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있었던…

제방창문에서내려다보이는똑같은나무입니다.

지난늦가을에찍었었고…그리고지금막새집을발견하고찍었습니다.

나무가지에쌓여있는눈…보이실려나…

공중의새들을보아라.그것들은씨를뿌리거나거두거나곳간에모아들이지않아도

하늘에계신너희의아버지께서먹여주신다.

너희는새보다훨씬귀하지않느냐?<마태오7:26>

어제밤부터눈이내렸습니다.

하얀눈이소리도없이내리는것을

캄캄한방안의소파에앉아서

오랫동안조용히내려다보았습니다.

토요일아침인어제여느때처럼

한국학교에나갔습니다.

한국학교교장선생님으로계신큰수녀님께서

저를성당부엌의냉장고로데리고가시더니

비닐봉지로싼한꾸러미를가리키면서

아들에게끓여주라고하십니다.

사골인데당신이직접가게에가셔셔샀다고하시네요.

아니.수녀님,저도많이사다놓았어요.

어저께도필립이먹었는데요

그래도수녀님께서는가져가라고하십니다.

가슴이찡합니다.

아들이병원에있을때큰수녀님께서오셨었습니다.

마리아수녀님하고또유스그룹교장선생님하고…

그때가져온곰인형을아들은내내병원에서안고자기도했었습니다.

한글학교가끝나고늘하던대로선생님하고의미팅이끝날때쯤

또수녀님께서봉투를하나주십니다.

모든선생님께서저를위해서카드에싸인을하였다고합니다.

참…이럴땐제얼굴표정관리가힘듭니다.

그래도전억지로웃는낯으로여러선생님을바라봅니다.

그들도안타까운심정을얼굴에나타낸채저를마주봅니다.

그들이저에게말합니다.

선생님기운내세요….

집으로돌아오는길에핸드폰이울립니다.

제가아는성당분이방금저의집엘다녀가시면서주시는전화였습니다.

뭣좀두고간다고…아들한테필요한것사주라고…

그분은당연히그럴수도있겠지만,

전화를끊고나서는

전,감정을잃어버리고눈물부터쏟아집니다.

운전방향을잠시돌려서central길에있는공원으로들어갔습니다.

호수가…

잔잔한호수의물결이잿빛하늘아래에누워있습니다.

그호수와그건너편의숲속과또그너머의우중충한하늘을보면서

그냥한참을웁니다.

난동정받기싫단말이야….

정말사람들이절안됐다는듯이쳐다보는것이젤싫습니다.

물론그사람들은저를사랑해서그러는것인줄압니다.

마음을진정한다음에널싱홈에계신친정어머니한테들렸습니다.

사실ThanksgivingDay연휴때어머니를저희집에모시고올려고했었는데

아들이사고가나는바람에지금처음찾아가는것입니다.

약간치매기가있으셔셔혼자생활하시기가어려워서그곳에가신지이제일년이다되어가십니다.

절보더니제일반가운사람이왔다고좋아하십니다.

그리곤자꾸당신의침대에누우라고합니다.

어머니한테갈때마다전어머니의침대에눕거든요.

그리곤어머닌제옆에의자를바짝당겨놓으시고앉아계십니다.

전,누워서어머니의손을꼭잡고

어머니가하시는이야기를이것저것듣습니다.

어머니는하신이야기를또하고,또하고…

물어본이야기를또묻고,또묻고합니다.

전,일일이대답을하여드립니다.

그렇게하는것이어머니에게행복감을주는것이란것을알기때문입니다.

어머니앞에서또눈물을보입니다.

나…참못났지요?

어머니의까칠한손이내머리를쓰다듬어주십니다.

괜찮다.목숨은살았잖니….괜찮아…어이쿠…내새끼…

참을려고해도자꾸눈물이흐르니전,바보가다되었습니다.

어머니는또제얼굴이많이빠졌다고걱정스럽게바라봅니다.

아닌게아니라제가보아도많이수척해졌습니다.

눈이하도작아서눈이없는듯한얼굴이

이제는눈만크게보일정도이니까요.

마음에근심이있으면밥맛도떨어진다는데정말그랬습니다.

널싱홈에서나오니눈이희긋희긋날리고있었습니다.

그사이에차위에쌓여진눈을눈쓸개로쓸어버립니다.

제아픔도다쓸어졌음합니다.

저눈과함께녹아들었음합니다.

집근처과일가게에들려서아들이좋아할과일들을이것저것집습니다.

크고잘익은석류가유난히눈에들어왔지만그냥지나칩니다.

아픈아들앞에서저혼자맛있게석류를먹을수가없어서입니다.

어두워지는겨울밤…

아들이혼자있다가반겨줍니다.

벌써일주일동안머리를감을수도없었고,제대로씻을수도없어서

꾀채재하고아주이상하게보입니다.제눈에도.

돌아오는화요일에병원에가서실밥을뺀다음엔

따뜻한물에담겻다가싹싹씻어줄려고벼르고있습니다.

지금은아주맑은주일낮입니다.

아침부터또눈이휘날렸는데지금은멎었습니다.

아들은여지껏잠을자고있습니다.

일부러푹자라고놓아두고있었는데,

이제깨어서알맞게우려진곰국을먹일려고합니다.

다시커피한잔을내려서제방에와서창밖을내다보다가

나무에새집이하나지어진것을보았습니다.

언제저집이지어졌는지도모릅니다.

그래서얼른나가서사진을찍어왔습니다.

시간은흐릅니다.

그렇게하다가世月이란이름으로지나간시절이될것입니다.

산다는것은

내게주어진시간을열심히,그리고소중하게지내야하는것임도압니다.

오늘은

저와인연이되었던모든사람들이유난히고맙게여겨지고

또그립게생각나는날인가봅니다.

이제아들을깨워야하겠습니다.

2년전집앞수영장에서찍은사진,아들과에니카입니다.

GiovanniMarradi-SomeoneLike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