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날의 하이킹

지난주일에하이킹을갔습니다.

무작정걷고만싶을때가있거든요.

어쩌면제가산행을좋아하는이유중의하나도그것인지모릅니다

한없이걷다보면무아지경으로들어갈때가있습니다.

그것은몸은피곤하지만마음은깊고도깊게가라앉으면서평화가가득히고이는것같은느낌…입니다.

그럴땐세상에대한욕심도사라집니다.

사람에대한집착도작아집니다.

그저바라다보이는것모두가무소유처럼…그렇게사물들을편안하게볼수있습니다.

마음까지고요해집니다.

넓디넓은이곳에서혼자서걷는다는것은위험하기도하거니와긴시간을걷기가어렵지만

여럿이서같이걷는것은여러모로좋은점이많이있습니다.

산악회원중에서주일에시간이되는사람들이모여서일요산행을한다고는하지만

산이하나도없는시카고에서는주로잘꾸며진공원을찾아갑니다.

그리고한달에한번있는정기산행에는멀리위스컨신쪽으로산을찾아서갑니다.

이번에간공원은저도처음찾아간곳입니다.

집에서한시간반을운전해서간그공원은엄청넓고큰공원이었습니다.

오전11시에모두9명이모였습니다.

Trail도여러개로나누어져있어서우선2시간정도걸은다음에점심을먹고다시2시간정도걷기로하였습니다.

끝간데없이넓고깊은스테이트공원은정말잘정돈이되어있었습니다.

울창한나목이끝없이서있는길을한없이걷기도하다가

시냇물이졸졸흐르고있는평지를만나기도하고

굽이굽이휘돌아져가는언덕길도만납니다.

북쪽이라서그런지아직풀도파릇파릇하지도않고나무에도움이트여있는것들이별로눈에보이지않았습니다.

옆사람과이야기를나누기도하다가

혼자서생각에잠겨걷기도하면서

새소리와바람소리…가한데어울려져서

걸을수록마음속은희열로가득합니다.

쉘터에서점심을먹고커피를마신다음에베낭을꾸리고다시trail을시작하려고할때우박과더불어서

소나기가쏟아졌습니다.모두들이비가계속올까…좀기다려보자..하는사이에약20분쯤있으니까

비는말끔히그쳤지만하늘은여전히재빛으로낮게가라앉아있었습니다.

그래도우리들은우비를모두가지고있었기에머리부터무릎까지오는우비를걸치고다시걷기시작하였습니다.

비가온뒤의흙냄새가피어올라와서상큼한내음이공기속에퍼졌습니다.

간간이비가내리기도하였지만우비를입었기에그다지걷는데방해가되지않고오히려더풍광이좋았습니다.

제옆에서같이걷던자매가말하였습니다.

"제가요.요즈음시를일주일에하나씩외울려고하고있거든요."

"그래요?"

"들어보세요."

그러면서그녀는시를읇었습니다.

나의치부를가장많이알고도나의사람으로남아있는이가
나를가장사랑하는사람일거라는생각을했어요
그사람이당신입니다
나의가장부끄럽고도죄스러운모습을통째로알고계시는
사람이나를가장사랑하는분일터이지요
그분이당신입니다
나의아흔아홉잘못을전부알고도한점나의가능성을
그잘못위에놓으시는이가나를가장사랑하는이일테지요
그이가당신입니다
나는그런당신의사랑이고싶어요
당신의한점가능성이모든걸능가하리라는것을
나는세상끝까지믿을래요
나는,
나는당신의하늘에첫눈같은사랑입니다.

김용택의<그이가당신이예요>를그녀는줄줄이읊었습니다.

세상에…하루종일자기세탁소에서미국사람들을상대로일하는그녀가…

그녀는덧붙였습니다.

"저는요.원서를읽거든요.그게차라리한국어로된책보다더쉬워요.

책값도한국책보다더싸구요.일부러한국서적을찾아가지않아도아무데서나쉽게구할수있구요….

매일시카고튜리분을읽어요.벌써20여년도넘었네요.그런지가…

또작년에대학교를졸업하고일본에서직장생활을하고있는딸때문에월스트릭저널도읽어요.

그리고남편때문에일주일에하나씩시를외울려고했어요.남편앞에서시를읊어주고싶었거든요…"

저는저만치앞에서걸어가고있는그녀남편의뒷모습을바라보았습니다.

늘사람좋은웃음을지으면서말이없는그남편에게이런부인이있었음이새삼스뤄워졌습니다.

오늘따라자기의속내를보이며자분자분말을하고있는그녀…가참으로이뻐보였습니다.

정말그녀말대로사람은사귀어보아야….진심어린대화를하여야만참사람을알수있음을알게되었습니다.

마른갈대밭이한없이펼쳐진저건너편으로커다란호수가나타났습니다.

호수의출렁거리는물결을바라보면서제마음마저도함께출렁거렸습니다.

늘같이있다고많이사랑하는것도아니고…

멀리떨어져있다고사랑하는마음이작아지는것도아니고…

그녀는계속제옆에서말을하고있었습니다.

그녀의그말이순간에제가슴속으로파고들었습니다.

그렇구나…오늘난이말을들을려고이곳에온지도모르겠구나…

오늘은그녀를만날수있어서참으로즐거운하이킹을할수있었음에감사하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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