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하늘…헐벗은나무들…누렇게변해있는잔디밭…
하지만곧저잔디밭은파릇파릇새순이돋아나는생명력으로넘칠것이고
나목의가지가지마다연녹색움이틀것이다.
이장소는성당에서내가제일로좋아하는나의산책길…
토요일마다친교실에서한국학교아이들과선생님들과다같이모여서점심식사를한후에
잠바를걸치고10여분씩걷고있는나의산책길이다.
그리고나중에…아주훗날에…
내뼈를뿌려달라고일찌기내둘째딸에게부탁하였던장소이기도하다.
성당뒤쪽으로넓은잔디밭끝으로주욱심어져있는나무들은
그뒤의개인주택들과의담장역활도하고있다.
어제토요일오후에도어김없이산책을나왔다.
아무도없는길을혼자서걷는맛이란….
청량하게맑은날씨와약간은쌀쌀한바람이불어와머리카락을흔들고갔지만
파아란하늘을날고있던새들의지궈귐이상쾌한오후였다.
그런데걷고있다가뜬금없이왜그기억이떠올랐을까…
아마도같이점심을먹으면서어떤선생님이하던이야기때문일게다.
이제30대초반인그선생님이처음미국에와서부부싸움을하면서있었던이야기였다.
있잖아요.이곳은싸우면갈데가없더라구요.
한번은남편하고말다툼을하다가같이있으면더싸울것같아서집을나왔어요.
그때가밤10시쯤이었는데갈데가있어야지요.우리부부달랑있어서친구도없었고…
그래서생각하다가심야영화를보러갔었지요.
영화가끝난뒤에집에돌아오니까남편은자고있더라구요.
그다음날저보고어디갔었냐구묻길래,
팍에갔었어..
아니이여자가…한밤중에팍에가다니..무슨일이라도생겼음어떡할려고..무섭지도않았어?
아니..팍에가니까무지재미있던데?
어디에있는팍에갔었는데?
주라시팍에갔었지…뭐..
ㅋㅋㅋ…주라시팍(JURASSICPARK)이란영화를보러갔었다는이야기여서
듣고있던모든사람들이그냥뒤집어버렸었다.
그렇게한바탕웃으면서식사를끝내고
혼자서산책을하다가아주오래전에있었던기억이떠오른거였다.
미국에온지일년이채안되었을때였는데친정어머니앞으로편지가왔었다.
그때친정어머니는우리가족과함께살면서우리두딸들을돌보고계시다가
뒤늦게한국에서이민온내동생집에가계실때였다.
그편지는이곳의주정부에서나온중요한편지였었다.
나는엄마가이편지를기다리고있었으니까갖다주자고하니까남편이다음에갖다주자고하는것이었다.
그날은마침토요일이었고..저녁설겆이를끝낸뒤에집을나섰다.
그때운전을하지못하던나는버스를타고동생집에가서그편지를전해주고는이내집으로돌아왔다.
그러나버스를왕복네번을갈아타야했었기에동생집에다녀오는데약2시간이걸려버렸다.
운전을하고갔었더라면왕복40분이면되었을거리였는데…
그런데집에와서벨을누르니까문이열리질않는거였다.
아무리벨을눌러도….
그때열리지않는아파트문옆에쭈그리고앉아서하였던결심은
아이를하나더낳아야겠다…자꾸내마음이더흔들리기전에
날꼭붙들어줄…이집안에날매달아놓을아이를하나더낳아야겠다…는것이였다.
늦은야밤에한시간정도아파트문앞에쭈그리고앉았다가집안에들어갔던그날..
난어린두딸들의눈빛을잊을수없다.
엄마.우리가문열어줄려고하니까아빠가열어주지말라고했어…
그렇게내가미웠을까….
SongFromASecretGarden/Secret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