교구신부님이시면서신학교에서공부하고계신다고합니다.

오늘영어미사후에한장^^

십여년이상이신학교를찾아왔었지만,이렇게결혼식이후에사진을찍으러온사람들을만나보기는처음입니다.

보통교외에있는보타닉가든에가면하루에도서너쌍이상의커플들을볼수있는데말입니다.

폴란드사람들입니다.이나라도카톨릭을믿는사람들이많고,또지금교황님도폴란드에서나오셨지요.

저위의사진가운데쯤하얗게보이는다리입니다.

제가이곳에오면꼭가서있다오는저만의장소가있습니다.

이사야서비석이있는곳을건너서보면저렇게의자하나가있는곳이있습니다.

물론이호수전체를돌다보면이렇게의자가놓여있는곳이여러군데있지만,전꼭이곳에만있다가게되더라구요.

성당이나도서실에가면주로자기가앉아있던자리만찾아가듯이말입니다.

이번에도저의자에한참을앉아있었습니다.

이름을알수없는새들의노래소리만주위를맴돌뿐사방이조용합니다.

주위의울긋불긋물들은나무를쳐다보다가…

또호수건너편을하염없이바라보다가…

호수위로찰랑거리는물이랑을들여다보다가…

뜬금없이지나간일이하나떠올랐습니다.

13여년전에저희본당신부님으로계시던강신부님하고아주절친하게지내시던신부님께서

뉴저지데마레스트에서사목하시면서공부를하고계셨습니다.

그러시면서일년에한번정도시카고를방문하셨는데,한번은사순절이지난지얼마안되시어서오셨습니다.

그때저희본당신부님하고그손님신부님과몇사람이같이차를마시는기회가있었습니다.

그때제가이런이야기를했었습니다.

"신부님!제가지난사순절에는뭔가저한테꼭필요한것을희생하는마음으로예수님께바치고싶었습니다.

그래서생각한것이아침에커피를마시지않는것이었지요.

저는아침에는빵을안먹어도보통2잔정도의커피를마셔야되는데그것을40일동안끊기로한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아주대단한결심이었습니다.

매일아침마다사무실이있는빌딩을들어서면1층에있는스타벅스커피샵에서퍼지는커피향기를이겨내기가힘들고

또옆의직원들이커피잔을쥐고있는것을보면저도모르게마시고싶은충동도겨우참아가며약4주동안지나고있었습니다.그런데그때저희부부의결혼기념일이돌아왔습니다.

마침친척한분이하루저녁을쉬고오라고시카고다운타운에있는호텔을예약해주는선물을주드라구요.

그래서남편과같이그곳에서있게되었습니다.

그런데그즈음저희부부에게는어려운문제가있었고,그래서그친척분이그런배려를해주신것이었습니다.

우리는잠도안자고해결되지도않을주제를가지고밤새도록이야기를하였습니다.

그러는동안날이새고,앞이훤히터진통유리창너머로해가뜨기시작하는광경을볼수있게되었습니다.

그때미시간호수위로해가떠오르는것을보았습니다.

아…얼마나아름다웠는지!

물위로내리비치는색깔이곳곳이같지가않았습니다.

남편이이렇게멋있는일출은그냥볼수없다면서커피를빼서가져왔습니다.

그런데전사순절동안커피를마시지않기로했다는다는것을남편에게말하지않았었습니다.

그것도하나의기도라고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었습니다.

하도남편이커피를좋아하면서왜마시지않느냐고하길래나중엔아무말없이그냥그커피를마셨습니다.

그래서제가모처럼결심하고실천하려고했던것을끝까지바치지못했습니다."

그당시의나의사정을잘알고계시던본당신부님께서는그저빙그레웃으시고계시는데,

손님신부님께서는당신의무릎을탁치시면서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큰은총받으셨습니다."

"아니,신부님.은총이라니요?"

"잘들으세요.먼저자매님께서커피금식을한다고그러한상황에서남편이가져온커피를마시지않았다면

남편이많이섭섭하였을것입니다.그런데자매님은자꾸권하는남편의말을물리치지않고드셨습니다.

그것이바로사랑의마음입니다.나보다도먼저남의마음을배려하는….

그리고그렇게해서그커피금식은깨졌습니다.그것이은총이지요.만약에그커피를마시지않고끝까지

40일을채우는일을하였다면그런대로기도는끝났을것입니다.하지만어쩌면마음한구석에내가해냈다라는

교만심이싹틀지도모릅니다.자칫하여생길그교만심을남편을통해서꺽으셨으니어찌은총이아니겠습니까?"

신부님의말씀을듣고보니구구절절다맞는말씀이었고,

그때얻은가르침은두고두고내가교회봉사생활을하는데커다란지표가되었습니다.

겸손과순명!

바로그손님신부님은지난2002년에인천교구제2대교구장으로촥좌하신최기산보니파시오주교님이십니다.

지금도일년에한번씩우리성당의견진성사를집전하러오십니다.

의자에서일어나서한참동안나무숲을걸어보았습니다.

어느새많은낙엽들이떨어져있었습니다.

다시차를타고한바퀴를돌아보았습니다.

언젠가"내가사랑하는곳"이라는제목으로글을올린적도있지만,

이곳은정말올때마다마음을차분히가라앉혀주는곳이기도합니다.

일반인들이함부로범접할수없는신비하고도거룩한기운이이넓고도넓은신학교를감싸고있는듯도합니다.

내가힘들고지칠때…

무너져서일어서기어려울때…

속에서차오르는것을발산하기어려울때…

그럴때이곳을찾아오면

이주위의모든것들은나로하여금새로운마음을갖고돌아갈수있게하여줍니다.

집에돌아가기위하여나오다가두갈래길을만났습니다.

오른쪽으로가면다시신학교를들어서는다리를만납니다.

저작은푯대에는176번으로나가는길이라고쓰여있습니다.그길은현실의길입니다.

여기서저는차를세워놓고또오랫동안차안에앉아서앞을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프로스트의<가지않은길>이떠올랐습니다.

숲속에두갈래길이있었다고…

그래서풀이더있고사람자취가적은길을택하였다고…

그리고그것때문에모든것이달라졌다고…

거기까지생각이미치자’인연’이란말이스쳤습니다.

인연이란…

예정된필연인것.

스치기만해도느낄수있는아련한것.

멀리있어도가깝게느낄수있는것.

사랑싹터서가물가물피어오르는것.

망망한바다끝편에서도어쩔수없이만나지는것.

슬픔속에서도희망되어오는것.

서로다른곳에있어도손내밀면잡혀지는것.

아릿하게스며드는운명같은것….

글쎄…내앞에새롭게펼쳐진,이제껏가보지않은길에어떠한인연들이또나를기다리고있을까…생각해봅니다.

오늘여기온것은정말잘한것같습니다.

두어시간이곳에있는동안나자신이많이정화된느낌입니다.

집에돌아오는길은토요일저녁인데가공사중인구간이있어서인지하이웨이길에서거의30분이상을

서있었습니다.

6시30분경집어귀에들어설때쯤만나게된달입니다.

상현도하현도아닌보름달같은….

RalfEugenBartenbach-Loving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