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꽃 향기속에서 난 울고 말았네 …

당신…알고있었어요?

해마다아카시꽃이필때면

제가유난히가슴시려한다는것을…

오뉴월의짙은신록속에서

포도송이처럼주렁주렁가시숨긴잎새사이로

아이보리빛고운색으로피어나는꽃…

라일락처럼강한꽃향기는

훈풍에실려서내마음깊숙이살포시들어앉아

나를흔들어주거든요.

당신도아시다시피이민생활이라는것이

정신없이고달플때가더러있잖아요.

저도모든것을잊은듯앞만보고내달리다가도

바람에흩날리는눈송이처럼

파르르…휘도는하얀꽃송이들을마주치는오뉴월이되면

잠시일손을놓고

시린가슴을부여안고서는아득한고향을생각하곤한답니다.

처음시카고에와서몇년동안은

미국이원산지인이아카시꽃을저는한동안볼수가없었어요.

아카시꽃이없어서가아니라

살기에바쁜내눈에그들이보이지않았었다는것이지요.

그러나…

어느순간부터오월을맞이하면서

아카시꽃이피기를기다리게되었고

그꽃이온천하에피기시작하면

전….그냥아이보리꽃향기속에취하면서

아주오래전에갖었던하루의풍광을떠올리곤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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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그랬냐구요?

제가이제는당신께

저혼자서만간직하고있었던비밀을털어놓을때가된것같아요.

사실비밀이라는것이뭐..거창해서가아니라

아주사소하고작은것이라도혼자서소중히간직하고싶은것들이있잖아요.

바스락거리면서가슴속에서살아있는것…

그러나어느순간부터내작은가슴에커다랗게자리잡은당신이니까…

말씀드리고싶어졌어요.

아니어쩜제가말하기도전에당신은다알고있을지도모르겠네요.


제가미국에왔다가6년만에첨으로서울에갔었던때가
1990년도오월이었답니다.

도착한다음날
용미리에계시는아버지의산소를찾아갔던날은
전날에억수로많이내린비로

하늘이무척맑고나무들의잎새가햇살에반짝반짝거리는한낮이었지요.

지금도그때의일들이마치어제일처럼다기억되거든요.

벽제삼거리를지나서용미리로가는길에서

무언가하얀것들이하늘거리면서휘날리는것을보게되었어요.

하얀신기루같은것들이…

하늘거리며허공을맴돌다가포도위에앉았는가싶더니

다시바람에일어나온천하로날라가던하이얀…꽃송이들…

길양쪽에아카시나무가많이있어서약간씩부는바람에도

아카씨꽃이우수수…하얀눈송이처럼막날렸거든요.
그것을보는순간…갑자기숨이막히는것같았어요.

아름다운낙화………였습니다.

달리는차안에서스치듯보다가넘예쁘고아름다워서

차를세우고한참을낙화를보면서있었지요.

아버지의산소에가서

소주를따라붓고

담배에불을붙여서꽂아놓고

그리고절을하는데…

눈가가뜨거워지면서머리끝이아득했습니다.

그때도…아카시가휘날렸어요.

아버지의산소에기대어앉아서

맑은산바람을들이마시며

무심한눈을들어하늘을올려다보았습니다.

잘살아볼꺼라고’희망’보따리를조심스레싸안으며

서너살된어린두딸의손을잡고

한국을떠나기전에와서도이렇게인사를드렸을때와

같은하늘같았고

말없던산이었는데…

그러나다시돌아와서이앞에선지난6년은

전혀생각지도않았던삶의길이었었지요.

오랫동안산소앞에앉아서

하늘을보고…

먼산을바라보며…

그러다가아버지의산소에휘어진내등을기대고

제가어떻게한줄아세요?

아버지하고약속을하였답니다.

다시시작하여보겠다고…

또다시삶이날속이더라도

그것은내몫이니

오뚜기처럼다시일어서서부둥켜안을꺼라고…

그리고다음에올때는웃으면서아버지께절을올리겠다고…

2주일동안의방문을마치고다시이곳으로돌아온뒤에…

그뒤부턴내힘으로이겨내기어려운것과부딪칠때마다

아버지산소앞에서

아버지와스스로한약속이생각이났습니다.

그리고그무언의묶임은저에게끊이지않는힘을안겨주었었구요.

잘할수있어…넌.

해낼수있어…넌…하시는아버지의말씀이들리는듯이…

이젠…오랜세월이지났어요.

그러나시간이흐르면서지난것들을희미하게변하게한다하여도

그때만물의흐름이정지한듯한속에서
제가아버지와약속을하였던

그날하루에내가만났던모든풍광들과느낌과생각들은….

여전히내뇌리속깊숙이들어앉아
늘나와함께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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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아셨나요?

왜제가아카시꽃이필때면

무작정운전을하면서아카시꽃을찾아가는지를…

경건한의식을행하듯이

아람들이아카시꽃이가득한나무를보면서

스스로다짐을하고싶거든요.

이제까지걸어와주어서고맙다고…스스로에게…

아카시꽃들이흐드러지게피어있는하이웨이길을

오늘도아침저녁으로달리면서출근을합니다.

그러면서일상의생활에서정화된저를만납니다.

여전히그때의그느낌이그대로가슴속에서살아꿈틀거리는듯…하면서

또한

세월이가도

한순간박힌사진한장이영원히가슴속에남아있듯이

그날을잊지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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