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발 Posted on 2006년 2월 21일2016년 1월 26일 by 느티나무 신을사랑하는사람에겐눈물이필요없다.경탄도필요없다. 그는사랑속에서고뇌를잊어버린다. 아니,그는신스스로가그것을상기시키지않는한, 조금도고뇌의흔적을뒤에남기지않으리만큼완전히잊는다. 왜냐하면,신은숨겨진것을보고,고뇌를알며,눈물을헤아리고 또어떤것도잊지않기때문이다. -키에르케고르- 진통제를맞은엄마는이제고른숨을고르며깊은잠에빠져있습니다. 가끔바짝말라서핏줄마저잘잡히지않은팔에링게르주사바늘을꽂은왼팔이저려오는지 팔을안으로굽으려하기에왼손을내가꼭잡고있습니다. 팔이안으로굽어지면링게르가제대로들어가지않고주사바늘꽂은자리에피가맺히기때문입니다. 내게잡힌엄마의야윈손에서따뜻한온기가그대로내게전이됩니다. 엄마의침대옆에의자를놓고앉아있는내눈에비친엄마는그저유약한갓난아기같습니다. 아침8시경에널싱홈에계시는엄마가자꾸토하는것이멈추질않아서아무래도스웨디시병원에보내드려야겠다는 널싱홈의간호원의전화를받자마자나는스웨디시병원으로달려갔습니다. 마침월요일인오늘은워싱턴대통령의생일이라서공휴일이라나는집에있있고또그병원은집에서 15분정도가면있는한인들이많이애용하고있는병원이기도하였습니다. 병원응급실입구에서초조하게기다리면서도대체무엇을잘못잡수셨기에그러셨나… 하면서도고통의아픔속에있을엄마를생각하니마음이착잡하고안타까웠습니다. 앰블런스소리가나고곧이어서응급용환자운반침대가지나갈때마다엄마인가…하며고개를빼고내다보았습니다. 약30분정도있다보니까자그마한몸을얼굴만내놓고온통담요로둘러싼침대가지나가는데얼핏보니엄마입니다. 달려가서"엄마"하니까감고있던눈을뜬엄마는금방날알아봅니다. 반가움이주름진얼굴가득히피어오르며틀니를끼지않은합죽한입술을쫑긋거리십니다. "난괜찮아…아가..난괜찮아…" 응급실의한방에들어가서엄마를모시고온병원의안전요원두명이엄마를시트에말아쥔채다른침대로옮겨 놓는도중에엄마가심한비명을지르십니다.놀란안전요원이날바라보기에난엄마가무릎이좀아파서그러니까 괜찮다고말하여주었습니다.평소에도노인들이갖고있는골다공증때문에무릎을잘저시기때문입니다. 그들이돌아간뒤에간호원이와서다체크해보는데모든상태가정상이라고합니다. 혈압도정상이고열도없다고합니다.그러는중에응급실담당의사가왔습니다. 중년의미국인의사가또다시이곳저곳을체크하면서엄마의다리를들어올리는중간에엄마가심한비명을지르십니다.의사는나보고엄마의발을보여달라고해서신고있던목양말을벗겨드렸습니다. 야위고발가락이두어개포개어져있는발….. 미국인의사는엄마의왼발을잡고다리를들어올려봅니다.엄마가심하게아프다고합니다. 그는아무래도왼쪽엉덩이뼈에이상이있는것같다면서엉덩이와다리를엑스레이찍어보아야되겠다고합니다. 의사가돌아가고난뒤에엄마의발에양말을다시신겨드리려고발을잡아쥔순간… 가슴이싸아해지면서눈물이핑돌았습니다. 난언제나엄마의발바닥을보는것만으로도숙연해집니다. 엄마의인생이그대로담겨있는발….주름살투성이인엄마의얼굴보다더풍부한표정을짓고있는발바닥입니다. 그리고양쪽발바닥이다닳고또두째세째발가락이포개어지는현상때문에두번수술을하였지만 아직도엄마의발은정상인의발이아닙니다.처음부터그랬던것은아닙니다. 그발로수십년을종종걸어다니셨기게그렇게변하여졌고,그댓가로엄마는여섯자식을키우셨습니다. 엄마는수십년동안엄청난거리를걸으신분이십니다. 머리에생선다라를이시고…정동근처에있던미국대사관을비롯해서광화문일대를휘젓고다니셨습니다. 버스비를아끼기위해서홍제동에서용산시장까지…그리고용산시장에서광화문일대까지휘리릭도시곤 다시걸어서홍제동까지오셨습니다. 그길에뿌렸을숱한한숨과세상에대한애증과그럴수록강렬하게파고들었을생애대한강한바램… 세상에서둘도없을자식들을먹여살리고가리키기위하여서해가긴여름에는하루에두탕도뛰신분이십니다. 그렇게두탕을뛰실때는하얀상의와검정색치마의중학교교복을입은내가문화방송국근처의어느한곳에서 생선다라를지키고서있어야할때가더러있기도하였습니다. 