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의유리창에미끄러지는빗방울이
고즈넉한밤시간이라서
더욱크게들립니다
오늘낮에사무실에서바라다본바깥의풍광은
마치봄이온것같았거든요
왼편에있는골프장에는
파릇파릇잔디가얼굴을쏘옥내밀고있어서
온통파릇한기운이감돌고있었고
나목의줄기들은붉그레하게물이오른것처럼보였어요
점심식사를마치고
내자리에돌아와서편안한자세로앉아서책을읽다가
잠깐졸음에빠지기도했어요
햇살이소나기처럼유리창안으로쏟아져내렸었거든요.
그런데지금은비가많이뿌리고있어요
비오는소리가아주정겹게들립니다
어디선가자꾸내이름을부르는듯하여
창가에가서밖을내다보니
가로등불빛아래로굵은빗줄기가
가로세로로엇갈려춤을추듯이낙화하고있었어요
겨울비…
비오는밤풍경은
편안해보여서좋네요
문득내몸안에무언가출렁거리는것같았어요
몸에가득차오르는것…
그정체는
슬픔같기도하고
그리움같기도하고
외로움같기도합니다.
이겨울비가지나가고나면봄이올꺼예요
봄이오면
희망의아지랭이가
숲속에서
호숫가에서
길가에서마구마구피어올라오겠지요
겨울비내리는깊은밤에
나도비가되어
흘러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