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의 상추밭에서…

지난오월초부터매주화요일저녁마다성당에서미팅이있어왔습니다.

6월말경에있을한국학교후원을위한OpenGolfTournament준비를위하여

준비위원회10여명이모이기때문입니다.

이모임에한국학교의교무선생님과서무를맡고있는제가자동적으로참여케되었습니다.

이곳에는성당이4개가있는데그중에3개성당에는한국학교가있습니다.

또교회마다거의한국학교가있어서시카고지역에만해도약50여개의한국학교가있습니다.

보통토요일에약5시간정도의수업시간으로아이들에게한국말과한국역사등을가리키고있는데

한학교에학생의수가보통오륙십명정도되는데가많기때문에

이들의수업료만가지고학교를운영하는데는어쩔수없는애로가따르게마련입니다.

그래서원할한학교의운영을위해서거의모든성당이나교회에서는

해마다한국학교를위한GolfTournament를개최하는것입니다.

이것이과연한국학교를위하여좋은지나쁜지를떠나서이제는거의연례행사처럼하고있습니다.

또이쪽성당에서하게되면다른성당의사람들도찾아오고저쪽성당에서할때는

이쪽성당사람들이찾아가기도합니다.

꼭성당의같은교우가아니더래도다른외부인사들도많이참여를하고있기도합니다.

어찌보면서로친교를위하여좋은면도있기는합니다.

일주일내내일을하고일요일하루를쉬는많은사람들이골프를치고있기때문에

한번은약간비싼골프비를내고그행사에참여하여서골프도치고친교도나누고기부금도냅니다.

그리고이때모인기부금이학교운영에상당한도움을주고있는것은사실입니다.

이렇게해서라도한국학교를운영하여서한국인의피가흐르는2세들에게

한국말을가르키고그들의뿌리를알게하여주는일은해외에서살고있는우리들의

마땅하고도당연한일입니다.

암튼지난화요일에는미팅시간보다조금일찍성당으로갔습니다.

이번시합이9회째가되는데회의때쓸자료를정리할것이있었기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성당문이잠겨있어서열쇠를가지러수녀원으로갔습니다.

하하하…결국은이말한마디를하기위한설명이너무장황하게길어졌습니다.

수녀님께서는사제관의식복사자매님과같이수녀원옆에있는밭에계셨습니다.

원래수녀원주위는모두잔디밭이었는데한10년전쯤에계시던식복사할머니께서

적당한곳에다잔디밭을채소밭으로바꾸어놓으신것입니다.

그당시에이곳에부임하여오신신부님을오랫동안모셔왔기때문에

서울에서일부러오신식복사할머니이셨는데워낙이바지런하셨습니다.

그래서한쪽귀퉁이에있는잔디밭보다는채소밭이더낫지않겠냐고하셔셔

성당에서는그분의의견을따라준것입니다.

그분은해마다상추,쑥갓,파,고추,깨잎등을비롯하여서여러종류의채소를일구셨습니다.

저는그당시에풋고추를비롯해서싱싱한채소를그분으로부터많이받았습니다.

저뿐만아니라다른사람들에게도자주나누어주셨습니다.

마치그렇게나누어주시는것이당신의기쁨자체이신것처럼말입니다.

저녁에평일미사에참례하러나오실때마다여러개의비닐봉지에채소를담아서

이사람저사람에게인심후하게나누어주셨습니다.

물론한국식품점이나미국야채가게에가면풍성한야채를일불에한다발씩살수가있지만

이것은그런것을떠나서가꾸는사람의정성을받는것이나같은것이잖아요.

그래서주는사람이나받는사람이나환한얼굴로웃으면서인사를하곤하였지요.

그렇게한사년을사시다가신부님께서이곳의사목을끝내시고서울로가실때같이가셨습니다.

그뒤로그밭은근처에사시는교우들과수녀님께서틈틈이가꾸어주셨습니다.

이제막고개를내밀기시작한상추입니다.

수녀님께서는이상추를솎아주고계셨습니다.

너무씨를많이뿌려서이렇게옹기종기서로얼굴을쏘옥비집으면서나와있다네요.

저녁햇살속에서반짝거리고있는모습들이넘예쁘지않나요?

