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아침의 斷想

침대에서몸을뒤척이다가눈을떴습니다.

옆으로누워있던상태였던지라보이는것이동녘으로난커다란유리창이였습니다.

그리고그넘어로커다란나목의잔가지들이바람이세찬지후두둑하며휘어지듯흔들리고있었습니다.

아직어둠이조금들벗겨진새벽입니다.

오늘이며칠이지?회사가는날인가?하고머리속으로생각을더듬다가

바로크리스마스날아침인것을깨닫게되고는마음의여유를갖습니다.

오늘도쉬고내일도쉬는구나….그냥편안한마음이되어서창밖을내다봅니다.

내가이집에서제일좋아하는것중의하나가이렇게침대에누워서창밖을바라보는것입니다.

다른하나는부엌의스탠드바처럼높게세워진식탁의자에앉아서창밖을내다보는것입니다.

하늘과구름과바람과나무를유난히좋아하기때문이기도하지만

그저그렇게바라보기만하여도마음이편안하여져서그러나봅니다.

창밖바로옆에는커다란나무가서있어서사시사철나의눈을즐겁게하여주고있습니다.

지금은나목으로서있지만

그렇게다벗고있는그모습에서도많은것을느낄수있어서좋습니다.

또바람이한차례휘익몰고가나봅니다.

잔가지들이파르르…떨면서이리저리휘어집니다.

휘어지는나목의가지들을보면서제마음도저렇게유연하게휘어져보았으면하는마음도듭니다.

어떤때는오랫동안몸에배워진타성때문에스스로힘이들때도더러있기때문입니다.

어제밤에는성탄이브자정미사에참례하였습니다.

말이자정미사라고는하지만저녁9시에시작하여서11시넘어서끝났습니다.

하이스쿨주니어인아들이운전하는차의옆자리에앉아물끄러미아들을보았습니다.

정말감사하다….차사고로머리를크게찢기웠지만다시이렇게완쾌되었다는것만이감사하였습니다.

요즘들어가끔씩이아들이대학교에가게되면혼자덩그러이남아있을시간이두렵기도합니다.

한국가게에서쌀포를50파운드짜리를사면꼭아들이차에서집에까지옮겨줍니다.

그때마다아들이씨익웃으면서말합니다.

"엄마때문에내가대학교를멀리못갈것같아.그냥시카고에있는학교로갈까봐…."

그럴때마다나도한마디합니다.

"어허…걱정마라.너가고싶은대학교로가..너없으면작은거로살거니까…나혼자서뭐..얼마나먹겠다고.."

성당에는벌써많은신자들이모여들어서그큰성당이가득메워졌습니다.

하루종일일을하고겨우저녁식사를한술때우고허겁지겁달려온사람들이많을것입니다.

저처럼직장생활을하는사람보다개인으로가게를하거나사업을하는사람들이더많기때문입니다.

그리고오늘이일년중에서가장커다란대목을볼수있는날이기도합니다.

9시가가까워지자성당안밖의불을다끄고웅성거리던성당안도조용하여졌습니다.

제대의가운데에차려진구유의불만밝혀진성당안이일시에어둠에묻힙니다.

제대앞쪽의미사해설대에있던나는해설대의작은전구불을키고천천히원고를읽습니다.

"오늘우리는주님의오심을기뻐하고경축합니다………"

마이크를통하여낭낭한내목소리가어둠에묻힌온성당안에넓게넓게퍼집니다.

그리고성가대의힘찬입당성가를시작으로각구역장들이지난대림절동안구역원의집을돌면서

기도를하던대림초를들고입장을하여서구유둘레에다하나씩정성들여서놓습니다.

그러한모습을보면서제가슴은잔잔한감동이일어나서온몸을감쌉니다.

그뒤로복사들이입장을하고드디어신부님께서아기예수님을안고오십니다.

어둠속에서경건하도록조심스럽게움직이시는신부님의모습도또다른감동을줍니다.

‘어서오소서.아기예수님.오셔셔저의손을잡아주소서….제온몸이나으리이다…

허물투성이의삶일지라도당신만을따르겠나이다.

당신이새로이태어나신것처럼저도또다시새롭게태어나고싶습니다….’

마음속으로간절하게,정말뜨겁게우러나오는나의기도입니다.

어제는아침부터비가내렸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날에비가내리다니….그러면서도아침부터부지런히움직였습니다.

