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레사!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새벽빛와닿으면스러지는
이슬더불어손에손을잡고

나하늘로돌아가리라
노을빛함께단둘이서
기슭에서놀다가구름손짓하며는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아름다운이세상소풍끝내는날
가서,아름다왔더라고말하리라……

귀천/천상병

그녀가떠나갔습니다.

아름다운이세상의소풍을끝내고

훨훨날아서갔습니다.

주일에산행을하려고토요일저녁에미사참례하러갔을때

성당복도에서만난수녀님께서데레사의떠남을말하여주었습니다.

그순간할말을잃고"어…어.."하다가걍굵은눈물을쏟는저를

수녀님은제의방으로데리고가서크리넥스를집어주면서꼭안아주었습니다.

데레사…

이주일에한번씩방송국에녹화를갈때면꼭데레사가있는양로원을지나야했습니다.

그때마다그쪽을바라보면서데레사를생각만하였지한번도찾아가보지를못했습니다.

미안해…정말미안해요.데레사…

"수녀님..어떡해요.나정말…데레사한테잘못했어요.이렇게빨리갈줄몰랐어요.

데레사에게마음은있었어도한번도만나러가지를못했거든요."

양로원에들어간지몇달…늘간다,가봐야지하면서도한번도양로원으로찾아가지못한무책임한나…

아…정말미안해서..가슴이터질것같았습니다.

저나름대로일주일의생활이꽉채워져있어서틈을낼수가없었다는것이허울좋은핑계처럼느껴졌습니다.

"그러지마..데레사도다이해하였을꺼야.정말편안하게갔어요.그렇게힘들고고통스뤄워했었는데…"

미사중강론시간에신부님께서데레사에대하여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지금껏사제생활을하는도중에수많은환자를만나왔었고또떠나보내었지만

데레사만큼은당신이잊을수없는,보통사람이갖기어려운모습을늘보여주었던자매라고말씀하셨습니다.

길지않은투병생활을하는기간이었지만당신이환자를찾아갈때마다

오히려환자로부터많은위안을받고돌아왔다고하셨습니다.

암투병을하는데레사로부터자신이살아있음이얼마나감사하고

이렇게자유롭게움직일수있음이얼마나크나큰축복인지…

당신이환자를위로하러간것이아니라환자가당신을위로하였다고하셨습니다.

그리고돌아올때는신부님가시다가맛있는점심사드시고가시라며꼭용돈을손에넣어주었고

그것을받아야만그자매가행복해하기때문에받았다고말씀하셨습니다.

고통으로몸을움직이기힘들어도항상웃을려고애썼으며

떠나는자신을배웅할려고억지로침대에서상체를일으키려했었던데레사였다고….

데레사는그런사람이었습니다.

자신보다더남을챙기고배려할줄아는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을믿고있음이얼마나큰은총인지를수없이주위사람들에게말하여주던사람이었습니다.

식당부엌에서일을하였지만성당에올때마다깨끗하게차려입고몸과마음을준비하던데레사.

미사를참례할때마다제대맨앞쪽에앉아서고개를들지못하고앉아있던데레사..

영성체를받아모시고제자리로돌아와선늘울던데레사…

언젠가미국인추기경님이우리본당을방문하셨을때환영미사를할때였습니다.

제가데레사에게미사중에성체봉헌을하여줄수있냐고물었습니다.

그때그런귀한일을부탁한다고기쁨에눈물을글썽이던데레사…

마침그날이남편의기일이었다며더은총이큰미사가되었다던데레사…

몸져눕기전까지20여년동안한국식당을하면서밥을할때마다일부러누룽지를만들어서

기력이약한노인네들과환자들에게나누어주러다녔던사람이었습니다.

그집에서고기구워먹는것을좋아하는아들때문에가끔그식당을찾아갈때면

"당신…이것좀마셔봐…"하면서맥주나산사춘을하나씩가져다주기도하였습니다.

암이온몸에퍼져서더이상방사선치료조차받을수있는기력이없어졌을때…

그녀는모든것을정리하고조그만가방하나만들고양로원으로들어갔습니다.

남편은수년전에먼저하늘나라로갔었고,두딸들은각기제삶의길을걷고있었기에

오히려양로원에들어가는것이더투병생활에도움이되었기때문입니다.