수녀님께서는저보고가끔와서솎아가져가라고하십니다.

자주솎아주어야상추가잘자라나는것은당연하지요.

수녀님께서쭈그리고앉아서상추를솎아내시는모습을보면서전생각했습니다.

저밭에이제막자라고있는상추속에는상추만있는게아니라잡초도자라고있을것입니다.

내마음의밭에는나도모르게얼마나많은종류의잡초가고개를내밀고자라고있을까…

미움의잡초…집착의잡초…이기심의잡초…불신의잡초…그리고욕망의잡초…

하루하루를살면서살짝살짝고개를내밀고순간에나를휘젓고있을지도모를

이런잡초들을깨끗이뽑아내고내자신을정화하면서살고싶기도하는데

그게그렇게쉬운일은아닙니다.

이잡초들의무성한소리로어떤때는하루가일주일처럼지내기힘든때도있었고

또어떤때는감정의돌부리에넘어져이러한잡초더미에마음을뺏길때도있습니다.

잘다듬어진파아란잔디밭에어쩌다돋아난민들레를잔디의번성을위해서뽑아내야하는것처럼

이러한잡초는작은뿌리일지언정마음의평화를깨뜨릴때가있기때문에

늘스스로마음을닦아야하는줄은압니다.

어쩌면그러한약한자신이기때문에더욱신앙안에서머무르고자노력하고있는지도모릅니다.

수녀님말씀을듣고보니까화요일저녁미팅에나올때마다조금일찍나와서

밭에와보고싶다는생각도들었습니다.

운동화야늘차의트렁크에있으니까잠시흙냄새를맡으면서적당한노동을하면

정신을맑게하여줄것입니다.

더군다나제가제일로좋아하는채소를싱싱한것으로얻을수도있잖아요.

상추를심은고랑옆에있던쑥갓입니다.

아..쑥갓의향기가막피어올라오는것같지않으세요?

전쑥갓과깨닢의향기를아주좋아하고있답니다.

참…예전에는깨닢도엄청따다가먹었었는데…

에구…파꽃이한창입니다.이곳에파가있는줄알았다면진즉에와서솎아주었을텐데요…^^

다람쥐와토끼가자주찾아와서다휘젓고다니기때문에저렇게그물을쳐놓았습니다.

저런조그만밭이랑이가약여덟개정도되는것같았습니다.

그리크지도않은아담한수녀원의밭…

여러사람들이찾아와서씨를뿌리고물을주고….

솎아주고…그렇게하면서이어온밭…

성당파킹랏에서바라본수녀원과수녀원의뒷뜰입니다.

오른쪽으로얕으막하게쭈~욱있는나무가개나리나무들이고그옆으로밭이있습니다.

수녀님께서솎아낸상추를비닐백에가득담아준것입니다.

미팅에참석한사람들에게적당한양을다나누어주었는데도집에돌아와서보니까

저렇게접시에담아놓은양의8배가되게많이있는것입니다.

에구…저혼자서먹는데너무많잖아요

그래서소스를만들어서도시락반찬으로가져가기도했습니다.

적당한양의간장에파,마늘,고추가루,깨소금,약간의설탕과식초…그리고생수조금을넣은소스로

먹기전에살짝버무려서먹으면맛이기가막히거든요^^

너무연한것이라서다듬을필요도없었어요.

걍서너번살짝씻어서뿌리째먹었습니다.ㅎㅎㅎ

하하하…이제부터저밭은제가수시로찾아갈것입니다.

상추를솎아내면서….쑥갓을솎아내면서…

내마음도같이솎아낼수있다면금상첨화가될것입니다.

이제부터저녁햇살이길게느리워지는때이거든요.

한여름에는저녁9시가되어야해가집니다.

하루종일회사에서컴을바라보면서일을하다가

저녁에수녀원의밭에찾아가서…

부드러운석양속에서훈훈한땅냄새를맡으면서밭이랑사이에쭈그리고앉아있는

느티나무를상상하여보세요….재미있지요?

석양을등지고사진을찍다보니까재미있는사진이나왔네요.

사진을찍고있는제모습의그림자가나와있지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