지나가던다른여학교와남학교의학생들이흘끔거리며바라보며가도부끄럼도창피함도느끼지못하며당당하게 그들의눈길을되받아주던그때의나는아마도엄마와똑같이용감하였기라도한것이었는지…. 그런엄마가늘나에게하던말이있습니다. "애야…언젠가네가다니던중학교에서선생님이오라고한적이있었어.난장사를가야겠기때문에할수없이 일하러가는옷차림으로갔었지.교무실에가니까쭉쭉옷들을빼어입은다른어머니들이몇분계시더라구. 그분들하고이야기하고있던선생님이날보더니’아이쿠.영희어머니..어서오세요.이리오세요.’하면서내손을 덥석잡아주지않겠니?젊은남자선생님이셨는데…그러시면서영희가공부를잘해서기특하다고..좋은딸두었다고… 하시면서칭찬을하시는거야.난내옷차림때문에쭈볐거리고있었는데..왜내옷에서생선냄새가얼마나났었겠니… 그런데도선생님이그러신거야..다네가잘해서그렇지..내가그때얼마나기분이좋았었는지아니? 다른엄마들처럼빼입고가지도못했는데…그들앞에서내가얼마나뿌듯함을느꼈었는지…" 엄마는그말씀을두고두고나에게하였었습니다.덕분에난늘엄마의그마음을계속지켜주고싶어서… 계속착한딸이되어야만했었습니다.미국에서살면서엄마는그이야기를내자식들에게도늘하여주었습니다. 어린나의큰딸,작은딸을앞에앉혀놓으시고… 그리곤항상끝맺는말은, "그러니까너희들도엄마닮아서공부를잘하는거야…그렇게공부를잘해야훌륭한사람이되는거란다… 너네엄마는내가일찍나갔다가늦게집에돌아와야하니까국민학교5학년때부터식구들밥해먹이면서 집안일을다했었단다…." 그리고그이야기는엄마를통해서당연히늦동이아들에게도그대로되풀이하여졌습니다. 엄마의힘든인생에서그날하루에있었던그일은그렇게깊숙이엄마에게각인되었을까… 그엄마의바램을꺽을수없어서마냥착한딸노릇을할수밖에없었던나… 최근에도엄마를우리집에모셔와서따뜻한물에목욕을시켜드리면서내가제일정성스럽게닦아드리는것도 엄마의발이었습니다.닳아서모서리지고못나게형태가되어버린발…그리고발톱도정성스럽게깍아드렸습니다. 엄마의그발이없었다면지금엄마의여섯자식들은이렇게나름대로의인생을살아가고있을까… 에스레이결과가금방나왔습니다.엉덩이뼈한부분인고관절이끊어졌다나?부러졌답니다. 그래서수술을해서엉덩이의부러진뼈부분에쇠를박아야한다고하였습니다. "노인이라서…약한뼈니까쉽게부서집니다.노인들의약30%가그렇게뼈를다쳐서쇠를박지요." 오랫동안엄마의주치의를하여오신Dr.M이말하면서좋은정형외과의사가수술을하여줄것이라고하였습니다. 지난번아들의사고때하도크게놀라서인지이번에는담담하게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정작엄마는왜그렇게되었는지도모르는것입니다. 왜당신이그렇게아펐는지도모르는것입니다. 약간의치매기때문에널싱홈에들어가신지일년이조금넘으신엄마. 27년의미국이민생활끝에외롭게서계신엄마…식구들얼굴외엔거의다른일은기억못하시는엄마… 엊그제토요일저녁에엄마한테갔을때만해도말짱히걸어서떠나는나를엘리베이터앞까지배웅하여주었었는데… 응급실에서대강의검사를마친후에일반병실3층으로옮긴엄마옆에서긴시간을보냈습니다. 진통제를맞으셔셔그러신지아직도엄마는잠을주무시고계십니다. 엄마옆에서한손으로는엄마의손을잡고한손으로는읽고있던책을덮고서무심코얼굴을들었습니다. 어느새창밖으로짙은어둠이내려와앉아있었습니다. 어둠이내린유리창너머로낯선얼굴처럼보이는내얼굴이떠있습니다. 한참을가만히앉아서그유리창에비치는얼굴을들여다보았습니다. 내얼굴위로엄마의주름진,그러나평화로운얼굴이포개어집니다. 엄마와나는보통모녀간에가지고있는그런관계를떠나서…뭔가깊은무엇이내안에자리잡고있습니다. 내삶속에서의엄마는하나의커다란바위였습니다.비록하잖은생선장수로우리를키우셨지만…. 그리고엄마는지금이렇게진액이다쏟아내린힘없는모습으로누워계시지만, 엄마의일생끝까지에는나의따뜻한손길이스며들것입니다. Emmanuelle’sTheme 천사의나라-ErnestoCortazar-Emmanuelle`s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