오랫동안비워두웠던작은딸의방도구석구석먼지를털고베큠을하고…

발을딛기어려울정도로너절하게어질려있던아들의방도대충치웠습니다.

화장실도반짝반짝하게닦아놓고부엌바닥도깨끗이마름질을하였습니다.

방마다돌아다니면서화분에다물도주었습니다.

스무개도넘는화분…아,어떤땐물주는것이귀찮아질때도더러있습니다-.-;;;

그리고전날에사다놓은밀감박스와배박스도집안으로들여다놓습니다.

일년에한번쓰는크리스마스용접시들도꺼내어식탁테이블한쪽에둡니다.

대강집안을정리한다음에뜨거운물로샤워를하였습니다.

그리곤말끔히정리된거실에서어제사다놓은백합과국화의향기를맡으면서

부엌의의자에앉아서창밖을보다가….그러다가커피를내렸습니다.

향긋한커피향이온집안을넘나들면서커피향만큼아싸한그리움이또가슴에일어납니다.

이그리움은….아마도끝간데없이일어났다지워졌다할지도모릅니다.

이런감정이내마음안에일어난다는것은내가살아있다는증거이기도할겁니다.

유일한내삶의흔적….살아있음의꿈틀거림….입니다.

약속시간인오후4시가되자아이들이오기시작합니다.

에니카의굴러다니는목소리가비워져있던집안에활기를넣어줍니다.

큰딸..사위..작은딸..아들…

세살인에니카가글씨를쓸줄알아서카드겉봉마다GrandMa,Susie,Phil하고힘있게썼네요.하하하..

서로서로선물을나누어주고,또선물을풀어보면서같이배를잡고웃어보기도하고…

에니카가내가준비한Dora집을보곤기절을할듯이깡총깡총뛰면서좋아하였습니다.

그병아리같은입술을쫑긋이모아서제입술에다막부벼주기도하였습니다.

Iloveyou엄마….하면서말입니다.하하하….

세아이들이저를부를때엄마라고하기에그애도그렇게부릅니다.

처음엔여러번Grandma라고부르라고고쳐주었지만,그때마다아이의얼굴에는당혹감과

눈에는두려움이일어났습니다.왜다들엄마라고부르는데….하는질문이얼굴에보였고

그리곤계속절엄마라고부릅니다.너무똑똑한가요?ㅎㅎㅎ

에니카를데리고성당에가면절잘모르는사람들은늦동이를두었냐고물어봅니다.

손녀라고하여도잘믿으려들지를않습니다.

서로부빌수있는가족이있다는것은참으로행복한일입니다.

인연이란말로엮어서사랑의띠로단단히묶여진,피와살이나누어진혈육들.

아이들이나름대로잘자라주어서….그렇게될수있었던지난시간들은감사함으로덮여있습니다.

아이들을보면세월이참빠르게지나감을느낍니다.

네살,다섯살이던아이들의손목을잡고서낯선이곳에도착하였을때가엊그제같은데

벌써이십여년이훌쩍흘러간것입니다.

이제는모두가각자의길을걷고있습니다.저역시….

이렇게서로부대끼면서정을나누며살다가보면언젠가는떠날날이올것입니다.

그러하기에이렇게또크리스마스이브날에같이모여서웃고,정성스럽게준비된음식을나누고…

이런모든것들이감사하고소중한순간들임을압니다.

저아이들은이어미의마음을헤아리고있을까…

그리고저녁엔하루종일내리는비를뚫고서성당에갔었습니다.

이제침대에서일어나야겠습니다.

오랜만에한가로운여유를편안히누려보았습니다.

어느새창밖에는눈발이희긋거리기시작합니다.

어제는하루종일비가오더니…오늘은아침부터눈이휘날립니다.

갑자기어디론가떠나고싶은생각이납니다.

이렇게계속눈이내린다면…아마몇시간후면온누리가하얗게뒤덮이게될것입니다.

정말…훌쩍홀로여행을떠나고싶습니다.

내일까지쉬는데….

하다못해먼델라인신학교의숲속과오솔길을휘리릭돌다올까합니다.

저렇게눈이휘날리는데….

***눈이오다가걍그쳐버렸습니다.

그래서널싱홈으로씽달려가서어머니를모시고왔습니다.

오븐에다고구마구어서마주앉아군고구마를까먹고있습니다.

지금두모녀가….*****

ErnestoCortazar-MyHeartWil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