데레사가양로원으로들어가기전에집으로찾아갔었을때…

우린둘이서복음성가를부르고서로다둑거려보기도하고…여러가지이야기도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힘에부쳐서데레사는누워있었고전데레사의다리를주물러주기도하였습니다.

그러는저를데레사는물끄러미쳐다보면서말했습니다.

"당신…당신의삶이힘든데이렇게열심히살아가는것을보면내가더좋아…"

그렇게언제든지데레사는남의마음을먼저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나서얼마있다가데레사는양로원으로들어갔습니다.

데레사에게는친구들이많이있었습니다.

줄리아와미쉘과스텔라가그녀를돌보아주었습니다.

줄리아와미쉘은다행히간호원이라서가끔씩데레사를찾아가서투병생활하는것을도와주었습니다.

그곳의간호보조원들이힘들까봐자신들이직접데레사를목욕시키기도했습니다.

암이바깥으로까지번져서피부암이되었던데레사의몸은여기저기종기가튀어나와서조금만건드려도

터져서피가흘러나왔기때문입니다.

그들은병원에서일을하면서,또가정을꾸려가면서도한결같이데레사를찾아서돌봐주었습니다.

우리모두는서로알게된지가거의이십여년이된사람들입니다.같은성당안에서….

그녀는살아생전에그리스도의향기를피워서주위의많은사람들에게사랑과위안과평화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녀를아는사람들은자기의가슴속에그녀를담고살아갈것입니다.

이사진은작년4월10일에위스컨신의Devil’sLake로산행을할때데레사랑같이갔었던것입니다.

이사진을현상해서주었을때데레사가매우기뻐했었던것이떠오릅니다.

이즈음에목에종양이있다고목을열어보고수술을한직후였었고의사의권유로처음산행을하기

시작한때였습니다.그후로몇번더데레사와같이산행을하였었지만나중엔힘이들어서산행을

하지를못하였습니다.

꼭…일년이되었습니다.

그리고데레사는떠났습니다.아직도한창젊은나이인데…

그러나그녀는주위사람들에게많은것들을남기고갔습니다.

진정한위로가무엇인지…서로돕고산다는것이어떤것인지…그리고사랑이란어떻게해야하는것인지를….

어제일요일에는전날부터내린비가그치지않고계속내리고있었지만

전산행을하였습니다.

데레사를생각하면서울다가잠이들어서얼굴이퉁퉁부었지만판쵸를입고4시간정도를걸었습니다.

하루종일비가내려서나중엔거의허벅지까지바지가젖어들었습니다.

등산화속의양말도다젖었습니다.급기야는안경도벗어버렸습니다.

판쵸에딸린비닐모자를썼지만계속떨어지는굵은빗방울이눈속으로들어가서연신닦아내야했기때문입니다.

그래도걸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발자욱을옮기고또옮기면서…

애초에처음산을찾았던이유가데레사나저나같은이유였었거든요.

살아내기위해서…

어쩌면그녀의삶이나저의삶이나다같기도한것같습니다.

그녀가떠난토요일부터내리기시작한비가지금도계속오고있습니다.

그녀가생전에참았던눈물이비가되어서흐르고있지않을까…하는생각까지듭니다.

힘들었던삶을조용히인내하다가떠난데레사…

그힘든삶을전혀내색하지않고오히려주위에사랑을퍼나르던데레사…

하지만투병생활을하면서자신의죽음을완전하게준비하고떠나갔기때문에

어쩌면데레사의마지막은축복의시간들이아니었을까…하는생각도듭니다.

이세상에서의인연의끈을조용히풀어갈수있었을테니까요.

오늘월요일저녁에성당에서그녀를위한장례미사가있습니다.

마지막으로그녀의얼굴을볼수있는날입니다.

저도퇴근하자마자바로성당으로갈려고모든준비를하여가지고왔습니다.

오늘전장미꽃속에싸여있는데레사의얼굴을어루만져주고,

살아생전수많은사람들에게사랑을베풀던그손을마지막으로잡아볼것입니다.

NicoloPaganini(1782-1840)PaganiniforTwo-ViolinandGuitarSonata
Sonata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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