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월요일부터데레사한테가려고하다가이제껏못가고말았다.
데레사소식을알게된것은월요일저녁에데레사가하는식당에저녁을먹으러가서알게되었다.
아들은그집의메뉴중에차돌배기를좋아한다.특히데레사가개발한미국상추겉절이를좋아한다.
그날도갑자기추워진날씨때문에따뜻한고기판을놓고마주앉아저녁을먹고싶어서그집으로갔었다.
나를보자웨이츄레스가말했다.
"언니오늘저녁에병원에서퇴원한다는데,알고계시지요?"
"아니.언제또병원에들어갔어요?"
얼마전에병원에서퇴원을하고방사선치료를받으러다니고있는줄만알고있었다.
그때데레사하고전화로이야기를나누었을때엔15번방사선치료를받아야하는데지금11번째를
아주씩씩하게받고있으니까걱정하지말라고쾌활하게말하였던것이다.
그리고자기는운전을할수없어서성당친구세명이번갈아가며병원에데리고다니는데,특히서드쉽으로
밤을새우며일하고돌아온간호원인친구가눈한번붙이지못하고자기를병원에데리고갈때제일미안하다며
웃으면서말하였었다.그래도자기는그런친구때문에힘들지만참으면서방사선치료를받고있다고도했는데…
"네.너무심해서요.다시들어갔다가나오는것이예요."
"전몰랐네요.제가오늘저녁이라도그집에가볼께요"
하지만집에돌아오면서난그집에갈수가없다는생각을하였다.
데레사를볼자신이없었기때문이었다.
12년전,성당에서하는성령세미나에서내가하는강의를들으면서유난히울었던데레사.
강의가끝나자나에게와서깊은껴안음을해주면서내손을꼭잡아주었던데레사.
그때난알았었다.그녀의아픔과나의아픔이같은동질의것임을.
아픔의원인이어떤것이었든간에갖고있던고통의무게가비슷하였을것이다.
그이후로우린무언의친구가되었다.그녀는식당을하느라고이른아침부터저녁늦게까지부엌에서힘들게
일하였고,난회사를다니면서여러가지성당의일을하느라고서로만나서긴이야기를나눌수는없었지만
어쩌다주일날성당에서만나면서로안아주고다둑거리면서바라보는눈빛만으로도마음이통하였었다.
그러다가오년전에데레사의남편이암으로세상을떠났다.
나는딱한번데레사로부터남편에대한이야기를들었었다.그것도지난여름에.
그깊은이야기를혼자서삭이느라고…..탁터놓고마음속에있는응어리들을진즉에풀어버렸었다면…
그랬다면데레사는지금이렇게아프지도않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혼자서그한을다삭이느라고얼마나힘들었을까.
그런데도그녀는한번도남편에대한원망을입을열어한적이없었다.
그녀가남편에대한이야기를하기전에난이미느낌으로알고있었는데…
그녀와내가같이자주시간을보내게된것은지난사월산행에서만나게된이후부터였다.
그산행은나의첫산행이었었다.그날은위스컨신에있는Davil’sLake를가게되었었는데난카플을하지않고
직접운전을하고가기로하였었다.아들이랑같이가는데4시간정도걸리는운전시간동안아들하고이야기를하면서
가고싶었기때문이었다.그런데그때데레사가나랑같이동행하게되었다.
데레사는이미그때는한번수술을한이후였다.목에종양이있는것같아서열어보았는데괜찮았다고말하였었다.
그날산행은얼마나아름다웠었는지…데레사와나는같이걸으면서많은이야기를나누었었다.
깊은산…이제막줄기에잎이돋아나오기시작하는끝없는오솔길…지난해에쌓였던낙엽들이아직도그대로
있던계곡의틈새를비집고걸어도갔었고이제막돋아나는들풀을밟으며진흙밭에빠지기도하였었다.
커다란호수를가운데두고여러개의산이있었기에산을타면서바라다보는호수는또얼마나시원하게보였던가!
그때데레사는말하였다.
"자매님.난이제이렇게산에자주다니고싶어요.그동안너무일만많이하고살았거든요.
지금이렇게산을오르니까얼마나좋은지모르겠네요…."
나도앞으로산행을할건데..잘됐다고…앞으로같이다니자고말하였다.
어떤때데레사가말하였다.
"자매님.언제시간좀내봐요.같이나가서밥먹게…난가끔우리식당말고다른데서먹어보고싶거든…"
그러자고해놓고딱한번그약속을지켰다.
그것도데레사가신시내티에있는언니집을방문하고돌아오는데공항에서픽업해서갔던것이었다.
왜그렇게난바뻤을까….지금후회가많이든다.
데레사를따라서토요일아침에는’달리기모임’에도몇번나갔었다.
