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것이 어찌 호수의 물결뿐이랴…

우리에게슬픔과비탄의순간이닥칠때마다나는당신을안고어를거요

당신의괴로움을고스란히받아내것이되게할거요

당신이울면나도울고,당신이고통스러워하면나도고통스러워할거요.

그리고우리는눈물과절망의홍수를억제하려고

그것을인생이라는구멍투성이의거리로흘러내려가게함께애쓸거요.

<TheNotebook>에서/니콜라스스파크스

기억나세요?

언젠가저한테영화<TheNotebook>을한번보라고권유한적이있었던것을요….

그영화를볼려면어깨를기댈사람이꼭있어야할꺼라고도했어요.

너무나슬퍼서걍어깨에기대고한없이울게될것이라면서요.

그러시면서덧붙였어요.

지금이라도할수만있다면그런사랑을해보고싶다고…

그래서전그말씀을듣고DVD를빌려다보았었지요.

….기댈어깨가옆에없어서…

걍무릎을두팔로잡아당기고그속에얼굴을파묻고

많이울었었던기억이나네요.

그런데얼마전에우연히그책을갖게되었어요.

그렇잖아도영화를보고났을때책으로도읽어보고싶었었거든요.

지난금요일평일미사를참례하고돌아와서늦은밤부터읽기시작하였답니다.

토요일마다출근하였던한국학교가긴여름방학을시작하였기때문에

아침에는일찍일어나지않아도되었는데

동쪽으로난창을통하여새벽빛속에서새들이끊임없이재잘거리는소리에

그만다른때보다더일찍눈을뜨게되었어요.

새들의맑은소리를들으면서편안한마음으로새벽여명이트는것을바라보다가

간밤에읽다만책을떠올렸어요.

침대머리맡에놓여있던책을집었습니다.

풋사랑을하다가여자쪽인앨리의부모의반대로헤어졌다가14년만에만나게된앨리와노아.

노아의집에찾아온앨리에게노아가묻습니다.

"그런데왜왔죠?"

그녀는오지않을수없었어요.라고말하고싶었으나그말을입밖에내지는않았다.

"그냥당신을보려고.당신이어떻게지내는지,잘있는지보고싶어서요."

전앨리의마음을이해하겠더라구요.

이평범한말속에들어있는그깊은마음을다헤아릴것같았어요.

앨리처럼…단지보고싶어서…어떻게지내는지그것이알고싶어서

먼길을찾아간어떤사람이떠올랐습니다.

그러다가두사람은다음날다시만나서카누를타고어떤호수를찾아가기로하였지요.

그부분을읽다가제머리속에언뜻떠오르는호수가있었습니다.

그호수가머리속에그려지자당장이라도달려가고싶은마음이일었습니다.

그래서부리나케일어나서집안을먼저치우기시작했어요.

세탁기도세번이나돌렸거든요.거의가아들옷이지만요.

그러면서커피도내리고…창문을열고베큠도씩씩하게돌리고…

그와중에도서실에가서그DVD를다시빌려왔어요.

집에오는도중에과일가게에가서이제막나오기시작한체리와천도복숭아도샀어요.

그리고열무김치에밥을싹싹비벼서점심으로먹었지요.

그리고다시소파에기대서책을읽다가오후4시쯤에집을나섰어요.

자동차의선루프와창문을적당히열고하이웨이길을달리는데

따뜻하면서도부드러운바람이불어와서살갗을간지럽히는아름다운오후였답니다.

가다가IslandLake라는동네를들려서

이곳저곳에많이들어서있는여러종류의호수를구경하기도했습니다.

그리고MoraineHillStatePark에도착하였답니다.

숲속에싸여있는아주큰호수입니다.

앞에는갈대숲이지요.엄청넓고커다란갈대밭….

갈대밭속에서혼자낚시를하고있는사람입니다.

그런데전혀고독해보이지가않았습니다.

자기가좋아하는일을하고있는사람에게서느낄수있는낭만같은것…이느껴지더군요.

갈대숲옆의호수수면에는온통크고작은연잎들입니다.

호수의맑은수면이바람에일렁이기도했습니다.

이름모를새가끼익끼익울면서날아가기도하고…날아오기도했습니다.

숲에서숲으로이는소리들이부드러운저녁바람에실려오기도했습니다.

가끔메뉴얼카메라와디카로사진을찍기도하고요.

<TheNotebook>을읽기도했구요…

보온병에넣어간커피를마시면서버터빵도곁들여먹었지요.

그러면서…

저의자에앉아서저녁어스름이지는것을지켜보았습니다.

이낡은의자에는많은사람들이앉아서낚시를하였거나

사색에잠겼거나아니면저처럼책을읽기도하였을것입니다.

아니면다정한사람들이앉아서사랑을속삭이기도하였을것입니다.

앨리와노아가행복한결혼생활을45년동안지속하였을때…

그들에게는예기치않은일들이일어났습니다.

앨리가냉장고속에다리미를집어넣고,식기세척기속에옷을집어넣고,

오븐속에책을집어넣는식의실수들…그러다집에서세구간떨어진데서

그녀가집으로오는길을찾을수가없어차의핸들에머리를대고울고있는광경을

목격하게되었을때의섬뜩한공포에싸였던노아…

사막처럼공허하고황막한병….마음과영혼과기억을빼앗아가는병…알츠하이머병…

기억과인격에큰영향을미치는퇴행성뇌장애…결코현대의학으로도치료할수없는병….

하지만기억을잃어버린사랑앞에선노아는기적을믿었지요.

낡고빛바랜그들의사랑을적은노트가앨리의영혼을되찾아줄것을…

그래서노인복지원에서3년째같이살면서매일같이앨리에게그노트북을읽어줍니다.

자기를전혀알아보지못하는앨리에게…깊은사랑의마음을담고서…

정작노아도류머티즘성만성관절염을앓기때문에손가락의모든기능이마비되어서

손가락을움직이기가힘이듬에도….또그외에도여러가지노인병으로

깊은통증이찾아옴에도그는한결같은사랑으로앨리를지켜주고보살펴줍니다.

나는어둠이깊어가고있는호수의저낡은의자에앉아서…

앨리와노아를계속생각하였습니다.

그런사랑이정말있을수있을까…

당신이말했던…지금이라도해보고싶은사랑이라고했던…

이런마르지않는샘같은사랑…이있을까…

앨리가노인복지원으로들어가기전에노아에게쓴편지를읽었습니다.

나는수많은이유로당신을사랑해요.특히당신의열정때문에…

인생에서가장아름다운건바로그런열정이죠.

그리고사랑과시,부성애,우정,아름다움,자연같은것들도.

당신이우리의아이들에게그런것들을가르쳐줘서정말기뻐요.

아이들은그때문에훨씬더풍요로운삶을살게될꺼예요.

아이들은당신이자신들에게더없이소중하고특별한분이라는얘기를가끔해요.

그리고그런말을들을때마다나는내가이세상에서가장운이좋은여자라는감회에젖곤하죠.

당신은또내게도역시많은것을가르쳐주었고영감을불어넣어주었으며

그림그리는데전념하게끔도와주었어요.

당신은내게그림이어느만큼이나소중한것인지결코알지못할거예요….

어둠이완전히내려질때까지…

비릿한호수바람이불어오는저의자에앉아서…

제마음깊숙이울려오는소리에귀를기울였습니다.

흔들리는것이어찌호수의물결뿐이겠어요?

내마음도….앨리와노아의사랑때문에…깊이깊이흔들렸거든요.

GiovanniMarradi-Innocence