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의 집들이

금요일인오늘저녁퇴근후에세라의집에서모이기로하였습니다.

세라는같은회사에서일하고있는여직원인데물론한국인입니다.

7년전에제가세라를처음보았을때그녀는30대초이었고수퍼봐이저의직책이었습니다.

그리고내가그녀에대해서아는정도는이곳에서중학교부터다니기시작해서대학교까지졸업을하고

이직장에들어왔다는것과들리는말로는결혼후얼마살지않고이혼한후에친정집에서살고있다는정도였습니다.

그세라가작년가을에정말괜찮은남자를만나서재혼을하였습니다.

그리고이번에새로지은집에서집들이겸조촐한자리를마련한것입니다.

전체직원150여명중에한국사람은약30%도되지않지만그한국사람중에서도

잘통하는끼리끼리의사람들만이이십여명이모였습니다.

그중에서도제일나이가많은저지만이런자리에선영계처럼잘놀기도하거든요.

어떤짖궂은여직원은축하카드에다가이렇게까지썼더군요.

‘언니는좋겠다.새신랑에다새집에서살게되어서….하하하…’

우리모두는세라와그의남편이벽에다연녹색페인트를칠하여서꾸민응접실에환호성을질렀습니다.

그럴듯한분위기에연미색가죽소파가아주잘어울렸기때문이었습니다.

이층에는방이네개가있었는데안방에딸린워킹옷장과화장실은웬만한방의크기와같게지었더군요.

여자들은워킹옷장을제일로치잖아요.편하니까…

그러나뭐니뭐니해도제맘에젤로들었던것은안방의한쪽벽면을전부통유리창으로지은것입니다.

침대에걍누워서도바로옆의숲속의나무들을볼수있었거든요.

마치숲속에누워있는느낌같은것…아주편안하고..부드럽고…

아…나무…전왜이렇게나무가좋은지모릅니다.

사시사철바로옆에서볼수있잖아요.

이제곧연녹색잎이돋고,짙푸른녹색숲을이룰것이고,사슴과다람쥐가넘나들것이고…

그리곤또맘껏볼수있지요.

비가뿌리는것도…눈이내리는것도…낙엽이흩날리는것도…그렇게세월이가고흐르는것을…

<부엌에서본베란다와숲속…화분에다구근을심었다고하네요>

그리고안방에다가도연녹색으로페인트를칠하였더라구요.

오히려그렇게해놓은것을보니더방안이아늑하게보이더군요.엄청큰안방인데도…

그것도둘이서칠했다네요.깨가쏟아지지요?

둘이살면서이렇게큰집을장만할필요가있었냐니까하는말이

"제가자식이둘이나있잖아요."하면서부엌한쪽에서어슬렁거리고있는강아지두마리를가리키는거예요.

맙소사!

하얀털의강아지는딸이라서이름이앤젤이고갈색털을가지고있는강아지는아들인데이름이록키라네요.

거…참…전강아지나개를젤로싫어하는데….

얌전하고참한세라.말없고늘생글생글웃는세라가왜이혼을하고오랫동안혼자서살았는지는

잘모르겠지만오늘저녁식사하면서본신랑은참으로예의바르고핸섬한사람이었습니다.

세라처럼이곳에서자라서학교를마친사람인데조용하게웃는모양이아주참한느낌을주었습니다.

세라와비슷한나이인데도아직수줍음이얼굴에베인,눈이큰한국사람이거든요.

그는계속뒤뜰그릴에서갈비를구워오고,물을날라다주고,와인병을들고다니며서브해주고,

식사가끝난뒤에는알맞게익은딸기에쵸콜렛을녹여발라서하나씩안겨주더군요.

그리곤향기그윽한커피까지…

식사가끝나고그다음에모두다거실에둘러앉아서가라오케로들어갈때쯤에전일어섰습니다.

끝까지같이있으면서즐거운분위기속에잠기고싶었지만집에돌아가야할일이있었거든요.

바깥에나오는데찬바람이휭하니불어대고있었습니다.

벌써4월인데아직도시카고의봄은바람때문에그녹녹한봄밤의향기를맡을수가없더라구요.

그래도가슴을쫙펴고찬바람을받아들였습니다.

시원한느낌이기분좋게온몸을싸안아주었습니다.

그느낌처럼…전세라네가정말행복하게잘살아갔으면하고생각하였습니다.

실제로이렇게큰집이주는행복은그다지큰몫을차지하지는않을꺼예요.

그보다도더깊은것…신뢰와사랑과…믿음…을바탕으로해서

이제뒤늦게둘이만났는데지금부터이루어갈꿈들이더중요하지않겠어요?

사라진꿈들이있었기에이제둘은더욱소중한새로운꿈들을이루어나가면서살아가겠지요.

그들의소망이아름답게여물수있기를바라는내마음에화답을하는것처럼

씽~하게하이웨이를달리는차창밖으론심한바람들이연신불어대고있었습니다.


PhilCoulter&RomaDowney-AnIrishBles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