데레사는마라톤시합에도나갔었다.
데레사의달리기옷맵시는멋있었다.그녀는말하였다.
"이왕하는것멋부리고하면더기분이나지않아요?"
가게는언니에게맡기고열심히운동을하러다닌그녀였다.
그녀는주일날성당미사에참례하면제대맨앞쪽,늘그녀가앉는자리에앉았다.
내가제대앞쪽에마련되어있는미사해설대에서미사해설을하면서데레사를보면그녀는늘울었다.
미사전에는장궤를하고선오랫동안고개를숙이고있었다.
신부님의강론말씀을들으면서도연신눈가를닦아내렸다.
성체를받아모시고서자리에돌아와서도오랫동안장궤를하고선고개를숙였다.
그럴때내눈에는삼백여명의신자가앉아있었지만한명의친구만보였다.
그런데레사를보면서마음이아프던적이얼마나많았었던가.
그것도한두번이아니고수년동안….
바보…왜떨치지못하였을까..난이렇게씩씩하게활보하고있는데…
일주일을망설이다가토요일인오늘저녁에데레사를만나러그녀의집을찾아가기로했다.
마침오늘성당의한국학교자모회에서내일바자회를준비한다고만들어놓은밑반찬등을사놓았기에
그것과함께복음성가집을챙겨들고갔다.
가기전에전화를하였더니데레사가말하였다.
"자매님.오지마세요.나,그냥옛날모습그대로를자매님께남겨주고싶어요.
지금의내모습을자매님에게보이고싶지않아요"
"데레사씨.우리가그런사이예요?힘들어서그래요?힘들면그냥누워있어요.
나,그저옆에서데레사씨손만잡아보고와도되어요."
그녀는검정색천으로만든터번을쓰고있었다.그터번밑으로머리카락을다밀어놓아서푸르스름한머리통이
비죽하게보였다.얼굴도많이빠졌다.그러나그녀는웃으면서쾌활하게나를반겼다.
그녀를만나면무슨일이있어도눈물을보이지않으려고작정을하고갔었으나그녀를안아주고
서로얼굴을맞댈때나도모르게입이삐죽거리고눈가가뜨거워져오는것을이를악물고참았다.
안돼…눈물을보여주면안돼…속으로부르짖으면서.
우린여러가지이야기를나누었다.난일부러그녀를웃겨줄려고말을많이하는편이었고그녀는가만한미소를
지으면서고개를까닥이었다.
그녀는체력이딸린다면서이미방사선치료를포기하였고,온몸으로퍼진암은이미피부곳곳에종기로솟아있었다.
어차피갈것인데치료를하지않고그냥조용히받아들이다가가고싶다고도하였다.
누워있는데레사의다리를주물러주었다.
야위어내두손안에쥐어지는종아리…이다리로건강을지킨다고그렇게열심히걷기도하고달리기도하였는데…
데레사가내가가져간복음성가책을보더니환한웃음을지었다.
"데레사씨는힘들면그냥있어요.어떤노래를불러줄까?"
세곡의성가를부르는동안데레사는누워서나를보면서조용한미소를지었다.
어떤성가는그녀도같이따라불렀다.
"나오늘밤너무행복하네요.자매님이올줄도몰랐고,더군다나이렇게좋은노래까지들려주다니…
자매님,나요즘이런기도해요.난이미내옷,내구두,아무튼내것이라고하는것은다정리해서
구세군에게갔다주었거든요.지금은운동화한켤레…갈아입을옷몇벌만있어요.
그리고어차피갈것을뻔히알고있는데…그냥이모습그대로데려가달라고기도하고있거든요.
그러니까조금더빨리…그기도가잘못된기도일까요?"
나는데레사의손을꼭잡으면서말하였다.
"데레사씨.전그기도가잘못된기도라고생각하지않아요.
그리고이렇게데레사씨가준비를잘하고있는데그것또한커다란은총이라고생각해요.
그리고데레사씨…누구나어차피가는길인데,그냥우리보다조금먼저가서자리를잡고있는다고생각해요."
서로마주잡은손에힘을주면서데레사가평화로운얼굴로나를바라보았다.
한시간정도데레사와있다가일어섰다.
누워서나를가만히올려다보는데레사를보면서말하였다.
"내가또와도되지요?"
그녀가고개를끄덕이었다.
데레사의집을나서는데쌉쌀한바람이내얼굴을훝고지나간다.
캄캄한밤하늘에달이휘영차게밝게보인다.
그제서야참았던내안의무언가가터지면서뜨거운것이목줄기로타고올라왔다.
초연하게갈준비를하고있는친구.
그래.그냥먼저가는것뿐이야….어차피나도그길을따라갈것인데뭐….
ErnestoCortazar-Rememb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