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초인데도함박눈이휘날리던지난일요일저녁에
에니카를데리러갔더니
날보자마자자기엄마뒤로숨더니울어버리더군요.
전에는나를보면좋아라하면서따라나섰거든요.
이제어느정도크고보니일요일낮에자기엄마랑같이있다가
그시간만되면어김없이나타나는나를따라서
놀기에익숙하여있는자기집을떠나야한다는것을받아들이기가쉽지않은가봅니다.
에구…그런모양을보면서이제일하러나갈내큰딸의맘도편치는않을텐데..-.-;;;
에니카가이젠4살…
벌써그애가태어나서부터였으니참오랜시간이다고도볼수있겠지요.
살살달래고구슬려서그애가좋아하는DVD와잠옷등이들은가방을들고집을나섰습니다.
에니카의기분을염려해서집으로바로가기도그렇고…해서
내집근처에있는올드오차드샤핑몰에가봐야겠다고생각을하였습니다.
휘익돌다보면그애의기분도좀좋아지겠지…
하늘거리며내리는눈을맞으면서백화점안으로들어가
에니카와손을잡고걸으면서여유있는마음으로이곳저곳을기웃거립니다.
어느새조금전의자기기분을다잊은듯에니카가한옥타브올라간목소리로말을합니다.
"엄마.Let’sgoupstair"
일층한가운데에있는에스카레이터를보더니타고싶은가봅니다.
일층에있는구두가게,화장품가게등을지나서에스카레이터를탔습니다.
에스카레이터를타고있는동안내손을꼭잡고나를올려다보는에니카의눈빛이신뢰로가득차있습니다.
넓은이층매장에는옷이진열되어있는여성코너로벌써봄옷,여름옷들이곳곳에이쁘게진열되어있습니다.
수영복코너에서둘러보다맘에드는것이있어서하나집어서내앞으로걸쳐보다가
에니카에게물어봅니다.
"에니카.어떠니?"
"Cute…."
하하하….쪼그만게나보고귀엽답니다.
우리둘의하는모양을옆에서젊은미국점원이보고는미소를짓더군요.
그래서그수영복을샀습니다.어린애가귀엽다는데…어른이봐도귀여울까?하면서…
나는요즈음,
‘혼자서,아무도없는낯선나라,낯선도시로’먼길을떠나는상상을자주해봅니다.
그렇게나를아는이하나없는미지의나라로의떠남…
지도하나들고,가방하나들고….
<오자히르>를읽다보면자신의’자히르’를찿아떠나는사람들의이야기가나옵니다.
그리고그들이찾아떠나는것은진정한행복…성공도,돈도,명예도아닌내면의만족감이라고도말합니다.
나역시작고초라한나를이삶의터전에서잠시풀어놓아
새로운나의’자히르’를찿아서훨훨날아다니다오고싶다…하는생각들로공상을해봅니다.
그것이사랑이라면더욱좋을것같기도합니다.
결국인간은사랑으로살아가기때문입니다.
그사랑이남자와여자와의사랑이든,자연에대한사랑이든,하느님에대한사랑이든….
마흔이된사람에게도봄이찾아온다는것은기적이라고금아피천득선생께서는쓰셨는데
쉰살을넘은나이…
이제생이주는환상과환멸을넘어선나이에
바람이든별이든나무이든…운명이든…인연의끈과의만남이든…
무엇이라고이름붙여도좋을그런것들이내인생에한획을그을수있을까…하는생각도해봅니다.
자유롭고새롭고거침없는시간속에서
오랜동안의삶의축적된찌꺼기를다버릴수있는것중의하나가여행이라고하던데…떠나볼까나?
하하하…역시봄이오고있나봅니다.쓰잘데없는공상이라니…
백화점을나와서집에돌아오는길에에니카에게물어봅니다.
"에니카.우리기로스먹으러갈까?"
"No.Idon’twantit."
"그럼뭐먹을까?집에가서밥먹을까?아니면맥도날에서치킨너겟살까?"
"엄마.chickennugget…."
"그~래?.몇조각먹을건데?"
"Seven…"
"좋아.그럼사가지고집에돌아가서먹자."
"Okay,엄마.Thankyou!"
집에돌아와서사진을찍었습니다.
에니카…
나의희망,나의사랑인아이…
엄마.MyDaddysaysmybedtimeisnine….하면서
자기엄마인나의큰딸이고만할때읽었던동화책을들고와서는읽는흉내를내는아이…
겨울이가면봄이오고…또다른겨울이오고…그러면서아이가어른이되고…
그렇게…그렇게속절없는세월속에서살아가는것이겠지요.
살아가는시간이켜켜이나이테를이루면서…
ErnestoCortazar-MyHeartWil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