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江물처럼

어저께는다른때보다조금이른시간인오후2시에에니카를데리러갔었다.

내가왔다고좋아서팔락거리는아이에게

아이아빠는잠바를입히고부츠를신기고털목도리를둘러주고마지막으로털모자를씌어준다.

그하는동작하나하나가사랑이담북담긴정성스런동작이다.

아이엄마는벌써일을하러가고집에없다.

이제우리가떠나면사위도일을하러집을나설것이다.

떠날준비가끝난아이는자기가직접고른비디오테입과이야기책과자기잠옷이챙겨진가방을메고는

자기아빠에게커다랗게안긴다음에입술에키스를해주곤나를따라나선다.

내차뒷좌석의자기카시트에냉큼올라탄다.

나는아이에게안전밸트를매어주곤아이의뺨에입맞춤을해준다.

나를바라보는아이의큰눈에는신뢰와사랑으로가득차있다.

"엄마.나오늘치킨하고젤로먹었다"

"응.그래맛있었니"

"야.마미가만들어주었는데맛있었어"

"그러니.에니카마미는훌륭한요리사네"

"야.그런데엄마도훌륭한요리사야"

"하하하…그러니"

"난엄마집도좋고엄마가만들어주는음식도좋아"

"엄마도에니카를사랑해"

"엄마,엄마.마미하고대디가엄마크리스마스선물싸놓았어.나도엄마선물줄꺼야"

"그~래.무엇인데."

"엄마.우리집츄리밑에있는데크리스마스때까지기다려야해"

그렇게뒤에서종알대던아이가조용하여서보니잠에빠져들었다.

어떻게할까…집에까지갈려면이십여분…그런데분명히집에가면잠을깰아이.

아이를좀더재우게할려면운전을더해야하는데…

그래서생각하다가그렇게바쁠일이없었던나는겨울호수를보러가기로결정했다.

가다가맥도날도의DriveThru에서커피를하나샀다.그리고쉐리단길을쭉따라서북쪽으로올라갔다.

이길을따라서2시간이상달려도호수는끝간데없이이어지고있다.

호수가길에따라서보였다안보였다하더니어느순간에확눈에들어왔다.

적당한곳에차를세우고바깥으로나오니찬바람이휘몰아분다.

호수가…바다처럼드넓은호수가파아랗게있다.육지와맞닿은쪽은살얼음이얼어있다.

호수는언제나찾아와도좋다.물빛만보아도가슴이시원하게뚫린다.

저끝자락수평선과하늘이이어지는곳은너무나아득하다.

한참을바라보다너무추워서다시차안으로들어왔다.아직도에니카는자고있다.

나는더북쪽으로올라가기로한다.

일요일오후의한가로움과향긋한커피향과좋은음악이한껏나를편안하게만들어준다.

글렝코의해변까지갔다.잊을수없는해수욕장이다.

아무도없는해수욕장주변에는눈만소복이쌓여있을뿐한없는정적만이있다.

저모래밭에서뛰놀았던그옛날의어느하루가,이십여년전의일이바로어저께처럼선명하게떠오른다.

어느여름날,온식구가같이놀러왔었던때…

그때의푸릇푸릇하던기억이갑자기물밀듯이그리움을동반하고밀려온다.

그리움이란얼마나애틋한가.

이만큼살아온나는사람에대한그리움보다는전에나를스쳤던사물이나나와함께하였던일들에대해서

생각을하게되고그때를못잊어하니이제나도많이늙었나보다.

하하하…그때내가어떤옷을입었었고우리두딸들은어떤수영복을입었었고…하는기억까지

새록새록솟아나다니…

찬바람이분다.나도이속절없는그리움에서벗어나야겠다.

저말알간파란하늘에이마음을날려보내면되려나…

에니카는여전히자고있다.난에니카의옆에앉아서천천히커피를마신다.

20여년전에내가가지고있었던꿈이하나도이루어지지않았다해도분노하지는않는다.

꿈은꿈을꾸는자체로써충분할수도있다고안위를한지도오래다.

그러면서도지금도나는새로운꿈을꾸고있다.

한국말이라곤엄마,이모,삼춘,김치,두부…이것이고작인에니카를내년에는한국학교에보낼꿈은

깨어지지않겠지.네살부터한국학교에입학할수있어서기다리고있는중이다.

에니카를보면행복하다.에니카는우리모두에게희망을안겨준아이다.

집에돌아오다가江을만났다.

전에는무심코지나치기만하였는데오늘은차를대놓고내려가보았다.

사진도찍었다.이상하기도하지….왜난그렇게자주이곳을지나치면서도들여다볼생각을안했을까…

잠시강을내려다본다.그리곤중얼거린다.

그래.그냥…저유유히흐르는강물처럼사람들은흘러가는거야.

흘러가다엉키듯이만나고,만났다가다시제갈길로흐르는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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