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수 있을까

사람의한평생은나그네의길입니다.

구름처럼흘러가거나바람처럼떠돌다가

어느날엔가는흔적도없이사라져가는허무한존재가사람입니다.

그러한사람과사람사이에서나는숱한만남을가져왔고또이별을하면서살아왔습니다

그런데앞으로살아가는동안나는얼마나더많은사람들과만나게되고또헤어지고…

그러다가새로운사람을만나서정을주면서알아가다가또헤어지고다시만나고..하게될지모릅니다.

만나게되는인연또한숙명처럼질긴연이될수도있고

때가되어갈림길에서나누어지는인연또한순리가될수도있을것입니다.

오늘토요일아침에한국학교수업이시작하기전선생님들이모여서커피를마시고있을때

한국학교교장선생님이신큰수녀님께서말씀하셨습니다.

작은수녀님께서월요일에떠나신다고…

물론예감은하고있었던일이었지만막상떠나신다고하니,

더군다나이틀후에떠나신다는말을듣자가슴이그저쿵하면서아릿해졌습니다.

수도자들은발령이나면그저떠나야합니다.

보통저희성당에서는약3년정도계시는데본원에서들어오라는연락이오면그냥떠나셔야합니다.

어제발령을받았다면서아직이삿짐도싸지못하였는데월요일에떠나신다는말씀을들으면서

저는얼른카메라를들고사무실을나섰습니다.

보통이시간에는성전의제대에서꽃꽂이를하고계시기때문에성전으로향하여갔습니다.

역시수녀님께서는제대앞에서꽃을꽂고계셨습니다.

고요하고깊은침묵이깃든성전에서혼자서꽃꽂이에열중하고계신수녀님의모습은

저의마음을더슬프게흔들었습니다.

마리아수녀님이이곳에오시기전부터전례를맡고있었던저는수녀님과참많은시간을같이보냈습니다.

거기다가수녀님과전례를같이하게되었기에더그랬을것입니다.

보통평협위원의임기는2년이지만특별한본당의사정상저는3년을해야했었는데

그3년이란시간동안마리아수녀님과지낸시간은아름다웠다고지금회상이됩니다.

유난히마음이맞는사람이있지않아요?

수녀님과저하고는눈을마주보아도서로무엇이필요한지알수있을정도였으니까요.

한마디를하여도금방그다음말이무엇인지도느낄수있었으니까요…

성당의일을같이하면서이렇게되기란그리쉬운일은아닙니다.

수녀님…

네..자매님..

어머나…꽃이참싱싱하고예쁘네요.왜오늘은수녀님혼자서하세요?

아..도와주시는자매님께서오늘일이있대요.

네에..

수녀님도저도그렇게만이야기를하고더이상아무말도할수가없었습니다.

저는그저말없이꽃을꽂으시는수녀님의손놀림을바라보기만했습니다.

커다란성전이너무조용해서가위로꽃의가지를자르는소리마저도크게울렸습니다.

천천히…조용히…이렇게저렇게재보면서꽃을고르시는수녀님…

한참을그런수녀님을보고있다가전일부러크게말합니다.

수녀님…이가지아주멋있네요.매화인가요?

저도모르겠어요.

아이..넘멋있다..혹시남는것있음저좀주실래요?

그래요.어쩜한두가지남을것도같아요…소식들으셨어요?

네..조금전에들었어요.

이곳에서지내시면서정이많이들으셨을텐데모든것들을놓아두고갑자기떠나셔야하는그마음을전압니다.

지금심정이많이착잡하고복잡하실텐데도전혀내색을하지않으시고평상시처럼일을하시는그모습이

아름답기도하고반면에더욱제마음을아프게하였습니다.

더군다나수녀님은저보다거의15살정도가어린분이시만그마음씀씀이가아주깊고또유연하여서

많은교우들에게사랑을받아오신분입니다.

특히청년회와어린이복사단을얼마나잘이끌어오셨는지….

전이제껏이렇게여러분의신부님과수녀님을떠나보내야만했었습니다.

정들면떠나고…떠나면또새로운분이오셨습니다.

그렇지만그분들은그렇게황망히떠나가셨지만제삶에그분들이주신영향은아주크고깊습니다.

그분들의삶은뒤돌아보지않는삶입니다.

이곳을떠나서는또다른본당에가셔셔그분들의삶의향기로많은사람들을주님께로이끌어가고계실뿐입니다.

그리고그분들만이가지고있는사랑을새로가시는성당의신자들에게나누어주실것입니다.

이제월요일에수녀님은서울로떠나십니다.

제가언제다시수녀님을만날수있을련지는알지못합니다.

어쩌면내생에서다시는만날수없을지도모릅니다.

지금껏이곳에서계시다가다시한국으로돌아가신수녀님들을한번도다시뵌적이없으니까요.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날수있을까….

아니..다시만날수없다하여도그렇게섭섭하지는않을것입니다.

함께하였던시간에감사하고…수녀님과지난3년동안아름다운전례가될수있도록

심부름꾼노릇을하였던시간들을갖게하였음을고마워할것입니다.

그리고수녀님과저와의만남은이세상에서우연히만났다헤어지는그런만남이아니기때문입니다.

어쩜해마다새로운전례시기를맞이할때마다전수녀님을생각하고같이지냈던아름다웠던시간들을

돌이킬지도모릅니다.

그리고…그렇게하는것이육신은헤어져있더라도영혼은서로믿음안에서교신하고있을것이란생각입니다.

말없이꽃을꽂고계시는수녀님을뒤로하고성전을나섰습니다.

한국학교교무실을지나쳐서점심시간이면늘산책을하는성당뒤숲으로갔습니다.

앙상한나목의가지마다어느새잎새들이새초롬이자라있었고연녹색의잔디도한뼘이나자라있었읍니다.

하늘은무척파랗고….구름은무심히떠다니고있었습니다.

햇살이아주따뜻하게나를내리쬐어줍니다.

바람소리…새소리가..멍하니하늘을올려다보고있는나를흔들면서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