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듯눈물인듯하루종일비가내렸습니다.
비가내리는창밖을바라보자니
지난일들이마음속에서피어올랐습니다.
그날도아침부터비가뿌리고있었습니다.
그래서우리는정자안에앉아서빗줄기가춤추듯이내리는
바다위…수평선을그저하염없이바라보고만있었습니다.
아니..망망한바다가어깨를기대고앉아있는우리를바라보고있었던듯도싶습니다.
고요한침묵이우리를감싸듯이사위가신비에잠긴아침이었습니다.
자연은온천하를포옹하여주듯이…
바다를둘러싸고있었던섬의이름도알수없는꽃들의향기가
비릿한바다냄새와더불어서코끝을스쳐가는듯도하였고
비가내리는바닷가의하얀백사장위로춤추듯이나부낀듯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예닐곱살쯤되어보이는일본어린이와그여동생인듯한아이가
비오는모래백사장을뛰어다니면서저희들끼리이야기하는소리가
늦은아침의주위의정적을깨어주었었습니다.
뒤이어서그들의아버지가빗속에서아이들과같이노는모습은
한폭의그림처럼평화스러워보이기도하였었습니다.
그때의모든풍광들이바로어제인듯
오늘하루종일나를떠나지않고뒤따라다녔습니다.
비오는창밖의진녹색의나무들이…
더욱내마음을깊숙이잡아당겼습니다.
추억으로되돌아보기란아름답고정겹습니다.
퇴근후저녁에문창모모임이있었습니다.
그중에한명이말하였습니다.
"있잖아요.제가얼마전부터달리기를시작했습니다.
사실은오년전에뇌수술을두번하고…또그뒤로검도를하다가
발쪽으로인대가끊어진일이있은후로운동을안하고있었거든요.
그런데다시시작한거지요.달리기부터…
새롭게무언가에도전하고싶었거든요.오늘아침에도머신에서5마일을뛰었는데…
아…힘들긴하더라구요.그래도굽히지않을껍니다.
제가글을쓰고…또사진을찍으러다니고..이렇게운동을시작한것도
뭔가를똑바로해보고싶어서입니다.할수만있다면…정말하나라도똑바로해보고싶거든요"
오십이채안된그사람은이곳에서미국인들을상대로하는보르네오가구로성공한사람이고
이십여년전에이곳으로이민오기전에는고등학교에서체육교사를하던사람이었는데
우리모두는그이야기를듣곤깜짝놀랐습니다.
이렇게건장한사람이그런힘든과정을거쳤다니…
아주진지하게말하는그사람을통해서
저는짙은희열을느꼈습니다.
아…삶이란이런거야..이러면서살아가는거야..
자기앞의인생을이렇게진지하게부여안는사람들을만날수있다는것도
행복한일중의하나가아니겠어요?
우리는각자가써가지고온시와수필을읽으면서서로나눔의시간을가지면서
뜨거운논쟁의시간도가졌습니다.
그리고우리일행은저녁을먹으면서소주도마셨습니다.
한잔…두잔…저도같이마셨습니다.
그렇게말하는그사람을보면서
주어진환경속에서좌절하지않고끊임없이앞을바라보며
걸어가기를원하던당신이생각났습니다.
집으로돌아오는데깊은어둠속에서비는계속내리고있었습니다.
문득…알수없는그리움에가슴이갈라지듯한통증을느꼈습니다.
핸드폰을만지작거리다가길가한쪽에차를세워놓고
서울에있는친구에게전화를하였습니다.
친구는작년에춘천의암댐근처에사두었던밭에다채소를일구고있다고하였습니다.
아직밭이고르질않아서잘될것은기대하지않지만하는껏열심히할꺼라고하였습니다.
일주일에두번정도가는데주말에는남편하고같이가서돌봐주기도한답디다
그래서말했습니다.
"그래..그밭주위에집을짓는단말이지?그럼내가가면잘곳은있겠네…
나중에…내가그곳에가면몸누일곳은있겠네…"
이렇게열심히살아가는사람들이있어서
그들을보는것만으로도행복합니다.
내아이들을안아주듯이…이런사람들을보면마음으로안아주고싶습니다.
그들의삶의향기가주위를밝게빛나게하여주고있음이감사하기때문입니다.
이제밤이깊어새벽이되어가고있습니다
오늘하루는참긴…하루였습니다
생각이깊은날은잠도쉬이오지않지만
이제저도잠깐눈을붙이고고된하루를쉬어야되겠지요
그래야내일…새로운내일을맞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