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당한 50 대라구…

<1>

책상위의전화벨이울린다

"저J예요.오늘도시락싸오셨어요?"

"아니.그렇지않아도오늘은J하고같이먹을까하고안싸왔는데전화도못했네"

"그럼잘됐어요.저오늘M하고같이나갈건데,같이갈까요?"

"좋아요.같이나갑시다.그럼12시에아래층에서만나요."

같은회사이지만J는11층에서일하고난10층에서일한다.

일식집으로가는차안에서피어나는수다…

"저,어저께드디어파티복샀어요"

J의말에M이다급하게뛰어든다

"언니.어떤것으로샀어요?"

"응.검정색으로샀어.결혼식에갈때도입을요량으로길이는무릎아래정도로…"

"우와.이쁘겠다.가슴은어느정도로벌어지고요?"

"아마도숄을걸쳐야할것같은데?"

"누가골랐어요?"

"당연히남편이골라주었지.나옷고르는동안내내내핸드백들고다니면서골라준거야."

나도한마디끼어든다

"M,넌벌써사놓았다며?"

"네.저도검정색으로샀어요.저도무릎아래까지오는것으로샀거든요"

"그래.그럼나도오늘저녁엔샤핑하러가야겠다.난아직도못샀거든"

일년에한번씩연례행사로가지는회사의크리스마스파티가일주일후에있다.

그때입고갈옷을준비하는것은여직원들의은근한경쟁이보이는일이다.

베스트드레서상까지있으니당연한일이다.

온갖인종들이모여있는회사이다보니여러가지재미있는일들도많이겪게된다.

그래서그날만큼은네일살롱에가서손톱,발톱까지깨끗이다듬고,미장원에가서머리에힘도준다.

평소에보던이미지하고다르게유난히이뻐보이고싱싱하게보이는…암튼그런날이다.

해마다그럴듯한장소에서갖게되는파티는부부동반으로참석하게되고

미혼자는남자친구,혹은여자친구,아님적당한사람들을파트너로데리고온다.

늘그렇지만칵테일부터시작해서잘준비된저녁식사와오락프로그램등으로일년의수고를푼다.

그리고돌아올때는150여명이되는직원들에게일일이푸짐한선물까지안겨준다.

<2>

점심을끝내고돌아와서커피를내려서한잔들고와자리에앉는다

의자를빙그르돌려서창밖을내다본다.

엊그제내린눈이아직도녹지않은부분이더러보이는창밖은아주평화스럽다.

아까점심을같이한직원둘은한창좋은나이30대이다.

하지만난꿀릴게전혀없는50대다.

누군가그랬다.나이는단지숫자에불과할뿐이라구….ㅋㅋㅋ

내가50대이지만얼마나야무지게내할일을하면서바쁘게사느냐구.

회사에서는능력인정받으면서일하고있지,

문인회에나가서조금씩깔작거리면서쓰고있지,

또방송일을시작하지않았냐구.

며칠전에세탁소에갔더니잘아는주인여자가날보더니반색을하면서

"요즈음여류명사가되어서얼마나바쁘우?"하잖았어?

어디가든지만나는사람마다티비에서날보았다면서어디에그런숨은재주가있었냐며인사하잖아.

거기다가토요일엔한국학교에나가고,

또성당에서도알아주는봉사자인데말야…(제가겸손하게말하였어요.이부분은!)

아.또있다.

50대에사랑고백받아본사람있으면손들어보라구.

그것도연하의사람에게서말야.

난일요일마다사랑고백을받잖아.

"엄마.Iloveyou."하고에니카로부터의짙은키스세레부터시작해서말야….

그런데사실,어저께난내정신이아니었었지.

그럴일이있었거든.

지금도정신이혼미하거든….

그정도로내가슴속엔아직도뜨거운열정이있다는건가봐.

<3>

요즈음빌딩사무실에서는크리스마스노래를자주들려준다.

사무실복도와화장실에서만나오게되어있는스피커에서는계속케롤송이흐른다.

화장실을가려고나가다가이웃부서수퍼봐이저로있는줄리아를만났다.

"하이.줄리아.어떻게된거야.춤가르쳐준다고했잖아?"

"하이.영.물론이야.내가월요일에테잎을가져와서음악들으면서가르켜줄께"

줄리아는흑인이지만그래서그런지율동감각이특출하다.

해마다크리스마스파티때만되면그기가살아나는사람중에하나가줄리아다.

나는춤을잘추지못하여서덩그라니혼자테이블에앉아있을때가종종있었다.

그러다가다른사람들의손에이끌려서스테이지에나가도겨우묻혀있다가돌아오는정도라서

이번엔작심하고줄리아한테배울려고벼르고있었던것이다.

"영.이번에네남편도꼭오는거지?"

"아니.그때일하러나가게되었어.미안해"

천연덕스런선의의거짓말이다.

"그럼누구랑오는거야?"

"물론나혼자야.왜?난혼자다니는것이좋은데…"

"오.캄온…영…"


ChrisSpheeris-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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