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영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해마다오월내생일이될때쯤이면병원에가서엑스레이를찍습니다.

일년이면한번씩메모그램을받기위해서입니다.

그런데올해엔그시기를어쩌다놓쳐버렸고

미루고미루다가오늘하루병가를냈습니다.

아침에는아들을학교에데려다주고다시집으로돌아왔습니다.

요즈음아들은많이힘들어하고있습니다.

꼭사춘기를보내느라고그러는것같지도않은것같은데

엄마인나도그이유를정확히알고있지못하여

안타깝기는그애나나나마찬가지인것같습니다.

그런아들을볼때마다자꾸미안해지는마음이드는것은

아들이아니라오히려내쪽입니다.

학교버스를타지않으려는아들에게

조금이라도편하게해주고싶어서

이주일전에회사의출퇴근시간을한시간반늦추었습니다.

그렇게내편리에따라서바뀔수있는회사의조건이고맙게만여겨졌습니다.

그래서아침에학교에대려다주고출근을하고

또저녁엔퇴근하면서

아들이학교가끝난후에일하고있는곳으로데리러갑니다.

어저껜아들을데리러갔다가어깨가축쳐지게걸어나와서

내옆자리에올라타는그에게짐짓명랑하게말을걸었습니다.

“아들아.어깨좀펴고걸어라.싸나이가그게뭐니?우리밥먹으로갈까?”

“그냥집으로가서먹자.돈쓰지말고….”

엄마를꽤생각해주고있는것처럼말합니다.

“어떨땐기분전환으로바깥에서도먹을수있어.너좋아하는것먹으러가자”

하고친구가하는식당으로데리고갔었습니다.

아들은맛있게먹으면서

자꾸내접시에구운고기를올려주면서먹으라고합니다.

하지만나는수척해지고고민이들어버린아들의얼굴을보면서

벌써그맛을잃어버리고말았습니다.

모처럼한가한시간속에있습니다.

11시에병원약속시간이라서아직도3시간이나여유롭습니다.

커피를내리면서부엌식탁의자에걸터앉아서창밖을봅니다.

응접실을거쳐서내방의통유리창을통해서

노오랗게물든나뭇잎들이바람에흔들거리는것이보기에좋습니다.

가을이깊어가고있네……

……조용하고평화로운시간입니다.

주말까지끼어서일주일내내바쁘다가

이렇게아침시간에고즈넉하게있으려니까마치횡재한기분입니다.

<병원가는길에…>

병원에가면잠깐이면될일인데도일부러곱게화장을합니다.

그리고매일출근할때마다정장을입기때문에

오늘은약간차가워진날씨에맞추어서

밤색골덴바지와검정색의얇은세타위로

역시검정색의스포츠잠바를걸치고병원에갔다왔습니다.

오는길에꽃집도들렸습니다.

화사하고향기로운꽃속에서

진홍색의장미를한다즌집어듭니다.

그러다가언뜻하얀백합이눈에들어왔습니다.

백합을한송이빼들고향기를맡다가아득해집니다.

그리곤두송이를더찾아올립니다.

응접실의성모님앞에다세송이의장미를

부엌식탁위에또세송이,

내방의책상위에다나머지를꽂아서두었습니다.

그리곤하얀크리스털꽃병에

세송이의백합을다꽂아서

아들방의책상위에다올려놓습니다.

다시한번백합향기를맡아보려고고개를숙이는데,

명치끝이멍해지면서뜨거운기운이얼굴로몰려듭니다.

울어도되나요?

가끔은혼자펑펑울어서풀어버리고싶을때가있습니다.

아들이혼자서되새기고있는것이무엇인지,

지금내가그런아들을위해서할일이정말어떤것인지…

…흔들리지않는영혼이어디있겠습니까?

오늘은내가많이흔들립니다.

그러나오늘밤자고나면

내일은아마말짱할것입니다.

내일은또내일의해가떠오를테니까……

SweetPeople-LaForetEnchantee(마법의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