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빌딩의회전문을밀고나온다.
낯설은어둠이엷게내리기시작하는저녁이다.
파킹랏의2층으로올라서는데
담벼락에거미줄처럼엉겨있는잎이다진담쟁이덩쿨가지들이
썰렁하게불어제키는바람에파르르춤을춘다.
나는아직도이어둠이묻어나는퇴근시간에익숙하여있지않다.
수년동안오후4시,밝은햇살과함께퇴근을하여
집에돌아가는길에과일가게도들리고,세탁소도들리고,도서실도들리고
그리고집에가서저녁을지어도해가있는시간이었다.
그런데아들이학교버스를타지않겠다는바람에나는출퇴근시간을바꾸었다.
아들을학교에데려다주고출근하려고보니이렇게되고만것이다.
이제한달정도되었지만,아직도새로운출퇴근시간이어정쩡하게여겨진다.
더군다나오늘같이퇴근후에모임에가야하는날은더그렇다.
오늘은저녁7시에’시카고문학의밤’이있는날이다.
그곳에서난내가쓴수필을낭독하게되어있다.
집에까지갈려면보통한시간정도를하이웨이와로칼길을달려서가야한다.
아무래도이어둠속,한창러쉬아워라서밀리는하이웨이길을제시간에갈수있을련지모르겠다.
아무도자기의앞일을예견할수는없다.
내가언제한국을떠나서이머나먼미국에서살줄알았었는가.
검은머리파뿌리될때까지서로위하고사랑하며살아가라고하였거늘,
혼자서퀸싸이즈침대한켠에웅크리고잠을자게될줄은정말몰랐었다.
미국에오면모든일이잘풀릴줄알았었는데,
단지먹고살기위하여투잡을뛰면서밤낮으로일을하게될줄은더더욱이생각지도않았었다.
그리고그인고의세월을거쳐서이렇게편안하고좋은직장을갖게될줄누가알았겠는가.
또글을써보겠다고문인회에입단하리라곤꿈에도생각하지않았던일이다.
이모든것들을보면단언하건데인생은퍼즐게임이다.
살아갈수록그렇다는것을확신한다.
가끔조블에다나에대한글을한번씩써서올릴때마다그가말했다.
"지금허물을벗고있나요?"
그랬는지도모른다.
나는나자신을들여다보며한겹씩,또한겹씩껍질을벗겨나갔었다.
아펐다.
그러나창피하지도,부끄럽지도않다.
그것은사람이사람답게살아가는이야기일수있으니까.
2층파킹랏에다올라왔다.
차가운바람이휘익불어온다.일부러심호흡을크게하여본다.아주상쾌하다.
하늘을향해허공으로손을뻗쳐본다.
그래.이제부터시작인거야.
저어둡고깊은곳에움츠려있던자아를이제는꺼내야할때가온거야.
그동안구석에처박혀있어서덮어썼던먼지를말끔이털어내고,
정갈한천으로반들반들윤이나게닦아내는일은이제나의몫인게야.
글을써서허물을벗기는일을하였으면서도,사람들앞에서나자신을덧씌운것은벗지않았었잖아.
그리고다시한번따뜻한가슴을열고세상을바라보는거야.
자동차의시동을건다.
아무래도하이웨이에서80마일로씽씽달려야만제시간에그장소에도착할수있을것같다.
GiovanniMarradi-Innoc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