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다…

일요일오후…

집안에서놀기가심심한지

에니카가자꾸만집건너편에있는놀이터에가자고합니다.

도리없이에니카를앞세우고집을나섰습니다.

손에는’이성복문학앨범’책을들고서…

한국학교를마친어제토요일오후에

모처럼느긋한여유시간을갖게되었습니다.

그래서한국서적으로발길을옮겼습니다.

서점안에들어서서둘러보다가

한쪽코너에삐끗이나와있는책을보았습니다.

‘이성복문학앨범’

무심코집어뒤적이면서읽어보다가

이내글속에푹빠졌습니다.

햇살은따뜻하나

찬바람이휘익불어대는오후의공원은한산했습니다.

사진에서보는것처럼

에니카혼자서놀고있고

전나무의자에걸터앉아서

책의페이지를뒤적입니다.

아직서해엔가보지않았습니다

어쩌면당신이거기계실지모르겠기에

그곳바다인들여느바다와다를까요

검은개펄에작은게들이구멍속을들락거리고

언제나바다는멀리서진펄에몸을뒤척이겠지요

당신이계실자리를위해

가보지않은곳을남겨두어야할까봅니다

내다가보면당신계실곳이남지않을것이기에

내가보지않은한쪽바다는

늘마음속에서나파도치고있습니다

서해/이성복

하늘은투명하리만치맑고

바람은서늘하게불어서한기마저도는오후의넉넉한시간…

모래장난을하고있는에니카를보면서

생각에젖어듭니다.

내게주어진것들도저렇게모래처럼쌓다부셨다가할수가있을까…

한점바람에도날라가버릴것같은…그런마음을모래성안에모아두어서는안되겠지…

그러하면서도

문득떠나고싶다…어디론가..가고싶다.

처음당신을사랑할때는내가무진무진깊은광맥같은것이었나생각해봅니다

날이갈수록당신사랑이어려워지고어느새나는남해금산높은곳에와있습니다

낙엽이지고사람들이죽어가는일이야내게참멀리있습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떠날래야떠날수가없습니다

편지1/이성복

책을나무의자에올려놓고에니카에게갔습니다

차가운모래감촉이정신을깨웁니다.

에니카의맑은웃음이하늘을날라갑니다.

아침에비가내린뒤끝에품어나오는나무의향내가…바람이…구름이…

에니카와나를함께감싸주는오후입니다.

이마음다시여기에/박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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